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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per Jun 25. 2024

나다움으로 브랜드 위기를 극복한 MUJI | 일본 도쿄

MUJI는 1980년에 탄생했습니다. 당시 일본은 전례 없는 경제적 호황을 누리고 있었고, 시장에는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제품들이 넘쳐났어요. 무지의 일본 이름인 무인양품(無印良品)은 도장이 찍혀있지 않은 좋은 제품이라는 뜻입니다. 상표에 기대지 않고 제품의 본질에 집중하여 승부를 보겠다는 브랜드의 지향점이 잘 나타납니다. 무인양품은 기능과 상관없는 디자인과 패키징을 최대한 단순화하되 뛰어난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데 집중했고, 그 간결함이 사람들을 사로잡았습니다.


20년간 승승장구하며 ‘무인신화’로 불리던 무지는 2001년에 위기를 맞습니다. 무려 38억 엔의 적자를 내며 휘청였고, 사람들은 '무인양품의 시대는 끝났다'라고 이야기했어요.


무지가 위기를 맞은 데에는 크게 3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1. 브랜드 가치의 약화


지속적으로 성장하던 무인양품의 이익이 처음으로 감소하기 시작한 원인은 연이은 대형점포 출점으로 대형 투자가 들어간 것, 그리고 대형점포를 채워 넣기 위해 상품을 무리하게 늘린 것이었습니다. 4년 반 사이에 무려 상품 수가 2배나 늘었다고 해요. 그러다 보니 상품 하나하나의 퀄리티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브랜드를 이끄는 히트 상품이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그 배경에 있는 것은 무인양품이라는 이름에 의지한 경영진의 안일함이었습니다. 매장만 내면 팔리고, 제품만 내면 팔린다고 과신하고 있을 때 경쟁사들은 무인양품의 제품을 연구하여 같은 품질의 제품을 30% 이상 저렴한 가격에 내놓았습니다. 무지 브랜드가 주는 가치가 떨어져 버린 것입니다.


2. 브랜드 정체성에서 벗어난 제품 전략


브랜드 성장이 둔화되거나 실적이 급해지면 브랜드들은 평소에는 하지 않을 선택들을 합니다. 기존 사업 영역에서 벗어나 미개척 시장에 진출하거나, 신규 소비자 집단을 타겟하기 위한 상품을 만들거나, 트렌드나 유행을 좇으며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시도합니다. 급해서 눈앞에 있는 이익만 좇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브랜드의 영역을 넓혀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브랜드의 근간을 무너뜨리며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무지의 경우도 그랬습니다. 실적이 부진해진 무지는 제품부터 수정합니다. 원래 무지의 제품 컨셉은 자연의 색과 천연 소재였어요. 당시 상품 개발자는 모노톤만 있으니 심심하다는 요구에, 다채로운 색상의 상품이 실적 회복의 돌파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화려한 상품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직원들도 실적 약화를 극복하는 일에 필사적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스타일의 옷이 완성되자 적극적으로 홍보했습니다. 평소의 무지와 다른 신선함이 있었기 때문인지, 한동안은 잘 팔렸습니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어요. 무지의 고객들은 다른 브랜드에는 없는 것을 찾아 무지를 찾아옵니다. ‘무지다움’을 잃고 나니, 고객이 무지에 굳이 찾아올 이유가 없어진 것이죠.


무지의 마쓰이 사장이 말했습니다. “자연의 색과 천연 소재를 사용해 심플한 것을 만든다는 브랜드의 근간에 해당하는 부분은 바꿔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실적이 악화될 때 전략이나 전술의 수정을 도모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건드려선 안 되는 축을 건드리면 고객은 떠나간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제품 전략을 세울 때는 CORE와 MORE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CORE는 소비자가 브랜드를 선택하는 이유이자, 브랜드의 중심축이 되는 제품입니다. 이는 브랜드의 근간이 되지만, 신제품을 만들 때 새롭지 않다는 이유로 등한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지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브랜드의 중심축인 CORE를 강화하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새로운 시도를 할 때는 MORE의 개념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MORE는 '변주'입니다. 음악에서 변주란 하나의 주제를 다른 선율, 리듬, 화성으로 변형하는 것을 말합니다. 변주는 다른 곡이 아니에요. 변주된 소재는 원형과 다르지만, 여전히 하나의 곡입니다. 브랜드를 확장할 때도 변주의 원칙을 적용해야 합니다. 브랜드의 중심축과 연결이 되고, 전체 브랜드를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확장만이 브랜드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3. 일관성 없는 실행


전략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입니다. 소비자가 보는 것은 전략이 아니라 실행이기 때문입니다.


