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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비 Sep 28. 2021

엄마의 하루는 낮과 밤, 그리고 육퇴

11시간을 자버린 날


어제 차에서 잠이  아이를 잠자리에 내려놓은 시간이 8 즈음이었다. 어쩐지 피곤이 몰려와 나도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다가 눈을 떴을  아침 7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얼추 11시간을 잤다. 아기 낳고 처음 있는 일이다!


젊었을 땐 늘 많이 잤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어서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 내가 요즘은 평균 5-6시간의 수면시간으로 살고 있다. 부족한 수면을 몰아서 잘 수 있는 주말이나 휴가 따윈 없다. 아이가 단 하루는커녕, 단 한 끼라도 안 먹는 날이 있을 수 없으니 당연하다. 아이와 함께 일찍 잠자리에 든다면 수면시간을 늘릴 수 있겠지만 왠지 밤에는 일분이라도 더 깨어있고 싶다.


어젠 잠시만 눈을 붙이고 일어나 오징어 게임 마지막회보려고 했다.  날처럼 아이가 일찍 잠들면 하고 싶은 일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봐야지, 해야지, 읽어야지 들로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다. 나에겐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다. 그러나 콧물감기약의 위력은 대단해서    번씩 알람처럼 깨서 우는 아이가 아침까지 내리 잤고,  또한 아무런 방해 없이 11시간을 자버린 것이다.


어이가 없어 핸드폰의 시간을 뚫어져라 째려보았다. 하지만 시간은 되돌아가지 않았고 밖은 벌써 날이 밝아 있었다. 출근 전에 분리수거를 하려는 남편의 부산스러운 소음이 들려왔다.




나에게 선택의 자유가 있을 때, 잠은 나의 최고의 가치였다. 어쩌면 내 앞에 수많었던 행동과 경험의 기회들을 버리고 잠에 빠져드는 것, 그 무위에 가까운 행위를 늘 열망했다. 그러나 육아로 인해 내가 누릴 수 있는 온전한 자유가 줄어들자, 나 스스로 잠의 가치를 뒷줄로 미루어 놓게 되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면서… 재미있다. 잠을 포기하면서까지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꽤 별 거 아닌 일이라는 점까지도(그것이 심지어 설거지일 때도 있다! 아, 육아란 무엇인가…!!)



 인생에 앞으로  11시간을   있는 밤이.. 며칠이나 될까? 예전엔 매주 주말,이었지만 이젠 모르겠다.    개로 충분히 세고도 남지 않으려나.  이것도 나름대로 나쁘지 않다. 아이와 같이 보내고 싶은 시간도, 육퇴  소소하게 즐기는 하루의 마무리도, 잠만큼이나 달콤할  있다는  알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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