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싱가포르 집으로 돌아오는데 6일이 걸렸다. 시설 격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30시간 비행을 마치고 싱가포르에 도착했을 때는, 빨리 집에 가서 씻고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싱가포르 워크 패스를 가진 사람은 입국 절차가 간단하다. 도착 카드를 온라인으로 작성하고, 건강 정보를 입력하면 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바로 집에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마지막 질문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 6일 간 남미 국가를 방문했나요?”
Yes!
Yes에 체크하고 자동 출입국 심사대를 통과하려는데, 기계가 나를 가로막았고 곧 직원이 나를 따로 불렀다.
“황열병 백신 증명서가 있나요?”
나는 황열병 백신을 맞지 않았다. 여행을 갈 생각에 들떠 남미에 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만 생각했지, 남미에 갔다가 집에 올 때 무엇이 필요한지는 확인을 안 한 것이다. 결국, 나는 모기가 없는 시설에서 6일간 격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간단한 건강 검진 후 시설에 보내질 때까지 약 4시간을 공항에서 대기해야 했다.
4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도착했다. 그중에 한 사람은 지위가 높아 보였다. 격리 절차를 안내하는 사람에게 한껏 화를 내더니 비서에게 전화를 했다.
“진짜 최악이야. 난 시설에 안가. 다른 나라 호텔에 가서 인간답게 지낼 거니까, 바로 어디서 묵을 수 있는지 알아봐.”
6일간 그의 기준에서 ‘비인간적으로‘ 지내야 한다는 자각과 함께, 주말 저녁에 그의 짜증스러운 감정을 받아내고 있는 그의 비서와 공항 담당자에게 마음이 쓰였다.
4시간 후 한쪽에는 권총, 다른 한쪽에는 곤봉을 찬 남자 두 명이 우리를 에스코트하러 왔다. 도대체 어떤 시설에 보내려는 걸까 궁금해졌다. 머릿속에는 교도소 시설이 그려졌다. 두 남자는 우리를 택시에 태워서 보냈고, 약 10분 후 우리는 엑스포 홀에 도착했다.
엑스포 홀은 싱가포르에서 가장 큰 전시 및 콘퍼런스 장소다. 코로나 이후 일부 장소를 격리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방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갈했다. 침구와 간단한 세면도구, 수건 등이 지급되었다.
엑스포 안에 큐피클은 만들었기 때문에, 햇빛은 볼 수 없었다. 모기의 위험을 막기 위해 잠가놓은 창문 밖으로 병상 침대 뷰가 펼쳐졌다.
하루에는 세끼가 꼬박꼬박 제공되었다. 아침은 7시, 점심은 11시, 저녁은 6시경에 방 밖으로 배달되었다. 원하면 배달 어플을 통해 음식이나 식료품을 주문할 수 있었고 역시 방으로 가져다주었다.
하루에 두 번씩 전화가 왔다. 주로 건강 상태와 더 필요한 것이 없는지를 확인했다. 전화 넘어 목소리가 친절하고 따뜻했다. 간식과 커피도 넉넉히 넣어주었다.
32도의 싱가포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방이 춥게 느껴졌다. 에어컨을 단 한 번도 틀지 않았고, 담요를 추가로 요청했다. 화상을 미팅하는 내내 발이 차가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정해진 시간이 흐른 후, 12시 정각에 관리자가 문을 두드렸다. 나가는 절차는 아주 간단했다. 방 번호를 말하고, 타고 갈 택시 번호를 전달하니 끝이었다. 하늘이 흐렸지만 오랜만에 햇빛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택시가 도착하고, 관리자가 손을 흔들어주었다. 나도 손을 흔들었다. 드디어 자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