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스무디

잊을 수 없는 새콤함

by 한열음


유자스무디를 처음 먹은 건 작년이었다. 나는 원래 커피를 마시지 못해서 카페에 가면 매번 에이드나 스무디 종류를 시키고는 했다. 하지만 유자스무디를 본 건 그 때가 처음이었다. 유자스무디는 새콤달콤하고 시원했다. 유자 특유의 새콤한 향이 입가에 계속 맴돌았다. 유자라고 하면 유자차가 먼저 떠올라 오래되고 향이 강하기만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유자는 한 번 먹으면 잊을 수 없는 향을 가지고 있었다. 그 향이 다시 생각나는 게 참 좋았다.



나는 개명을 준비 중이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부모님이 반대했기 때문에 내가 성인이 된다면 하겠다고 다짐했었다. 내 이름은 별 뜻이 없었다. 할아버지가 작명가에게 가 돈을 주고 지어온 이름은 뜻조차 제대로 알 수 없었다. 나는 단 한 번도 내 이름을 좋아한 적이 없었다. 세글자가 모두 받침이 있어 꽉꽉 막혀 보이는 이름에 발음도 쉽지 않아 단번에 알아듣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계속 새 이름을 고민해왔다.

내 이름에는 내가 어떻게 살아가면 좋은지를 담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바라는 게 많았다. 항상 웃었으면 좋겠고 밝았으면 좋겠고 마음이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흘러갈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름을 정할 수가 없었다.




대학에 들어오며 좋은 사람들에게 내 이름이 많이 불리게 되면서 개명을 다시 고민했다. 이대로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전의 내가 오랫동안 해온 결심을 저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여전히 내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사실이었으니. 그래서 오기로 개명을 준비했다. 작년 안에 개명을 하는 게 목표였다. 이름에 내가 원하는 걸 다 넣을 수는 없으니 기준을 정해두고 다시 작명을 했다. 확실한 기준들은 총 다섯 개가 있었다.



1)성별을 가늠할 수 없을 것


2)내 주위는 물론 유명인들 중 동명이인이 없을 것


3)받침이 모두 있는 이름은 안됨


4)발음이 어렵지 않으며 알아듣기 쉬울 것


5)상징체가 존재할 것




기준을 정해두니 작명이 그나마 편해졌다. 중간에 고민되는 이름들은 가족들에게 어감이나 느낌을 물어봤다. 가장 힘들었던 건 마지막 조건이었다. 마지막 조건은 누구나 내 이름을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도였다. 어느 나라 사람이든, 그 나라만의 이미지로도 날 떠올릴 수 있도록. 처음에는 설(雪)을 떠올렸다. 하지만 설은 발음이 어렵고 긍정적으로 쓰이지 않는 한자였다. 그러던 중 문득 유자가 떠올랐다. 노오란 유자는 새콤달콤한 맛이었다. 내가 쓰던 로션도 유자향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건 내가 가장 좋아하는 향이었다.


그래서 아주 약간은 충동적으로 유(柚)를 선택했다. 한 번 먹은 나조차도 바로 유자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작명가는 내 이름을 짓는데 17일이 걸렸다고 했지만 나는 꼬박 2년이 넘게 걸렸다. 사주로 지은 이름보다는 내 손으로 나를 위해 내가 지은 이름이 훨씬 소중했다. 절차는 의외로 간단했다. 서류 몇 개만 제출하면 됐다.



그리고 두 달 뒤, 나는 이름이 바뀌었다. 예전과 달리 나는 내 이름을 사랑한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를 묻어둔 채 내 이름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애정이 담겨 불릴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간다. 가끔 지칠 때는 유자스무디를 먹곤 한다. 이 새콤한 향이 나의 향이었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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