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타야는 서점을 중심으로 라이프스타일 제안형 상업 시설로 진화했습니다. 츠타야의 창업자 마스다 무네야키는 지적자본론에서 “서점은 책을 판매하는 장소에서 구입하는 장소로 전환되어야 하며, 고객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공간을 구성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는데요. 서점은 책의 판매 장소가 아닌 구입 장소라는 이 생각의 차이가 츠타야 철학의 근간이 되고, 다른 서점과 차별화되는 공간을 만드는 힘이 되었습니다.
비즈니스에서 답을 발견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기획자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들면 되고, 마케터는 고객이 있는 곳에서 고객이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면 되며, 창업가는 고객의 문제를 풀면 됩니다. 단순하지만 실제로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아닌 브랜드가 원하는 것을 만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마스다 무네야키는 고객의 입장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츠타야를 진화시켰습니다.
“다이칸야마점을 만들 때도 바로 앞 카페 미켈란젤로에서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쭉 지켜봤다. 쉬는 날에도, 비 오는 날에도, 찜통더위에도, 아침에도, 점심에도, 저녁에도, 통근하는 고객의 기분을 이해하려고 역에서 매장까지 수차례 걷기도 하고, 무더운 날 야외에 주차했다가 시트가 뜨거워진 것을 보고 그늘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했다. 그렇게 고객의 기분으로 답을 찾고 성실하게 그 답을 실현하면 고객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인데 하는 사람은 적다.”
다이칸야마를 기획할 때 그는 매주 주말마다 카페 미켈란젤로를 찾았다고 해요. 그리고 테라스에서 카페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특징을 깨달았대요.
반려동물을 데리고 나온 부유해 보이는 고령자들이 다는 것. 유모차를 끄는 엄마들이 많다는 것. 그리고 비싼 외제차를 세우고 차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손님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일본에서 ‘프리미어 에이지’라고 부르는 60세 이상 고객을 위해 책 구색, 운영 시간, 건물 입구 구성을 달리했습니다.
요리, 건강, 여행에 관심이 많은 그들의 니즈를 반영하여 관련된 책과 잡지를 비치했습니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담은 코너도 마련했습니다. 해당 코너의 안내판은 다음과 같은 질문과 제안을 던집니다.
당신이 탐구하고 싶은 질문 (Questions for your quest)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수익을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만이 제공할 수 있는 고유한 가치는 무엇일까?
조직의 일체감과 구성원의 자기실현을 어떻게 동시에 이룰 수 있을까?
생태와 경제는 조화될 수 있을까?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기술은 무엇일까?
사회에 기여하면서 자산을 형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교양 교육을 받으면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 일을 놀이처럼 즐길 수 있을까?
100세 시대에, 당신이 탐구하고 싶은 질문은 무엇인가요? 매일 출판되는 수많은 책들 중에서, 질문을 심화시키는 열쇠가 될 책을 엄선했습니다. 당신의 질문에 울림을 주는 한 권을 찾아보세요.
프리미어 에이지는 하루를 일찍 시작한다는 것에 착안하여 아침 7시부터 매장을 운영합니다. 또한, 그들은 자동차 대신 택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건물 입구에 택시 승강장을 만들었습니다.
유모차를 끌고 오는 엄마들을 위해서는 소아과 병원을 입주시킵니다. 3층의 소아과에서 나온 후에는 2층의 키즈 코너, 1층의 장난감 매장에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비싼 외제차를 모든 고객들을 위해서는 자동차 코너를 따로 만듭니다.
그리고 다이칸야마 주변에는 독립한 크리에이터 사무실이 많기 때문에, 이들이 기획할 때 영감이 될 수 있는 잡지, 서적, 영화나 음악을 모은 살롱을 만들고 안진 라운지라 이름을 붙였습니다. "안"(安)은 편안함을 뜻하고, "진"(晋)은 발전과 전진을 뜻합니다. 츠타야를 방문한 손님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했으면 하는 마음과,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크리에이터들이 일본을 발전시켰으면 하는 생각으로 지은 이름 같아요.
마스다 무네야키는 말했습니다. “1789년 프랑스혁명 전에 이대로의 프랑스는 안된다고 생각한 지식인과 뜻있는 사람들이 파리의 카페에 모여 프랑스혁명이 성공했다. 안진 라운지도 프랑스혁명의 시작점이 된 카페처럼 되었으면 한다. 이대로의 일본은 안된다고 생각하는 지식인들과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새로운 일본과 도쿄의 거리를 의논하여 바꿔갈 수 있는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
라운지에서는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 영화, 사진, 음악 등에 대한 방대한 책과 오래된 아카이브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 앉아 사색을 하고 글을 쓰니 크리에이터들의 오피스이자 현인들의 살롱에 앉아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안진 라운지의 대화에서 시작한 일본의 변화를 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스다 무네야키가 건물을 설계할 때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휴먼 스케일입니다. 사람이 편안하고 안락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 것입니다.
다이칸야마 츠타야에 가면 2-3층으로 이루어진 건물 3개가 있습니다. 건물 앞에 T가 츠타야 (Tsutaya)의 T-SITE를 상징합니다.
