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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per Mar 23. 2024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며 일하기

어느 날 외국인 상사가 말했다.


"You are too nice."


단번에 칭찬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이 맥락에서 착하다는 것은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견을 더 강력하게 피력하고,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싸워야 영향력 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피드백이었다.


그는 이 분야의 마스터였다. 미팅이나 대화를 통해 자신이 얻고 싶은 것이 언제나 명확했고, 본인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했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나 태도에 따라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을 자유자재로 활용했다. 의견 충돌이 있을 때도 이성적으로 요점에 집중했고, 단호하지만 감정적이지 않은 어조로 원하는 것을 얻어냈다. 우리는 그가 우리 팀의 리더이고 우리 편이라는 것에 감사했다. 그는 언제나 우리 일에 필요한 것을 얻어내는 좋은 리더였다.




또 다른 어느 날, 사장님에게 전화가 왔다.


“하퍼, 오늘 회의에서 몇 점이었던 것 같아? “


사장님은 나를 한국에서 싱가포르 본사로 보내신 분이다. 팀을 옮기고 나서 첫 미팅이었고, 나는 미팅에서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라는 소리를 듣고 자란 터라 50점이라고 할까 하다가, 10점인 것 같다고 대답했다.


“아니, 오늘 하퍼는 마이너스였어. 그 분야 전문가여서 본사로 보냈는데, 미팅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어떡해. 그건 하퍼의 좋은 이미지에 큰 마이너스야. “




나는 조화와 녹아들기를 중요시하는 문화에서 자랐다. 착한 어린이상이라는 것이 있었고, 착하다는 것은 칭찬이었다. 학창 시절 손을 들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친구들을 보면 내 주변 사람들은 나댄다고 말했고, 의견이 강한 사람은 사회적이지 못하다고 표현했다. 겸손은 미덕이었고, 협동은 중요한 가치였다.


다국적 기업에서 유일한 한국인으로 근무한다는 것은 30여 년간 길러온 문화적 센스와 감을 뒤로하고 새로운 소통의 방식을 다시 체득해야 함을 의미한다. 회사가 나에게 원하는 모습은 명확했다. 공격적으로 의견을 피력하고, 상대가 누구든 내 의견을 위해 싸우는 것.


살아남기 위해 나는 스타일을 바꾸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매니저와 코치가 큰 도움을 주셨다.


"자, 생각해 봐. 19층에 있는 큰 미팅룸에 앉아있는 회장님, 사장님, 상무님, 너, 너의 팀원들. 연차는 달라도 IQ는 다 비슷해. 너한테 제일 많은 정보가 있고, 네가 제일 잘 알고 잘하는 일이야. 자신감을 가져."


"정답은 없어. 우리가 하는 비즈니스는 팩트로 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으로 하는 일이야. 모두가 한 현상을 보고 다른 평가와 판단을 내려. 중요한 것은 가장 설득력 있는 판단 (the most compelling assessment)이야. 그리고 나는 언제나 너의 판단을 믿어. 그 판단을 말하고 밀고 나가기만 하면 돼. 그게 비즈니스를 위하는 일이고, 생산적인 일이야."


이 조언들 덕분에 정답을 말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났다. 정답은 없다. 그리고 회사가 내 시간과 경험에서 쌓인 의견을 가치 있게 생각한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 일 년 넘게 훈련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나의 경험과 판단을 믿고 의견을 피력하고, 때로는 갈등에도 맞선다.


그리고, 얼마 전 사장님에게 메일을 받았다.

I am so delighted with the outcome of your coaching.  The best testament to the power of the coaching you received is the visible and vocal change I see in you in meetings and on the floor.  You have so much insight, so much creativity and so many good ideas – I am thrilled that we get to hear more of them, more frequently with your new found assertiveness and influencing skills.

코칭 결과를 보니 기뻐. 코칭의 힘을 입증하는 가장 큰 증거는 회의나 현장에서 보이는 눈에 띄는 너의 변화라고 생각해. 너는 많은 통찰력, 창의력. 그리고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 더 자주 그런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해.




처음 피드백을 받았을 때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었다.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을 바꾸는 동안에도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아 불편했다. 하지만, 피드백과 함께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격려해 준 어른들이 계셨다는 것이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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