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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per Jun 24. 2024

장인의 간장을 파는 상인 | 일본 도쿄

장인간장(Shokunin Shoyu)의 3가지 전략

일본인의 연간 간장 소비량은 7리터라고 합니다 (출처: KATI). 연간 2.3리터를 섭취하는 한국인과 비교해 보면 그들이 얼마나 간장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어요.


간장의 일본식 이름인 쇼유는 1500년대의 일본어 사전에 처음 등장하나, 그전부터 액체 조미료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간장은 다양한 재료의 풍미를 최대한 끌어내고, 식욕을 돋우는 향을 내며, 요리에 색을 더합니다. 간장은 다재다능합니다.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 5가지 맛을 모두 낼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요리와 잘 어울리지요. 그래서 간장은 일본 요리 문화에서 오랫동안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사실 간장을 빼고서는 일본 요리를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일본에는 간장 장인들이 많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꼬만 간장은 35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히게타 간장은 무려 400년이 넘었습니다. 이 외에도 일본 전역의 크고 작은 양조장에서 간장을 만드는 장인들은 무척 많습니다. 


최근 중소 간장 장인들이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식사메뉴 다양화와 여성의 사회생활로 인해 간장 내수 시장 규모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었거든요. 대신 수출 시장은 크게 성장했기 때문에 글로벌하게 사업을 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호황을 누려도, 일본 시장에 집중하는 작은 간장 업체들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장인들은 좋은 간장을 만드는 데에는 강점이 있었지만, 브랜딩을 하고 영업을 하고 해외 판로를 개척하는 일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어요. 그때 등장한 것이 영업사원 출신의 상인, 타카하시 만타로였습니다. 


타카하시는 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3년을 근무하고 사업을 하기 위해 퇴직합니다. 본인이 가진 영업 능력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전통 산업이나 지역 산업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 타카하시는 자동차에서 라디오를 듣고 있었어요. 어린이에게 어떤 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냐는 질문에 아동문학연구자 시미즈 마사코가 ”오랫동안 읽히고 있는 책이 좋아요. “라고 대답을 했는데 그 순간 머릿속에서 전구가 켜졌습니다. 사람들이 오랫동안 읽는 책은 시간이 증명하고 사람이 인정한 증거라는 내용이었는데, 얼마 전 리스트업한 전통산업도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대요. 


전통산업에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타카하시는 일본 전역을 여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여행을 통해 고기와 칠기, 버섯에 이르기까지 300가지 아이템이 나왔다고 해요. 


그러다 문득 어머니의 질문이 생각이 났습니다. 받은 간장이 맛있어서 인터넷으로 사고 싶은데,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해도 괜찮은 거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온라인 쇼핑을 낯설어하던 어머니가 처음으로 인터넷으로 구매한 제품이 간장이었다는 것이 떠오른 것입니다. 타카하시는 일상적이고, 일본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지만, 온라인 쇼핑 초보자가 온라인으로 주문할 만큼 무차별적인 제품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간장을 사업 아이템으로 정합니다. 


간장에 대해 어느 정도 공부를 한 후, 타카하시는 시장 조사를 위해 백화점 간장 매장에 갔다가 충격을 받습니다. 벽에 진열된 간장 중에서 어떤 간장을 선택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거든요. 공부를 하고 왔는데도 이 정도니, 일반적인 사람들은 절대 제대로 간장을 고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장인간장 (Shokunin Shoyu)이라는 간장 편집숍을 만들었습니다. 장인 간장은 타카하시가 전국 각지의 400개 이상의 간장 양조장을 방문해 선택한 100개의 간장을 파는 간장 전문점입니다. 



간장은 미생물이 만드는 발효 조미료라고 하지만, 다른 양조품에 비해 사람 손이 더 많이 간다고 합니다. 사람 손을 타며 맛이 다양하게 발전을 했습니다. 긴자에 있는 장인간장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하니, 점원분께서 옅은 색의 짠맛이 강한 시로, 우수쿠치 간장, 단맛이 강한 아마쿠치 간장, 가장 보편적인 코이쿠치 간장, 진한 색과 향을 내는 사이시코미, 타마리 간장이 있다고 알려주셨습니다. 