당시에 무지는 점장의 감각과 경험에 의존해 점포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점포마다 분위기도, 매장 구성도, 접객 등의 서비스도 달랐어요.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고객이 일관적인 브랜드 경험을 하는 것이 불가합니다. 여기서 무지의 매뉴얼 <무지그램>을 만들어야겠다는 발생이 탄생했습니다.




위기의 무지를 회생시키기 위해 구원투수로 등장한 사람이 당시 사장으로 취임한 마쓰이 타다미스와 아트 디렉터 하라 켄야였습니다. 두 사람은 무지의 3가지 문제를 해결하며, 브랜드를 다시 일으켜 세웁니다. 2001년 전례 없던 적자를 기록한 무인양품은 2년 내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2005년에는 사상 최대 매출을 갱신하며 매출 1401억 엔, 이익 156억 엔을 기록했습니다. 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1. 본질에 집중하여 브랜드 가치 제고


무지는 물건의 본질과 제품의 품질에 집중한다는 브랜드의 지향점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이전에는 생산 공정과 패키징을 간소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시기부터는 제품의 본질에 집중하고 품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보완해 나갔습니다. 이는 비슷하지만 다른 뉘앙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간소하고 저렴한 제품보다는 본질만을 남긴 기본에 충실한 제품에 더 중점을 둔 것입니다.  


하라 켄야는 말했습니다. “우리는 ‘젊은이에게 맞는 테이블’이나 ‘나이 든 커플의 침실에서 사용하는 테이블’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다. 최대한 단순한 디자인으로 다양한 생활환경에서 사용되고, 어디에나 어울리는 테이블을 만든다. 이것이 무인양품이 보는 디자인의 우수성이다.”


이렇게 무지는 유행이나 환경에 영향을 받는 디자인에 집중했습니다. 철저히 기본과 보편을 지킨 것입니다.


2. 뚜렷한 정체성 구축과 시각화


무지는 브랜드의 철학과 정체성을 구축하고, 이를 시각화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2003년에 시작한 '파운드 무지' 프로젝트입니다. 파운드 무지는 시대와 국경을 넘어 무지를 찾는 여정을 의미합니다.


무지는 전 세계를 여행하며,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제품의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일상생활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제품을 발견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렇게 세계 각지에서 무지다운 것을 찾아, 브랜드의 비주얼 아이덴티티와 무지만의 기준을 만들어갔습니다.


자작나무 바구니를 짜기 위한 목재 도구|핀란드
개인용 의자|중국
수공예품|태국


2011년에는 무지 1호점인 아오야마점을 리모델링하여 파운드 무지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했습니다. 이곳은 무지가 만든 물건을 파는 매장이 아닙니다. 전 세계에서 수집한 무지다운 물건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매장입니다. 무지는 이곳이 일상생활의 본질을 발견하고 현대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안목을 키우는 장소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무지를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지의 모든 상품에는 간결함 속에 숨겨진 지성과 감성, 단순함 속에 살아있는 본질에 대한 초점이 빛납니다. 40종에서 시작한 무지의 상품은 현재 7,000종이 되었지만, 따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세계를 이룹니다.


3. 일관적인 브랜드 경험


중구난방인 점포 운영을 개선하고, 고객에게 일관성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무지그램>이라는 매장 매뉴얼입니다. 무지그램은 매장의 레이아웃부터, 물건을 진열하는 법, 인사하는 법, 마네킹 코디하는 법, 계산 대응을 하는 법, 위기에 대응하는 법 등 모든 일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노하우를 담고 있습니다. 덕분에 전 세계 어떤 무지를 가더라도 우리는 같은 느낌을 받고, 같은 경험을 합니다.



즉, 위기의 무지를 구한 것은 무지다움이었습니다. 본질에 집중한 제품, 뚜렷한 브랜드 아이덴티티, 일관성 있는 브랜드 경험이 '무인양품 (無印良品): 브랜드가 없는 좋은 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고, 고객이 무지를 찾아야 할 이유를 만들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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