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쓰면 되잖아...?
며칠 전 꿈에서 아이를 잃었다.
앞뒤 맥락은 알 수 없으나 큰 병원 건물 바로 밖에 내가 서 있었고, 다른 누군가에게서 아이가 결국 잘못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아마도 나는 차마 병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자리에서 무너져 말 그대로 엉엉 우는데 거의 통곡에 가까웠다. 주변에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그야말로 거대한 슬픔만이 나를 가득 채웠다. 그렇게 길바닥에서 한참을 울다 잠에서 깨어나니 율이가 내 옆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뭐 이딴 꿈이 다 있나.
요즘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예전 일기를 정리하고 있으면, 그때의 감정이 다시 올라올 때가 있다. 나는 쓰면서 해소하는 타입의 사람이라 글에 나의 감정을 꽉꽉 채우는 편이고(싸이월드감성ㅋ), 그래서 나의 예전 글을 다시 읽으면 그 감정이 필요 이상으로 재현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였을까, 이런 꿈을 꾼 이유가.. 더구나 꿈속에서 엉엉 우는 와중에도 와, 이거 유산한 것과는 비교가 안되는데? 하면서 나의 슬픔을 과거와 저울질;;하고 있었던 걸 보면, 확실히 브런치 탓이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나는 그래도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고 아기를 만날 수 있었던 케이스이다. 시험관까지 가지도 않았다. 유산을 두 번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오랜 기간, 여러 번의 시술로 힘들어하는 난임부부들이 많이 있고 그분들이 보시기에 나의 이야기는 애송이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솔직히 지금의 내가 봐도 그렇다. 과거의 나에게 돌아가 말해주고 싶다. 좀 더 마음을 편히 가지라고, 그럼 금방 올 거라고... 웃기게도 내가 제일 듣기 싫었던 말이다. 결국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니 어느 작가의 말대로 삶이란 역시 농담인가 보다.
암튼 그래서인지 글을 올리는 게 쉽지만은 않다. 이미 존재하는 글을 다듬어 올리는 것뿐인데, 서랍에 넣어두고 며칠씩, 일주일씩 머뭇거리게 된다. 그때의 과도한(...) 감정을 다시 마주하는 일이 힘들고, 공개된 장소에 펼쳐 놓는 일은 더 힘이 든다. 마치 나 혼자 옷을 안 입고 거리에 나앉은 느낌이랄까. 발행 버튼을 누를 용기가 좀처럼 나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은 이렇게 옆길로 새서 다른 걸 끄적여 보기로 했다. 이 공간 속 나를 희석시켜 조금 더 나아갈, 조금 더 뻔뻔해질 용기를 얻기 위해서. 글을 쓴다는 일이 얼마나 감정적으로, 또 체력적으로도 부치는 일인지 새삼 느끼고 있다(꾸준히 쓰시는 작가님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쓰고 있는, 쓰는 것이 힘들다고 쓰면서 쓰는 것을 멈출 수 없는, 나도 참 이상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