여전히 고르기가 쉽지 않지요? 그래서, 장인간장의 ‘상인’은 3가지 전략을 세웠습니다. 


1. 간장의 맛이 아니라 고객의 용도에 주목


고객은 간장을 먹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먹습니다. 장인간장은 그래서 고객이 먹는 음식에 주목합니다.


시로는 드레싱으로 사용하기 좋고, 우수쿠치는 두부나 야채와 잘 어울립니다. 아마쿠치는 밥이나 생선찜에 적합하고, 코이쿠치는 생선튀김과 계란, 사이시코미는 붉은 사시미나 스테이크, 타마리는 체리야키의 맛을 살립니다. 



장인간장은 여기서 더 나아가 패키지 라벨 자체를 곁들여 먹으면 좋을 음식으로 디자인합니다. 



간장의 맛의 차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용도 (job-to-be-done)에 집중한 거예요. 이는 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간장의 맛에 집중했다면 ‘옅은 짠맛에 감칠맛이 강하고 끝맛은 단 간장’과 같은 표현을 제품 라벨에 사용했을 거예요. 하지만 장인간장은 계란 이미지로 설명을 대신합니다. 제품이 아니라 고객이 사용하는 용도, 즉 계란을 맛있게 먹는 것에 집중하고, 이를 가장 직관적으로 패키지에 표현한 거예요. 


많은 경우 브랜드들은 제품이 어떻게 다르고, 과학적으로 얼마나 좋은지 설명하는 것에 매몰되어 고객이 사용하는 용도를 뒷전으로 합니다. 고객들을 더 혼란스럽게 하는 지름길입니다. 


장인간장처럼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이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면 고객이 선택하기 쉬워집니다. 


2. 용기 변화로 고객의 구매 습관 변화 


일반적으로 간장은 리터 단위로 판매합니다. 하지만, 장인간장은 100ml의 작은 사이즈 병만 판매를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양조장들의 반대가 있었어요. 작은 크기로 팔면 한 번에 많이 팔 수 없어 이익이 충분히 나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타카하시의 생각은 달랐어요. 하나의 음식마다 적합한 간장으로 조리하려는 목적이기 때문에 소용량으로 구성하고, 대신 다양한 간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것이 고객의 구매패턴과 습관을 바꾸고, 궁극적으로 간장을 더 많이 소비할 수 있게 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다카하시의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100ml 간장은 용량 당 가격은 대용량 간장에 비해 높았지만 절대 가격이 500엔 (약 5천 원)으로 고객이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고객들은 자신이 자주 먹는 요리에 맞춰 3개 혹은 5개 세트를 주로 구매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객단가가 더 높았습니다. 이렇게 간장에 입문한 고객들은 더 자주, 더 세분화된 간장 소비를 하면서 간장 산업 성장에 기여했어요. 



3. 소비자의 시간을 점유하는 컨텐츠


하루 24시간을 살아가면서 간장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간장업계 종사자가 아니면, 간장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은 극히 드물 거예요. 간장이 떨어질 때쯤 다시 사야지 생각하고는 다음에 구매할 때까지 아예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하지만 요리와 레시피는 달라요. 레시피를 공유하는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는 어마어마하고, 요리를 하는 몇 시간을 즐거움으로 삼는 분들도 많지요. 


그래서 장인간장은 장인간장에서 판매하는 간장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 레시피를 공유합니다. 간장에 대한 컨텐츠를 만들었다면 아무리 재미있어도 고객들이 계속 관심을 갖지 못할 거예요. 그렇지만 레시피는 다르지요. 이렇게 장인간장은 고객의 관심사에 장인간장을 끼워 넣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장인간장은 (1) 고객의 용도에 집중하고, (2) 소비자의 습관을 변화시키며, (3) 고객의 관심사에 제품을 자연스럽게 끼워 넣어 그들의 시간을 점유하는 전략으로 간장 산업을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요리를 거의 안 하는 저도 살 생각 없이 방문했다가 여러 개를 구매할 수밖에 없었어요. 


도쿄에 가시는 분들은 장인간장에 방문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장인간장 (職人醤油: Shokunin Shoyu)

마츠야 긴자점 지하 2층

〒104-8130

도쿄도 주오구 긴자 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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