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종로에서 타인의 삶을 엿보다

by 한열음

어쩌다보니 학원을 다니는 두 달동안 통학러의 기분을 겪게 됐다. 감히 통학러-편도에 기본 한 시간인 경우가 많으니-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일단은 그렇다. 정해진 시간에 똑같은 버스를 타고, 늦을까봐 훨씬 더 일찍 준비하게 되었으니 아주 조금은 이해했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우리 집은 학교도 가깝지만 오히려 시장이 가까워서 근처에는 큰 편의시설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두 달간의 종로 통학은 나를 들뜨게 했다. 버스에서 내리면 그 곳에는 커다란 다이소와-생활용품을 사기에 편리하다-프렌차이즈 카페, 식당들이 가득하다. 집에 오는 길에는 마트에도 들릴 수 있어 장을 보는 데에도 재미를 붙였다.




2주 전쯤에 방을 꾸며보겠노라고-이사를 온 건 작년 10월이었다-스터디 시간보다도 한 시간 반 정도 일찍 종로에 갔다. 다이소에 가서 액자를 사고, 벽지에만 구멍이 뚫린다는 꼭꼬핀도 힘겹게 찾아서 샀다. 네트망까지 사고 나니 짐이 한 가득이었다. 이걸 들고 학원을 가고 버스도 타야 한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후회였다.


그래도 다행인 사실은 바로 옆에는 허기를 달랠 수 있는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있었다. 햄버거를 좋아하지만, 최소 주문 금액을 채우기에는 부담스럽다. 집 근처에는 햄버거 체인점이 없기 때문에 종로의 햄버거 집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햄버거 세트를 주문한 후, 난 그 가게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패스트푸드라고 한다면 보통 정신없이 나오는 음식들과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나에게는 젊다, 는 이미지가 은연 중에 스며들어 있었다. 하지만 종로 지점은 조금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절반 이상의 손님이 노년층이라는 점이었다. 우리 할아버지만 해도, 햄버거나 파스타를 좋아하지 않으시고 멀리 하시기 때문에 더욱 의아하게 여겨졌다. 옆테이블은 할머님들의 모임이었고 뒷테이블은 팔꿈치로 인사를 나누는 할아버지들이 있었다.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복장의 노년층들이 가득했다. 그 곳에서 햄버거를 먹으면서 우리나라였음에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풍경에 해외에 있는 기분까지 들었다. 그 곳의 모두가 무인주문 시스템이나, 햄버거를 친숙하게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누군가는 주문을 어려워했고, 누군가는 햄버거가 입에 맞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나는 그런 변화와 어색함이, 어려움들이 너무나 반가웠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어렵다. 해보지 못한 일에 도전하는 것은 사람에 따라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무지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이도 있지만 자신의 무지를 납득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평소에 나는 ‘노년의 삶’에 관심이 많았다. 나 역시 나이가 들어가고 있고,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언젠가 우리도 모두 노인이 된다. 당연한 진리임에도 불구하고 세상 속에서 많은 노인들이 배척되어진다. 주류가 아니라는 이유로 세상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해 자신의 시대에 정체되어있는 사람들이 되고 마는 것이다.

나는 종로에서 이 시대 노년의 삶을 엿본 기분이었다.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아주 단편적이었지만 당연한 삶의 일부. 우리가 패스트푸드 점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건 일상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일상이 아닌 것으로 여겼다. 내가 얼마나 편협한 사고를 했었는지 깨달을 때마다 부끄러움과 함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내 생각보다는 발전하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짐을 쌓아두고 햄버거로 허기를 달랜 그 시간은 나에게 언젠가 찾아오게 될 노년의 삶을 더 기대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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