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이기기 위한 본격적인 치료
2주마다 한 번씩 진행된 항암치료의 효과가 다행히 나타났다. 4번째 항암치료 기간 중 검사한 CT와 MRI 검사 결과 암의 크기가 거의 50% 가깝게 줄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원래, 일정은 항암치료 후 방사선치료, 그리고 수술이었다. 그런데, 암의 크기가 반으로 줄게 되어 방사선치료는 취소되었고, 대신 간 안에 깊숙이 들어 있는 작은 암덩어리는 고주파열치료로 치료하기로 하고, 간의 하단에 있는 나머지 종양과 직장암은 예정되로 수술로 제거하기로 했다. 덕분에 개복수술이 아니라 복강경수술로 수술방법도 변경되어 이후 회복의 시기와 일정을 앞당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7월 3일 일요일 오후 예정된 고주파열치료와 암 제거 수술을 위해 입원했다. 직장암과 간암을 모두 제거하는 제법 큰 수술이 될 것이기 때문에 수술도 두려웠지만, 치료 과정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는 고주파열치료 시술도 은근히 두렵긴 마찬가지였다. 대략, 의사 선생님과 인터넷을 통해 확인한 정보는 탐침을 가슴에 꽂아 암이 있는 부위까지 침을 집어넣고 침 끝에서 고주파를 발생시켜 열로 암세포를 태워 죽인다는 것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고통은 얼마나 되는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정확한 정보가 없었다.
7월 4일 오전 드디어 고주파열치료를 위해 침대에 실려 이동하기 시작했다. 나는 원래 외과에 입원해 있었으나 이 치료는 영상의학과 교수님이 직접 진행하신다고 하였고, 침대에 실려 초음파치료실로 이동하였다. 예정되는 치료 시간은 대략 20~40분 정도라고 인터넷에는 되어 있었으나 실제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가 없었다.
초음파실로 이동하고 여러 개의 칸막이 방중 한 곳으로 들어갔다. 곧이어 시술을 준비하는 의사 선생님이 기계며 여러 가지 장비와 재료들을 세팅하였고, 외과에서 주치의와 항상 함께 하는 레지던트 의사선생님도 주사바늘을 준비해 들어왔다. 잠시 후 교수님 포수의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초음파 기계로 가슴과 배를 눌러 가며 암의 위치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셨다. 근데, 암이 간 중심에 있고, 또 너무 작아져서 초음파로 정확한 암의 위치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았다. 거의 암의 위치를 찾는데만 30~40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하도 암을 찾지 못해서, 중간에 치료가 중단되는 건 아닌지 은근히 걱정이 될 즈음, 드디어 위치를 확인하시고 배에 탐침을 꽂기 위한 준비를 했다. 탐침을 꽂을 위치를 팬으로 표시하고 주변에 천을 두르고, 소독도 하고, 잠시 후 부분마취를 위해 주사를 놨다. 이후 눈에 잠시 보였던 제법 길고 굵은 커다란 침이 배에 꽂히는 느낌이 들고 배 안 깊숙이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마취를 해서 고통은 없었으나 뭔가 배속 깊숙이 날카로운 것이 박히는 듯한 묘한 느낌은 사람을 더욱 긴장하게 했다.
드디어 탐침의 끝이 암의 위치에 도달하였고 침과 연결된 기계의 다이얼을 돌리는데...배와 가슴 사이에 묵직한
뻐근함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나중에 참기 힘든 뻐근함이 몰려왔다. 이후 약 10~15분 동안 참을만한 뻐근함이 일정한 간격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의사 선생님은 1차 치료는 마쳤다며, 초음파로 다시 한번 확인 후 2차 치료를 할지 말지 결정하겠다며 다시 초음파로 가슴과 배를 뒤지기 시작했고, 잠시 후 다행히도 1차 치료만 해도 될 것 같다고 하며... 치료를 마치게 되었다. 인터넷상에 후기가 별로 없었지만, 환자의 고통이 크지 않다고 했던 글을 봤던 것 같은데... 사실 2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치료였다. 전체 치료 시간은 암 위치 확인을 위한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1시간 10분~20분가량 소요되었다.
