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91%가 자가를 소유하고 있는 나라
싱가포르에는 노숙자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내 집을 마련한 국민이 91%에 달합니다.
싱가포르의 주택 자가 소유 정책과 공공주택 덕분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닙니다. 싱가포르가 독립하기 직전 1960년대에는 싱가포르에 큰 주택 위기가 있었어요. 많은 국민들이 위생이 좋지 않은 빈민가와 혼잡한 불법 거주지에서 살았습니다. 이민자들은 급증하는데 주택은 충분하지 않아서 한 집에서 여러 가족이 파티션을 치고 함께 살아야 했습니다.
정부는 주거 안정을 우선 과제로 삼고 주택 개발 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첫 과제는 질 좋은 공공주택을 건설하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주택이 있어도 국민들이 사지를 못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 고민이었어요. 그래서 정부는 토지의 90%를 사들입니다. 싱가포르 국민들이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살 수 있는 기반은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공공주택에 들어가는 기준이 어떻게 될까요?
방 4개짜리 아파트 기준으로 인 당 월소득이 14,000달러 이하 (약 1,400만 원), 방 3개짜리 아파트의 경우 인당 월 소득 7,000달러 이하 (약 700만 원) 면 들어갈 수 있다고 해요.
가장 일반적인 경우는 부모님과 살다가 결혼을 하면서 집을 구매하는 것이고, 싱글들은 35세부터 구매가 가능합니다.
크게 신축 주택과 리세일 주택 둘 중에 선택이 가능한데, 보통은 시설도 좋고 추후에 판매할 때 비용도 더 좋게 받을 수 있는 신축 주택을 선호합니다. 한 가지 단점은 바로 들어갈 수 있는 리세일 주택과는 달리 최대 3-4년까지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인데, 싱가포르의 젊은 사람들은 피앙세 스킴을 활용합니다. 정부가 결혼 전에도 약혼자들끼리 집을 구매할 수 있게 해 주거든요. 나중에 집이 지어진 후 열쇠를 받고 3개월 이내에 결혼 증명서를 제출하면 됩니다. 따라서, 위약금을 함께 걸어두고 그때까지 집을 살 수 있는 돈을 함께 모읍니다.
싱가포르의 집 값은 어떻게 될까요?
시티 뷰에 수영장, 옥상에 500미터 조깅트랙이 있는 집도 10억 정도면 구매가 가능합니다. 가장 비싼 공공주택이 12억 정도라고 해요. 보통은 방 3-4개 기준으로 5억 정도면 구매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 5억을 다 내는 것도 아닙니다. 집을 처음 구매하는 사람은 최대 1억 2천만 원을 할인해 줍니다. 또한, 부모님과 사는 곳과 2km 이내에 거주하면 20%를 할인해 줍니다. 할인은 자녀 세대뿐만 아니라 부모님 세대에도 적용된다고 해요. 이외에 다양한 보조금과 정부대출제도가 잘 되어있어서, 사회 초년생들도 크게 집값 걱정하지 않고 집을 구매합니다.
정부에게 집을 산 이후에는, 재판매도 가능합니다. 감가상각을 고려하여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책정되고, 정부는 가격을 관리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관리하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민족 할당(Ethinic Quota)입니다.
싱가포르는 다민족국가입니다. 전체 인구의 75%가 중국계, 13%가 말레이계, 9%가 인도계입니다. 1980년대에 정부는 사람들이 민족별로 모여 산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계속 모여 살기 시작하면 다른 민족들을 배척하게 될 것을 우려했어요. 그래서 정부는 민족 할당 제도를 도입합니다. 중국계 최대 89%, 말레이계 최대 25%, 인도계 최대 15% 처럼 한 아파트 내에서 한 민족이 차지할 수 있는 최대 비중을 정하고 입주민을 제한합니다. 덕분에 다양한 민족이 같은 공공주택 단지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고 있어요.
공공주택은 싱가포르 어디에 가든 볼 수 있지만, 티옹바루에 가면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공공주택 단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티옹바루에는 1930년대에 건축된 아파트 단지들이 아직 남아있어요. 3층에서 5층 높이의 아담하고 하얀 건물들이 모여있답니다. 티옹바루 (Tiong Bahru) MRT 역에서 내려서 Kim Pong 로드 쪽으로 5분 정도 걸어가시면 아기자기한 공공주택 단지를 만날 수 있어요. 사람들이 빨래를 널어두고 운동도 하는 실제 생활상을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답니다.
예전에는 공공주택 단지에 Bird Singing Corner가 많았다고 해요. 주말 아침이면 집에서 새장을 가져와서 후크에 매달아 두고, 커피를 마시며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해요. 티옹바루에는 옛 Bird Singing Corner와 벽화가 남아있습니다.
옛날 스타일의 슈퍼마켓도 원형을 보존하고 있어서 정겹습니다.
최근 수년간 티옹바루는 젊은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맛있는 베이커리, 예쁘고 커피가 맛있는 카페, 독립 서점, 라이프 스타일 부티크, 플라워 아틀리에, 레코드 가게들이 생겨났어요.
1930년대부터 지금까지 약 100년의 모습을 조화롭게 품고 있어서 티옹바루가 로컬들에게 사랑받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