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구찜

그곳처럼, 그런 맛

by 한열음




서울에 올라오기 전에 찜을 먹었다. 나의 최후의 만찬이었던 화요일 저녁의 식사였다. 아구 살을 발라 콩나물과 함께 입에 넣으니 뜨겁고 매콤했다. 찜 속에 있는 아구는 어쩜 그렇게 맛있을까. 살이 탱글탱글하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건 아구임에 틀림없다. 밥을 두 공기를 먹고서 반찬 대신 배달 온 식혜 한 그릇을 비우니 만족스러웠다.
















외가 쪽이 요리를 못하는 건 유전인 건지, 외할머니도 엄마도 모두 요리를 못했다. 못했다기보다는 솜씨가 없었다. 그나마 엄마의 음식은 대체적으로는 평균 이상이었으면 맛이 있는 것도 간혹 있었다. 하지만 할머니의 음식은 글쎄, 게찌개와 탁새를 제외하고는 손이 가지 않는 맛이었다.


할머니는 어릴 적에는 너무 귀한 대접을 받아서, 크고서는 장사로 정신이 없어서, 요리를 해본 적이 별로 없으셨다. 먹어본 적은 있어도 해본 적은 없으니 평생을 요리만 해온 마산 할머니와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집밥이니, 할머니의 밥상이니 하지만 닭볶음탕을 만들었다가 된장이냐는 소리를 들은 나를 생각했을 때 다 부질없는 소리다. 내 요리 실력은 들인 시간과 노력, 돈에 비하면 사 먹는 게 나을 정도이기에 외할머니가 요리를 못하시는 것도 비슷한 문제이다.



사 온 것 하나 없이 장-된장, 고추장-부터 손수 만드는 마산 할머니와 다르게 외할머니의 밥상에는 언제나 기성품이 끼여있었다. 이기적인 손녀의 입장에서는 맛이 있는 게 제일이고, 그다음으로는 할머니가 힘들지 않은 게 중요하니 여러모로 옳은 선택이었다.




그중 가장 많이 나를 반기는 건 아구찜이었다. 우스운 건 마산 아구찜이 제일 유명함에도 먹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창원과 진해에서만 줄 차게 먹어대고, 마산에서는 먹어본 적이 없다. 진해나 창원은 마산과 이웃 동네 수준이니 달라봤자 얼마나 다르겠냐는 안일한 생각도 있었다.


진해는 한적한 동네다. 벚꽃 피는 철을 제외하면 고즈넉하다는 말이 잘 어울린다. 사람 소리는 물론 자동차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아서 공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여름밤 바람은 어떤 소리를 내는지, 어떤 벌레들이 우는지, 더러움 없는 공기는 어떤지. 창원과 고작 20분 거리지만 나에게 있어서 낙원이며 자연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시골 마을의 인심처럼 인심이 넉넉하다. 창원에서 아구찜을 시킬 때보다 진해에서 아구찜을 시키면 아구가 배는 많은 것 같다. 엄마도 농담 삼아 창원으로 오는 동안에 반으로 줄어드나 보다, 말했다.

자주 밥상에 올라오는 그 친구가 어느 간판을 단 집에서 찾아왔는지는 모르지만 참 매력적이다. 진해처럼 짜지 않고 달지 않은, 자극적이어서 괴롭지 않은 맛을 낸다. 삼삼한 음식이라면 질색하지만 이건 또 진해의 맛이다. 그런 맛이 있다면 취하고 싶은 게 본성인지라 두 그릇도 작아서 세 그릇을 먹는다. 자연에 질릴 수가 있을까.










작년 가을에 종로에서 '마산 아구찜'이라는 상호를 봤다. 서울까지 와서 마산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창원도 진해도 아닌 마산이라니. 종로까지 진출한 아구찜은 어떤 맛인지 궁금했다. 우선은 마산에서 먹어보고, 마산은 어떤 맛인지 생각해봐야지. 진해처럼 고즈넉한 맛인지, 창원처럼 왁자지껄한 맛인지. 마산이 어떤 맛인지 알게 되면 그때는 서울에 있는 마산 아구찜도 먹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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