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먹는다는 건
이상한 것도 좋아하는 개방적인 입맛이면서 동시에 보수적인 입맛을 가진 나는 리조또를 좋아하지 않는다. 토마토소스에 밥을 버무린 게 그렇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도 않을뿐더러 리조또 안에는 야채가 많다. 발라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야채들이 먹을 때는 거슬린다. 특히 버섯이 불청객 중 단골이다.
내가 좋아하는 리조또는 학교 앞 볶음밥을 변형한 것이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사러가는 것도 개운치 않았는데 어떻게 하면 그 맛이 나는지 학생들끼리 열심히 연구해서 레시피를 찾아냈다.
재료는 양배추와 밥, 굴소스, 고추기름, 가쓰오부시 장국, 우유, 치즈, 기호에 따라 해물을 추가할 수 있다.
1. (해물을 넣을 때) 기름을 두르고 해물을 익힌다.
2. 해물이 어느 정도 익으면 양배추를 넣고 볶는다.
3. 양배추 숨이 죽었을 때 남은 재료를 다 넣는다. 적당히라는 말은 다들 싫어하니까 취향 껏이라 하자. 취향껏 넣어주면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고추기름을 많이 넣는 걸 좋아한다.
4. 때깔이 좋아지면 우유를 자작하게 붓고 치즈를 올린다.
맛있는 리조또 완성!
양배추의 쪕쪕한 맛을 좋아하지 않아 이 리조또를 먹을 때만 양배추를 먹는다. 양배추가 없으면 맛이 없지만 존재가 내키지 않으니 씹히지도 않게 아주 잘게 다져 넣는다. 또 새우를 넣으면 식감이 풍부해진다. 뜨근한 밥 사이로 탱글한 새우의 맛은 언제 먹어도 일품이다. 단점이 있다면 내 요리의 문제이다. 밥그릇에 밥을 담는 게 아니라 밥솥에서 프라이팬으로 직진하다 보니 양 조절이 되지 않는다. 적게 요리한 적은 없고 항상 많이 요리한다.
입맛이 없을 때가 있다. 나는 입맛이 없으면 배가 고파도 음식을 먹지 않는다. 엄마는 사람이 먹고 싶어서 먹는 게 아니라 먹을 때가 되면 먹는 거라고 하지만 나는 동의할 수 없다. '미'가 없다면 음식을 먹는 의미가 없다. 내가 매일 하는 일은 나도 알아차리지 못한 내 욕구를 파악해 내가 원하는 가장 '맛있을' 음식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그날 하루 메뉴를 고민한다.
먹었을 때 아쉬움이 없고 싶다. 내가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만족을 어렵지 않게 찾고 싶다. 매일 먹는 음식에서도 난 행복을 느낀다. 행복해질 수 있는 음식들만 먹는다. 어쩌면 나는 행복으로 이루어진 사람이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내일이 기다려진다. 이 리조또는, 내가 아플 때도, 입맛이 없을 때도, 기쁠 때도, 위로받고 싶을 때도, 끝없이 생각났다. 몰려드는 감정들을 피하고 싶을 때 내가 먹게 될 온기를 생각하면 괜찮아졌다. 행복을 먹게 될 거야. 그 따뜻하고 눅진한 음식을 입에 담으면 이런 일들을 까맣게 잊고 몸이 따뜻해질 거야. 속이 무언가로 가득 차서 부족한 게 없는 사람이 될 거야.
오늘의 아쉬움도 슬픔도 내일을 위해 남겨둬야지. 행복으로 나를 채워서 무언가와 부딪혀도 지지 않는 사람이 될 테야. 깎여나가도 금방 따뜻한 것들로 채워나갈 거야. 리조또에는 역시, 치즈가 있어야 한다. 짭짤하고도 얼큰한 고추기름과 잘 어울리는 치즈. 내일 아침은 무얼 먹을까, 사과잼을 듬뿍 바른 식빵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