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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per Mar 25. 2024

남미의 현관 | 페루 리마

싱가포르에서 암스테르담까지 14시간, 암스테르담에서 리마까지 13시간. 경유 시간까지 포함해서 싱가포르를 뜬 지 약 30시간 만에 페루 리마에 도착했다.


리마는 남미의 현관이라고 부른다. 대다수의 남미 여행자들이 리마로 입국하기 때문이다. 현관이 너무 아름다워 나에게 주어진 2일의 시간이 아쉽게 느껴진다.


여행은 과정의 아름다움을 상기시켜 준다. 따뜻한 햇살의 온도, 온몸을 훑고 지나가는 시원한 바람의 손길, 도시의 냄새. 빠른 길로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느릿느릿 낯선 길을 걸으며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재미를 매일 느끼면 좋으련만 일상의 무게는 과정의 아름다움을 누른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여행이 필요하다.


리마는 선크림 향기가 난다. 그 향기가 어디에서 오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이 향기가 이곳 사람들의 삶을 비추는 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리마의 진홍빛 꽃들은 세상에 저런 색깔도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고, 길가에 아무렇게나 자라고 있는 선인장은 여기가 남미라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다채로운 색감으로 칠한 건물들을 보며 이 알록달록한 색깔들이 나의 흑백 라이프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기를 기원했다.



바랑코 (Barranco) 지구는 페루의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이 지역은 페루의 주요 예술가, 음악가, 디자이너, 사진작가들의 공간으로 유명하며, 문화적 영감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하데 리베라 월드 (Jade Rivera World)


바랑코 곳곳에서 유명한 로컬 아티스트 하데 리베라 (Jade Rivera)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그는 거리가 의사소통의 도구이고 벽화가 보행자와 벽 사이의 대화 소재라고 생각했다. 그는 벽화를 언어로 삼아 인생의 의미, 꿈, 사람과 자연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한숨의 집 (El hogar de un suspiro)이었다.


한숨의 집 (El hogar de un suspiro)


누군가는 한숨의 집이 수줍은 사랑 고백을 나타낸다고 했다.


“사랑하는 이가 우리 생각 속으로 스며들면 내면에서 작은 새가 날개를 퍼덕이는 것 같아요. 그때 한숨을 쉬게 되죠. 그 순간 우리 가슴에는 떨림이 흘러들어와 우리 안의 감춰진 진심을 드러내게 돼요. 한숨은 바람에 부드럽게 흔들리고, 수줍은 속삭임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다시 안으로 들어가요."


다른 사람은 지친 도시 노동자의 내면에 남아있는 꿈을 표현한다고 했다.


나는 전 매니저가 나에게 한 말이 떠올랐다. 그녀는 나를 깃털이 아름다워 새장에 가둬둔 새라고 표현했다. 나의 모험과 자유를 위해 떠나라고 하고도 싶지만, 옆에 두고 아름다운 깃털을 만지고 싶기도 하다고 했다.


새장은 안락하다. 새장은 나에게 먹이를 주고 잘 곳을 제공한다. 글로벌 대기업에서의 삶은 안온하다. 한국에서 상상도 못 할 월세를 나 대신 내주고, 월급 이외의 체류 비용도 두둑이 챙겨준다. 새는 새장에 있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용맹하게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새장을 떠나는 것은 두렵다.


좋아하는 유튜버가 있다. 그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어르신들께 한 가지 질문을 한다.


“인생에서 후회하는 게 있으신가요?”


대답은 보통 비슷하다.


일을 너무 열심히 한 것.

사랑하는 사람들과 충분히 시간을 보내지 않은 것.

더 도전하지 않은 것.


먼 훗날,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새장을 일찍 떠나지 않은 것이라고 하게 될까?


자유 II (Libre II)


하데 리베라 월드에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작품이 있었다. ‘자유 II’라는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을 두고 이런 이야기를 했다.


