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세워도 지지 않는다
불안정한 시기는 언제나 행복과 좌절의 시소이다. 성인이 된 후 그려지지 않는 미래 덕분에 꾸준히 불안정 속에 놓여있다. 이 시기 동안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좌절도 있지만 종종 한계치를 넘어서는 좌절도 있다. 될 것 같은 일들이 모두 안되고, 간절하게 붙잡은 것마저 사라질 때. 괜찮다고, 이겨낼 수 있다고 나를 다독이고 격려해도 어디까지 버틸 수 있겠냐며 세상이 더 매정하게 몰아칠 때가 있다. 이렇게까지 해도 버틸 수 있어? 마음의 낭떠러지까지 밀어붙인다. 세상이 나의 불행을 바라는 것 같아서 무너지고 싶을 때가, 요새 들어 자주 찾아온다.
마음을 추스르는 게 힘들어서 되돌릴 수 없는 일을 끝없이 반복한다.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데, 지나는 중이라 그러질 못한다. 다리가 풀리면 바로 일어설 수 없는 것처럼, 회복되기를 기다린 후에 다시 일어선다. 그래도 하나 다행이라면 이 기다림의 시간을 줄여주고 일어서기까지를 함께 해주는 것이 있다. 아주 간단한 방법이다.
다른 이들의 열정을 지켜보는 것, 그리고 화가 풀릴 때까지 달리는 것.
말은 거창하지만 항상 내가 선택하는 건 스포츠 만화다. 배구, 야구, 농구, 무엇이든 좋다.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 만화의 주인공들은 대체적으로 재능이 있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이다. 재능이 있지만 현시점에서 봤을 때 그렇게까지 부각될 정도의 능력은 아니고 다른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성장 가능성이 두드러지지 않는, 아무도 미래를 기대하지 않는 인물들이다.
만화 속에서 그들은 실패하고 좌절하고, 순탄한 부분이라고는 자주 등장하지도 않는다. 외면당하고 무시당하는 순간에도-나였으면 포기했을지도 모르는 순간-꿋꿋하게 나아간다. 한 계단씩, 한 계단씩, 멈추지 않고 나아간다. 절망 속에서도 무언가를 배우려 한다. 좌절은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다.
이런 시간들을 이겨내고 성장해 모두의 인정을 받는 주인공들을 보면 나 역시 포기하고 싶지 않다. 배우고 싶고 닮고 싶다. 어떻게 저런 샘솟는 열정을 가진 걸까 부러워진다. 꿈과 노력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닫는다. 저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에, 나도 다시 앞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마음을 더 단단하게 하고 싶으면 자전거를 탄다. 있는 힘껏 페달을 밟으면서 인적이 드문 곳에서 작게 소리친다. -인적이 드문 곳에 살아서 다행이다-나아감의 무게를 온전히 느끼며 달린다. 두고 보라고, 아무리 몰아붙여도 내가 눈 하나 깜짝할 것 같냐고, 다 이겨낼 테니까 얼마든지 절망으로 던져보라고.
어느 순간 좌절감은 사라지고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다. 이제 올라갈 일밖에 남지 않았으니 노력하기만 하면 된다. 해야 할 일이 이렇게 명확한데 절망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마음껏 노력하자.
일요일은 다시 음식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