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

나이를 떡으로 먹는다

by 한열음



이전에 말했듯이, 나는 떡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에 비해 몸의 30% 정도는 떡으로 이루어져 있을 아빠는 해장으로도, 입맛이 없을 때도 떡국을 찾았다. 안 먹는 걸 알면서도 매번 같이 먹자고 권유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 내가 떡국을 좋아하지 않는 걸 믿을 수가 없는 건지 예의상 하는 말인지 놀려주고 싶은 건지.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라면 굳이 먼저 찾아 나서지 않는 내가 떡국을 접할 기회는 일 년에 딱 한번, 설날 때뿐이다. 까치까치설날은 오늘이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내일이래요, 한국 사람이라면 모두 알 법한 노래가 떠오르는 설날. 설날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는데 그래도 조금 기대가 되는 건 할머니의 떡국 때문이다.





우리 집에서 4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사시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6층 건물에 살고 계시는 할머니. 다른 집에서는 할머니를 할머니, 외할머니를 외할머니라고 부르는데 우리는 처음부터 할머니를 마산 할머니라고 불렀다. 할머니가 마산에 계시기는 하지만 그 이유가 기억나지는 않는다.



내가 마산 할머니 댁에 가는 걸 좋아하고, 명절 때마다 들뜨는 건 할머니가 요리를 잘하시기 때문이다. 일단 외할머니가 요리를 못하시고, 엄마도 요리에 재능이 있지는 않다. 이런 비교의 척도 아래에서 마산 할머니가 빛나는 건 당연지사. 마산 할머니 댁에 갈 때면 한 끼 정도는 굶고 갈 정도이다.






손이 크신 할머니는 설날이 되면 커다란 솥에다가 떡국을 넣고 끓여주시는데 그게 이상하게 맛있다. 옆에서 요리를 거드는 엄마가 말하기로는 집에서 만드는 것과 차이가 없다고 했지만 내 입에는 전혀 달랐다. 할머니의 떡국은 쫄깃하게 씹는 맛이 있고 국물이 짭짤해서 간이 잘 배어 있다. 푹 퍼져있는 떡국에 고기 고명과 계란지단을 올려 먹으면 뼛속 깊이 뜨끈해진다. 정말 나이를 먹는 기분이다.




설날에 떡국을 먹는 것이 나이를 먹는다는 의미라는 게 실감이 난다. 내가 이 나라에서 나고 자라 그런 건지, 아니면 실제로 그랬던 건지 모르겠지만 왜 조상님들이 대대로 떡국을 먹었는지 알 것 같다. 평소라면 만날 수 없는 이들이 모두 모여 제사를 지내고, 후에는 떡으로 국을 끓여 서로 나눠먹는다. 나처럼 평소에 떡을 먹지 않는 사람들도 한 숟갈씩 거든다. 그 짧은 10분, 20분 동안 함께 있어서 할 수 있는 말들이 오고 간다. 이 모든 건 누군가 정해놓은 규율과 통념 덕분에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 귀찮은 연례행사가 꾸준히 내려올 수 있었던 것에도 이유가 있다.






아마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면 떡국을 먹을 수 없겠지. 먹더라도 그 맛이 아닐 테니 먹고 싶지 않아질 게 틀림없다. 나의 마지막 떡국이 할머니의 떡국일 수 있도록. 어린애처럼 설날이 기다려지는 건 다 떡국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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