“마법을 떠올릴 때, 손가락 근처에 작은 벌새가 있는 것을 상상합니다. 그 작은 존재는 자유롭지만, 당신에게 그 마법을 보여주기 위해 모든 것을 걸어요. 깃털의 반짝임과 날개를 펄럭이는 무한한 아름다움, 이것이 그의 마술입니다. 만약 그가 내 손가락에 앉는다면, 마치 그가 나의 영혼을 만지는 것처럼 느껴질 거예요. 그 순간, 그 짧은 마법은 나를 자유롭게 만들 거예요. 잠시 동안, 나는 그와 같이 자유로울 거예요. 이제 벌새는 내 손가락 주위를 돌며 작은 회오리바람을 일으키고 난 후에 떠나요. 그리고 나는 마법에서 깨어납니다. “


우연히 만난 하데 리베라의 작품이 나의 작은 벌새처럼 느껴졌다. 새장 속에 있는 나에게 찾아와 자유의 아름다움을 상기시켜 줘서 고맙다.



Ayahuasca


Ayahuasca는 원래 Berninzon 가족의 별장이었다. 1800년대에 지어진 이 별장은 페루 공화주의 시대의 건축 양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지금은 페루의 정체성이 살아 숨 쉬는 레스토랑이자 바가 되었다.



주방에 들어가서 페루비안 음식의 조리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Lomo Saltado


Lomo Saltado는 페루의 전통 요리로, 부드러운 소고기, 양파, 토마토, 후추, 감자 등을 함께 볶은 요리다. 강력한 열을 받은 팬이나 웍에서 빠르게 조리되며, 간장과 식초를 섞은 소스가 특징이다.


안티쿠초 (Anticucho)


안티쿠초(Anticucho)는 소심막(소의 심장)을 사용하여 만든 꼬치 요리이다. 소심막을 파프리카, 식초, 올리브 오일 등을 섞은 파릴레라 소스에 재워 그릴에 굽는다.


세비체 (Ceviche) | Republica Del Pisco


가장 유명한 페루 음식은 세비체 (Ceviche)다. 고대 페루의 인디오 부족에서 시작된 아주 오래된 음식이고, 스페인 식민 지배기에 유럽 요리의 영향을 받으며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했다고 한다. 세비체는 신선한 철갑상어, 라임 주스, 양파, 고추, 감자, 옥수수 등을 재료로 사용하며 특히 페루의 해안 도시인 리마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페루에서는 매년 10월 첫째 주일을 "세비체 주"로 지정하여 이 요리의 중요성을 기린다고 한다.



Juanito


후아니토는 1936년에 처음 문을 연 칵테일 바다. 간판이 없지만 동네 사람들은 다 아는 오래된 이웃 같은 가게라고 했다. 후아니토라는 이름은 창업자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고, 오늘은 후아니토의 손자분이 직접 피스코 사워를 만들어주셨다.



피스코 사워(Pisco Sour)는 페루의 전통적인 칵테일이다. 이 칵테일은 피스코(Pisco), 레몬주스, 설탕 시럽, 신선한 달걀흰자 및 약간의 앙고스투라 비터로 만든다. 피스코는 포도 브랜디로 도수는 40도 정도 되고, 꽃향기와 과일향이 강하다. 피스코 사워는 레몬주스의 신선한 산미와 피스코의 강렬한 향을 조화가 뛰어나다. 설탕 시럽은 달콤함을 더해주며, 달걀흰자는 부드럽고 크리미한 텍스처를 만든다. 마지막으로, 후아니토의 손자분은 앙고스투라 비터로 우리 얼굴을 그려주셨다.


피스코 사워를 마시며 영국에서 온 교도관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6년째 교도소에서 일하고 있고, 마약 사범들을 교육하는 일을 한다고 했다. 평소에 만나지 못할 사람들과 처음 보는 음식과 술을 함께 나누는 것, 이것이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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