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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per Mar 19. 2024

싱가포르 화합의 문화|페라나칸

앨빈은 페라나칸입니다. 아버지도 페라나칸, 어머니도 페라나칸이에요.


여기서 페라나칸은 외국에서 이주한 남성과 현지 여성 사이에 태어난 후손을 의미합니다. 싱가포르가 자유무역항으로 개방된 후 수백 년 동안 많은 외국의 무역상들과 노동자들이 싱가포르로 모여들었습니다. 그중 일부는 로컬 말레이 여성들과 결혼을 하고 정착을 하게 되었지요. 그들은 독특한 문화를 꽃피웁니다.


학교에 가기 전까지 앨빈은 본인이 페라나칸이라는 것에 대해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대요. 학교에 입학할 때도 앨빈은 중국인이라고 체크했대요. 그렇게 학교에 간 앨빈은 본인이 친구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앨빈의 가족은 집에서 영어를 쓰는데, 친구들은 중국어를 썼어요. 옷도, 주로 먹는 음식도, 종교도 달랐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그는 본인의 뿌리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해요. 그렇게 페라나칸 문화에 깊은 애정이 생겼고, 문화재를 모으게 되었다고 합니다.


첫 번째로 수집한 것은 차고 세일에서 발견한 의자였대요. 그때 그는 15살이었습니다. 그 후 40여 년 동안 페라나칸 문화재를 수집합니다. 그렇게 앨빈의 2층 집은 5,000여 점의 페라나칸 문화재로 가득 찬 홈 박물관이 되었습니다. 앨빈은 이것은 직업이 아니라 열정이었고, 자신의 뿌리와 문화를 배우기 의한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그는 이전에 싱가포르 에어라인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린팅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대요. 그렇지만 그의 집은 페라나칸의 이야기가 가득한 공간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과 가르침을 주는 박물관입니다.



앨빈에게 페라나칸 문화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본인은 다양한 문화 조화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어요. 본인과 같은 중국 페라나칸의 경우 전통적인 중국 성씨와 절기의 영향을 받으면서 진화했지만, 음식이나 언어, 의복은 말레이 영향을 많이 받았대요.


페라나칸 여성들은 손재주가 뛰어났던 것 같아요. 요리를 잘하고 바느질을 잘하는 것이 결혼을 위해 중요한 요소라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받았대요. 그래서 그런지 그녀들이 만든 음식, 의복, 도자기 등은 알록달록한 색깔과 독특한 장식으로 아주 아름답습니다.


앨빈은 요새 콜라보레이션을 통해서 페라나칸 문화를 더욱 조화롭게 활용하고 있대요. 스타벅스 프로젝트가 그중에 하나로, 싱가포르 스타벅스에는 페라나칸 디자인의 굿즈를 판매하고 있답니다.


그와의 만남은 한 사람의 호기심과 열정, 그리고 문화에 대한 사랑이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주치앗 로드 (Joo Chiat Road)


카통 지역은 오래전부터 페라나칸들이 모여 살며 본인들만의 문화를 꽃피우던 공간이에요. 카통 지역의 중심가 주치앗 로드 (Joo Chiat)에는 싱가포르 전통 가옥들이 모여있어요. 골목 양 옆으로 파스텔톤으로 줄지어 있는 페라나칸 가옥은 동양과 서양이 결합한 형태로 코린트 양식의 기둥, 지중해식 창문과 덧문 그리고 중국식 유약 타일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페라나칸 하우스 (Peranakan House)


페라나칸 가옥이 가장 잘 보존된 곳은 주치앗 로드에서 쿤셍 로드 (Koon Seng Road) 쪽으로 빠지는 곳에 있는 페라나칸 하우스입니다. 1920년대 지어진 2층 집들로 대문 안에 작은 마당이 있고, 문 앞 기둥을 장식한 다채로운 타일들이 특징입니다. 전체적인 기둥과 창문은 유럽에서 영감을 받았고, 대문 안에 마당과 문 앞 기둥은 중국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싱가포르 전통책자에 늘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공간으로 이국적이고 화려한 느낌, 알록달록한 색감 덕분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입니다.




김츄쿠에창(Kim Choo Kueh Chang)


킴츄쿠에창은 1945년부터 지금까지 페라나칸 전통 요리와 향신료를 팔고 있는 곳이에요. 현재는 페라나칸 전통 의복과 신발, 다양한 액세서리도 함께 판매하고 있습니다.



1940년대 킴 츄 (Kim Choo) 여사가 전통 논야 쌀 만두를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이 기원으로, 현재에는 킴 츄 여사의 딸이 가업을 이어가고 있어요. 여전히 베스트셀러는 논야 쌀 만두입니다. 쌀밥 안에 돼지고기, 닭고기, 채소 등을 넣은 주먹밥이에요.



가게 앞 쪽에 자리를 하고 있는 빨강, 노랑, 초록 알록달록한 디저트의 이름은 논야 꾸에로 페라나칸 전통 디저트예요. 쫀득쫀득한 식감이 떡과 비슷한 달달한 간식입니다.



음식을 판매하는 곳 옆쪽에는 부티크 갤러리가 위치하고 있어요. 페라나칸 식기, 비즈로 만든 신발, 전통 페라나칸 드레스인 케바야, 공예품 등을 판매하고 있고, 의복은 맞춤 제작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케바야는 싱가포르 총리의 부인이 중요 행사 때마다 착용하는 의상이고, 싱가포르 항공 승무원들이 입고 있는 의복이기도 합니다.



페라나칸 문화는 싱가포르의 다양성과 조화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현대 싱가포르 사람들의 모습과도 굉장히 닮아있어요. 싱가포르 사람들은 아시아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서양식 사고를 가지고 있고 다양한 문화에 열려있습니다.


현재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 저처럼 외국에서 일을 하러 온 사람들의 비중은 무려 29%입니다. 200년 전보다 훨씬 다양한 국가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이 싱가포르를 더 다채롭게 만들고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다고 생각해요. 현대식 페라나칸 문화는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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