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그리고 어른

우리는 어른이 되는 중이다

by 슬그머니

어릴 때는 스무 살이 되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그 날이 되기만 기다렸다.
모두가 달라진다 했으니까!

하지만 1월 1일, 달라진 건 없었다.
그저 나이는 한 살 더 먹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대학에 가면, 그때는 어른이 될 줄 알았다.
자격증 공부도 하고, 강의도 듣고,
술자리에도 가고, 여행도 다니고,
처음으로 운전면허를 따고, 투표도 해보고…

처음이라는 단어가 따라붙는 경험들이 쌓일수록
‘어른이된거 같다?’ 하고

물음표 붙는 말을 하고는 했다.

졸업을 하고 직장에 들어가면서는
아, 이제 정말 어른이 되었구나 싶었다.
정확히는,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다 친구와 술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나는 차를 처음 운전 하면서, 어른이 된 것 같았어.
나 운전 한지 꽤 됐잖아?

근데 아직 한번도 나혼자 세차를 해본적 없어....
그래서 아직 어른이 아닌 것 같아.”

그 말이 이해가 갔다.
내가 생각한 어른도 그랬으니까.
운전, 세차, 보험, 은행 업무, 부동산 계약…
그 모든 걸 두려움 없이 척척 해내는 사람.
그게 내가 꿈꾸던 ‘완벽한 어른’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엄마가 제주도로 떠나기 전
항공권 체크인을 부탁하셨다.
엄마는 “새로운 건 너무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 순간, 이상했다.
나에게 어른의 상징 같았던 엄마도
잘 모르는 것이 있었고,
새롭게 배워야 하는 것이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어른처럼 보이는 사람도
완벽한 어른이 아닐 수 있다는 걸.

그래서

이제는 굳이 멋진 어른이 되려고 애쓰지 않는다.
대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어른이 되고 싶다.
조금씩 배우고, 서툴러도 해내면서.
그게 진짜 어른이 되는 길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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