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안 어울리는 게 어딨어?

내가 나를 사랑하는 건 행복의 필수 요소

by 한열음

나는 어떤 옷들도 좋아한다. 청바지도, 면바지도 좋고, 짧은 치마나 원피스도 좋다. 이것저것 달려 거추장스러워 보이는 옷들도 즐겨 입고 가끔은 깔끔한 복장도 선호한다. 원하는 디자인의 옷들은 거의 다 사는 편이다. 내가 원하는 옷을 집었을 때, 엄마는 대보거나 입어보고 사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 말에 나는 항상 똑같이 대답한다.


“나한테 안 어울리는 게 어딨어?”


마치 탑 연예인이나 할 것 같은 말이지만 놀랍게도 내 머릿속을 거치기도 전에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말이다. 부끄러울 것도 없는 게 나는 저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는 키도 적당하고, 딱 보기에도 건강해 보이며 잘 웃는 사람이다. 나는 내 얼굴이 너무 좋고 나 자신이 귀엽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내가 마음에 드는 옷이라면 나한테 안 어울릴 리가 있을까?





이런 나를 보고 부럽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키는 크지 않은 채 몸무게가 8kg 정도 늘어났다. 어느 순간 엄마는 나에게 왜 이렇게 살이 쪘냐고 물었다. 그제야 나는 내가 살이 쪘다는 걸 깨달았다. 그 뒤로는 안 해본 다이어트가 없었다. 남들과 끝없이 자신을 비교했다. 나를 도축장의 돼지고기처럼 허벅지, 종아리, 팔뚝, 허리들로 분리하여 매일같이 둘레를 쟀다. 그게 나를 좀먹는 일이었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내가 변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고등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이 3kg 정도 빠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이유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을 치켜세우는 장난이 유행했었다. 습관처럼 나 너무 귀엽다, 오늘도 완벽하다, 이런 말들을 주고받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정말 그렇게 느껴졌다. 내 사진을 보아도 예쁘고 좋았다. 나는 항상 내가 뚱뚱하고 못생겼다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보다 훨씬 마르고 귀여운 얼굴이었다. 여태까지 내가 보았던 건 누구였을까.


그때부터 나는 나를 위해서 살았다. 내가 좋아하는 옷들을 입고, 좋아하는 액서서리를 했다. 누가 뭐라 해도 나는 좋았다.





어느 날 집을 정리하다 중학교 시절 사용했던 휴대폰을 발견했다. 그 휴대폰에는 열네 살의, 열다섯 살의, 열여섯 살의 내 사진이 있었다. 그 사진을 찬찬히 넘겨보던 나는 내가 몰랐던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너무 미워했던 그때의 나는 지금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모습이었다. 나는 여태껏 내가 나를 사랑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내가 살이 빠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살이 다시 찐다면 나를 다시 미워하게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나는 항상 똑같았다.


바뀐 건 나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었다. 그때의 나는 나를 제대로 마주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의 평가만 듣고 나를 외면했었다. 어른들이 내뱉는 건강해졌다는 말이나, 왜 이렇게 다리가 두껍냐는 친구들의 말은 나를 가두기에 충분했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고 있다. 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법을 알고 있다.




나는 아름답기 위해서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의 몸은 외관적 아름다움을 주는 요소가 아니어도 된다. 그저 아프거나 불편한 곳 없이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 설령 아프더라도 그건 나를 사랑하는데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를 사랑하는 법은 어렵지 않다. 내면의 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나의 행복이 기쁘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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