7월 5일 오전 7시 30분 예정된 수술을 위해 이동식 침대에 다시 누웠다. 간호사들이 환자복 상의를 벗겨 거꾸로 입혔다. (나중에 수술실에서 상의를 쉽게 벗기기 위함) 머리에는 두건을 씌웠다. 원래 수술 예정 시간은 8시지만 7시 30분부터 병실에서 수술실 이동을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내와 친동생이 수술 당일 오기로 했는데, 둘 다 아직 도착하지 못한 사이에 수술실로 들어가게 되어 보호자들의 환송을 받지 못하고 수술실을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수술실은 1차 문을 들어서면 작은 대기실 같은 곳이 있는데, 이곳에서 이름과, 생년월일, 어디를 수술하는 건지 확인하는 질문을 한다. 대답하고 기다리는데.. 어떤 아이가 수술실에 들어가면서 엄청 울어댄다. 어른인 나도 무서운데 저 아이는 오죽하겠나란 생각이 들면서도 그렇잖아도 심란한데 얼른 아이가 울음을 그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잠시 후, 수술실 2차 문을 들어서게 되고 다시 문 하나를 더 통과하고 나서 수술대가 놓여 있는 수술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수술대 위로 옮겨 누운 후 위의 녹색천을 덥어 주고 환자복 상위와 하위를 모두 벗겨 발가벗게 만들었다. 이후, 약을 투입했다는 얘기가 들리고 머리에 뇌파를 체크하는 띠 같은 것을 씌운 후 나는 잠에 빠지게 된다.
나중에 깨어나서 들은 얘기지만 수술시간은 준비와 마취 회복실에서의 1시간을 포함하여 9시간 가까이 걸렸다고 하며, 오전 7시 40분에 들어가서 오후 6시에 병실로 올 수 있었다. 직장암 제거는 예정된 시간만큼 걸렸으나, 간 아래쪽에 있는 암은 크기가 작아서 위치를 찾고, 조직검사로 잘라낸 조직이 암이 맞는지 확인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한다.
병실로 옮겨진 후 정신없는 가운데, 내 상황을 살펴보니.. 소변줄과 양쪽 옆구리에 피주머니가 꽂혀 있었다. 아울러 복부 오른쪽에 장루가 만들어져 있었다. 수술 전부터 수술 후에 호흡 훈련을 제대로 해야 수술 중에 인공호흡으로 졸아든 폐를 다시 펼 수 있다고 해서 병실로 돌아오고 4시간 가깝게 호흡 훈련을 했다. 수술 직후 있을 거라고 우려했던 큰 고통은 무통주사 덕분에 없었다. 다음날 아침 새벽부터 피검사와 엑스레이 검사가 있었는데, 엑스레이 검사를 위해 침대째 엑스레이 검사실로 이동해야 했다. 그 다음날은 휠체어에 앉아서 이동했고, 그 다음날은 걸어서 이동을 했다. 수술 후 이틀째부터 일어나 앉았고,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7월 9일(토) 수술 후 4일째 되던 날, 소변줄이 제거되었고, 7월 11일(월) 간 종양 제거 수술이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CT촬영을 하였고, 그날 아침 바로 잘 제거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그날 양 옆에 박혀 있던 피주머니를 제거했다. 소변줄 제거나, 피주머니 제거 시 정말 잠시 불편한 고통이 있는데, 별로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경험이다.
7월 12일(화) 주치의 선생님이 수요일에 퇴원해도 될 것 같다고 말씀하셨고 이날 밤늦게 (10시쯤) 수술 자국에 남아 있던 의료용 스테이플러와 장루에 박혀 있던 호수를 제거했다. 특히, 스테이플러 제거 시 워낙 개수가 많아서 장기간 고통을 당할 것으로 우려했는데, 생각보다 살짝만 따끔거렸고,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다행이었다. 7월 13일(수) 퇴원했다. 퇴원시에도 수술부위는 땡끼는 등 고통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퇴원한다는 생각에 신나기만 했다.
이후에 주치의 선생님 외래 진료가 예약되어 있고, 또다시 항암치료가 예정되어 있다. 아울러, 수술 후 1달 후에는 직장암 수술 예후 확인을 위해 직장암 CT촬영이 예정되어 있다. 이후 몇 차례가 될지 모르지만 지속적인 항암치료와 3개월 후 다시 장루복원수술 등의 일정이 남아 있으나... 이후의 모든 과정을 잘 이겨내어 얼른 깨끗이 완쾌되었으면 좋겠다.
이번 입원 기간 중 하나님이 주신 말씀에 힘을 내어 본다.
이에 그 누이들이 예수께 사람을 보내어 이르되 주여 보시옵소서 사랑하시는 자가 병이 들었나이다 하니 예수께서 들으시고 이르시되 이 병은 죽을병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함이요 하나님의 아들이 이로 말미암아 영광을 받게 하려 함이라 하시더라 (요한복음 11장 3~4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