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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per Mar 24. 2024

싱가포르 음식문화|호커센터

1800년대부터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 등에서 몰려온 이민자들에게 길거리 행상은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생계 수단이었습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고국에서 가져온 레시피로 요리를 하며 음식을 팔기 시작합니다. 호커는 행상인이라는 뜻으로, 싱가포르의 호커 문화는 여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1945년에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길거리가 황폐해졌습니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다시 일어서기 위해 행상을 시작합니다. 그 당시의 모습을 잘 나타낸 벽화가 있습니다.


이 벽화를 그린 사람은 Yip Yew Chong이라는 유명한 로컬 아티스트인데요. 그는 40대까지 회계사로 일하다가 금융계를 떠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의 작품은 섬세하게 디테일이 살아있고, 그의 어린 시절 추억, 지나간 세대나 잊혀진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그림들이지만, 당시 노점에 긍정적인 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보통 수로가 없는 곳에서 장사를 했기 때문에 식기와 음식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콜레라나 장티푸스 같은 감염병에 취약한 환경이었어요. 또한 호커들은 길거리에 쓰레기 더미를 남기고 강가에 오물을 투척하여 싱가포르 강을 더럽히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해결책을 냅니다. 바로 노점상들을 전부 지정된 곳들로 보내 위생과 오염을 관리하는 것이었어요. 그렇게 호커센터가 만들어집니다.



맥스웰 푸드 센터 (Maxwell Food Centre)


현재 싱가포르에는 119개의 호커센터가 있고, 싱가포르 음식 문화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유네스코도 이를 인정하여 2020년에 유네스코 무형문화로 지정했어요.



싱가포르 정부는 호커센터에서 다양한 음식을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가게 임대료를 매우 낮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3-7달러 (3-7000원) 정도로 식사를 할 수 있어요. 일반 음식점에 가서 식사를 하면 보통 2-3배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가성비가 매우 좋습니다. 요즘에는 집에서 식사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하루에 한 번 이상 호커센터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그만큼 로컬들은 호커센터는 일상이에요.


싱가포르 정부는 배수로와 음식물 처리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각각 상점의 청결도를 평가하여 A부터 D등급으로 나눕니다. 아래 사진에 빨간색 A, 연두색 B가 보이시나요? A등급이 최상 등급으로 매우 우수, B등급이 우수 등급입니다.



푸드코트처럼 여러 상점에서 음식을 가져와서 먹을 수 있게 되어있어요. 호객 행위하면 벌금을 내기 때문에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습니다.



싱가포리안들은 아래 사진처럼 휴지로 자리를 맡는답니다.



맥스웰 푸드센터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점은 티엔티엔 치킨라이스예요. 고든 램지가 방문하여 칭찬한 곳으로 유명하고, 언제 가든 긴 줄을 볼 수 있어요.



치킨라이스는 싱가포르의 국민 음식입니다. 소박한 호커 센터에서부터 고급 레스토랑까지 모든 곳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싱가포르 스타일 치킨라이스 조리법은 중국 남부 하이난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닭고기를 끓는 물에 삶은 다음 냉수에 담가 육질을 부드럽게 만듭니다. 요리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쌀과 칠리소스입니다. 쌀은 치킨 스톡에 생강과 판단 잎을 넣고 적절한 양의 기름과 함께 조리해서 향이 아주 좋습니다. 그리고 매운맛과 시큼한 맛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칠리 페이스트로 요리를 완성합니다.



차이나타운 콤플렉스 (335 Smith Street)


이제 싱가포르에서 가장 큰 호커센터로 알려져 있는 차이나타운 콤플렉스(Chinatown Complex)를 방문해 볼까요? 700여 개의 상점이 있는데, 이곳에는 미슐랭 스타를 받은 음식점들도 여럿 있고 아주 유명한 맛집들이 많아요.



첫 번째로 소개해드릴 가게는 2016년 카야토스트와 커피로 미슐랭 스타를 받은 The 1950's coffee입니다.



한국에도 카야토스트 파는 곳들이 있기 때문에 익숙하신 분들이 있을 거예요. 카야잼을 바른 토스트인데요, 카야잼의 역사는 18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국 남부 하이난에서 건너온 이주민들이 영국 선박 주방에서 캐러멜 토스트를 만들어 판매합니다. 이후 캐러멜 대신 판단잎을 활용하면서 카야토스트가 탄생했다고 해요. 판단과 코코넛 밀크, 달걀이 주재료로 달달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입니다.



아침에 카야토스트와 살짝 익힌 달걀, 커피세트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싱가포르의 커피와 차는 단맛이 특징입니다. Kopi(코피)는 커피를 의미하고, Teh(테)는 차인데요. 기본 Kopi (코피)와 Teh (테)를 주문하면 따뜻하고 달달한 우유와 연유가 들어있는 음료가 나옵니다. 본인이 원하는 스타일대로 바꾸고 싶을 때는 주문이 조금 복잡해집니다.


· 코피 (Kopi): 우유와 연유가 들어간 따뜻한 커피

· 코피 오 (Kopi-O): 블랙커피에 우유 없이 설탕만 첨가

· 코피 오 코송 (Kopi-O-kosong): 우유와 설탕 모두 안 들어간 블랙커피. Kosong은 말레이어로 0을 의미한답니다.

· 테 (Teh): 우유와 연유가 들어간 밀크티

· 테 오 (Teh-O): 우유 없이 설탕만 들어간 차

· 테 오 코송 (Teh-O-Kosong): 우유, 설탕이 모두 안 들어간 차


차가운 커피/차를 먹고 싶다면 맨 뒤에 Peng (펭)을 붙이면 돼요. 예를 들어, 우유와 연유가 들어간 차가운 커피는 코피 펭 (Kopi Peng)입니다.


두 번째로 소개해드리고 싶은 곳은 소야 소스 치킨라이스로 2016년에 미슐랭 스타를 받은 Hawker Chan입니다.



Chan은 15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고향인 말레이시아를 떠나 싱가포르에 정착했습니다. 식당에서 일을 하며 홍콩 셰프에게 요리를 배웠고, 결국 특별한 소스를 만들게 됩니다. 2009년, Chan은 이 소스를 활용하여 '리아오 판 홍콩 소이 소스 치킨라이스 & 누들'을 탄생시켰습니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가게였지만, 곧 그의 요리는 놀라운 맛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2016년 그의 가게는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한 개를 받게 되었고, 그의 가게는 급격한 인기를 누리며 전 세계로 확장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호커센터에 가면 만나볼 수 있는 로컬 음식들이 많아요.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져서 식문화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싱가포르에 오신다면 꼭 호커센터에 들러 다양한 음식들을 드셔보세요.

커리 퍼프 (Curry Puff): 감자와 고기 혹은 계란을 넣은 커리를 채워 만든 작은 파이
포피아 (Popiah): 크레페 같은 반죽에 아채와 땅콩가루 등을 넣은 간식
지지 누들 (Jiji Noodle)
치킨 커리 누들 (Chicken Curry Nood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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