브랜드 입장에서 비즈니스 스케일을 고려했다면 하나의 큰 빌딩을 더 높게 지었을 거예요. 그렇지만, 마스다 무네야키는 방문하는 사람 입장에서 휴먼 스케일로 건물을 짓습니다. 그리고 주차장도 적당한 크기로 아늑하게 만들어요. 사람이 너무 북적여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사람 수를 제한한 것 같아요.
건물이 너무 크면 그 크기에 압도됩니다. 사람 친화적이기보다는 상업적인 느낌이 들고, 길을 찾기 어렵거나 고객에게 혼란을 주는 공간이 되기 쉽습니다. 적당한 크기와 높이, 그리고 너무 북적이지 않는 공간이 츠타야 내의 콘텐츠와 디자인 감각, 조도와 어우러져 편안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3개의 동은 각 테마에 맞게 공간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건물을 나눔으로써 공간을 분리하면서도, 벽면을 유리창으로 만들어 개방감을 주고 한 공간처럼 느껴질 수 있게 했습니다.
각 동은 1층 보행자 거리와 2층 브리지로 연결했습니다. 건물과 건물을 연결하는 공간에 나무를 심고, 테이블과 의자를 두었습니다. 시각적 변주를 주고 고객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여 고객이 더 다채롭고 편안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배려한 것입니다.
마스다 무네야키는 획일적인 매장이 아니라 지역의 독자성을 토대로 지역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특색 있는 매장을 지향합니다. 다이카야마 T-SITE에 이어 2호점은 쇼난에 열었는데요, 쇼난은 다이칸야마와는 다른 고객들이 있는 곳입니다. 쇼난은 도쿄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바닷가 동네로,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가족들이 자연 안에서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기 의해 이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쇼난점은 아이가 있는 35세 전후의 슬로라이프와 취미 생활을 즐기는 젊은 가족을 타겟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이곳은 요가 스튜디오, 카메라 전문점, 프랑스 레스토랑, 가구점, 유럽의 유명한 완구 전문점, 아이들을 위한 학원으로 채워졌습니다.
지역의 고객을 관찰하는 다정한 시선과 그들의 니즈를 채우는 날카로운 전략이 돋보입니다.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는 비즈니스가 승리합니다. 오프라인 매장, 소셜미디어, 게임, OTT, 교육 등 다양한 업계에서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습니다. 츠타야도 예외는 아닙니다.
츠타야는 2019년 셰어 라운지를 론칭했습니다. 셰어라운지는 공유 오피스의 편리함과 라운지의 편안함을 결합한 공간입니다. 엄선된 가구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1인석부터 여러 명이 이용할 수 있는 박스석, 회의나 모임을 할 수 있는 룸을 마련하고 라운지처럼 무료 음식, 간식, 커피, 음료, 주류를 제공합니다.
도쿄에 있는 동안 시부야, 롯폰기, 다이칸야마에 있는 츠타야 셰어라운지를 방문했는데 지역에 따라 모습이 달랐습니다.
롯폰기 힐즈의 셰어라운지는 업무나 공부를 하기에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파티션이 있는 좌석이 많았고, 편안한 의자를 두어 오랫동안 앉아 있어도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컴퓨터 모니터를 활용할 수 있는 자리도 많았고, 멀티탭, 충전기, 책 받침대, 모니터 받침대 등 각종 사무용품도 대여해주고 있었습니다.
시부야의 셰어라운지는 카페 분위기로 꾸며졌습니다. 의자는 대부분 나무였는데, 유동 인구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오래 앉아있는 사람들을 타겟하기보다는 잠시 머물다 갈 사람들에 집중하는 것 같았습니다.
대신 음식과 음료 코너가 무척 컸어요. 견과류, 과자, 커피, 차, 맥주뿐만 아니라 냉동식품까지 구비하고 있었어요. 음료와 식품의 구색이 대형 편의점보다 많을 정도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시부야 츠타야는 팬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아이돌, 포켓몬카드,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피규어를 좋아하는 팬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가득합니다.
지하 2층에 있는 엔터테인먼트 원더랜드에는 주로 일본 및 해외 유명 아티스트와 아이돌의 음반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기간 한정 팝업 스토어에서는 CD, DVD, 포토북 등의 판매는 물론 시부야 츠타야 한정 상품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포켓몬 카드 라운지에서는 고급스러운 맞춤 제작 경기석에서 음료와 스낵을 즐기며 편안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가져온 카드로 플레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필요한 아이템을 무료로 대여할 수 있습니다. 상품 판매 구역에서는 포켓몬 카드 게임 관련 상품과 오리지널 상품을 판매합니다.
“IP 서점”은 주로 만화, 피규어, 굿즈 등을 판매합니다. 반 이상이 시부야 츠타야 한정판 상품으로, 이곳에서만 살 수 있는 물건과 경험을 제공하며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애니메이션, 만화, 아티스트, 다양한 IP와 협업하는 '콜라보레이션 카페'에서는 캐릭터와 작품에 관련된 오리지널 메뉴와 디저트도 맛볼 수 있습니다.
츠타야는 소비자가 방문해야 할 이유와, 그곳에서 시간을 오래 보낼 수 있는 이유를 마련해 그들의 시간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츠타야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가 계속되는 변화라고 하는데 다음에 방문할 때는 어떤 식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들의 시간을 점유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