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아름다운
가끔 새콤달콤한 음식이 당길 때가 있다. 가볍고 새콤한, 그런 걸 원해서 고민하지만 쫄면은 면을 씹는 게 귀찮고 비빔면은 조금 짜다. 그러면 나는 냉장고에서 케찹을 꺼내 든다. 우리 부모님은 물론, 다른 사람들은 듣기만 해도 경악하게 되는 음식은 바로 케찹라면이다.
조리 방법은 간단하다. 비빔면을 만드는 것처럼 물을 끓이고 면을 익힌다. 그리고 채를 꺼내 거기에 면을 담고 차가운 물에서 빡빡 씻는다. 기름기가 없어지고 면이 손에 닿는 느낌이 익숙해질 때쯤 면을 탈탈 털어 물기를 없애준다. 면이 완전히 마르기 전에 그릇에 옮겨 담고 원하는 만큼 케찹을 뿌려먹으면 완성. 케찹은 많이 뿌릴수록 맛있다.
우유나 콜라를 밥에 말아먹는다던가, 모든 음식에 케찹을 발라먹는 특이한 식성을 가진 이들이 있다. 그런 사람을 볼 때면 무슨 맛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누군가 케찹라면을 보고 이상해,라고 한 이후로 나도 특이하다는 걸 알았다. 도전 정신이 강한 나였지만 기행으로 음식에 장난을 치지는 않는다. 그런 내가 케찹라면을 먹게 된 건 꽤 당연한 이유였다.
어릴 적부터 언니와 나는 외할머니댁에 맡겨질 때가 많았다. 우리 집에서 차로 20분 정도가 걸리는 할머니 댁은 진해에 위치해있다. 그 근처에는 매일 밤 산책하던 진해여고가 있고 5살 때 처음으로 심부름을 간 슈퍼가 있고 벚꽃으로 유명한 로망스 다리가 있다. 외할머니댁에 놀러 가고 그곳에서 잠을 잔 건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많았다. 내 유년 시절, 행복한 시절의 절반은 그곳에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외할머니는 몸에 나쁜 건 절대로 못 먹게 했었는데 케찹라면도 그런 이유에서 탄생하게 되었다. 라면을 먹고 싶다고 하는데 아직 어린아이들에게 짜고 몸에 안 좋은 라면은 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라면을 기름기를 제거하고 케찹에 버무려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니 나에게 케찹라면이란, 우리가 밥을 먹듯이 당연한 일상이었다. 가끔씩 먹고 싶은 별식이기도 했다. 언니랑 내가 맛있게 먹는 걸 본 엄마 아빠는 한 입을 먹었다가 경악하고는 했지만 오히려 이해가 되지 않는 건 내 쪽이었다. 이게 어떻게 맛이 없지? 새콤한 케찹은 면이랑 아주 잘 어울린다. 라면 한 접시를 비우는 건 일도 아니다.
사람의 미각은 아주 어릴 때 형성된다고 한다. 그래서 그때 먹었던 음식을 평생 기억한다는 걸 어디선가 보았다. 그게 살아가면서 먹는 모든 맛의 기반이 된다는 것이다. 어디서 보았는지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이 이야기가 진실인지도, 애초에 내가 맞게 기억하는지도 확신은 없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맞는 말이다. 나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을 잊어가지만 음식에 대한 강렬한 순간들은 기억하고 있다. 케찹라면을 좋아하는 이유도 맛보다는 그 안의 포근함을 느끼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상하고 기괴한 음식. 외할머니는 이제 케찹라면은 그랬었지, 하고 흘려보내는 기억이 되었다. 그때 외할머니가 별생각 없이 만들어주었던 음식이 내 안에서는 추억으로 남아 살아 숨 쉬고 있다. 언젠가 외할머니를 볼 수 없는 날이 오더라도 그 음식만은 남아 있을 것이다. 먹을 때마다 눈물이 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