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하는데 수영을 못 한다?

좋아한다면,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

by 조하나

'디스커버 스쿠버 다이빙'이라는 PADI의 체험 다이빙 프로그램으로 바닷속 세상을 경험한 저는 한국으로 돌아가 말 그대로 앓아누웠습니다. 회사로 가는 지하철에서도, 인터뷰하면서도, 글을 쓰면서도 눈앞에 바닷속만 아른거리더라고요. 그때부터였습니다. 고층 빌딩과 무표정한 사람들 속에서 파란 바닷속과 고요함을 꿈꾸기 시작한 건. 벌써 10년도 훨씬 넘은 일이네요.


곧바로 저는 그 꿈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어요. 일본 이시가키섬에서 제가 처음 다이빙했을 때 체험 다이빙 프로그램을 진행해 준 프렌치 강사 Ben에게 물었죠. "나, 너처럼 다이빙 강사가 되어 해외에서 일을 하며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해?" 베테랑 강사가 된 지금 생각하면 참 막연하고 귀여운 질문이었지만, Ben은 내색 않고 얘기해 줬어요. "스쿠버 다이빙의 입문 과정인 오픈워터 코스부터 해야 해. 그러고 나서 어드밴스드, 레스큐, 다이브마스터 등등. 지금 얘기하면 머리만 복잡해질 테니 일단 오픈워터부터!" 저는 기어코 휴가를 만들어 이시가키섬으로 돌아가 만타레이와 함께 PADI 오픈워터 코스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프로페셔널 다이버가 되기 위한 여정의 시작인 입문 레벨의 유자격 다이버, 오픈워터 다이버가 되었어요.


오픈워터 코스는 생각보다 할 게 많았어요. 비디오 시청과 이론 수업, 풀장 교육, 바다 교육이 4일 동안 이어졌는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어요. 특히 바다 교육할 땐 부력 조절을 잘 못해서 걸핏하면 수면으로 올라갈 뻔했죠. 지금이야 10년 차 다이빙 강사로 그때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어떻게 준비했어야 했는지 보이지만, 그땐 몰랐어요. 그래서 강사가 된 이후, 다이버들이 기본기부터 단단하게 쌓을 수 있도록 가르치는 방법에 시간과 노력을 쏟았답니다.


부력 조절은 스쿠버 다이빙에서 가장 중요한 스킬이자 테크닉이자 태도이지만, 이에 앞서 제 가장 큰 문제는 수영이었어요. 다이빙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새침한 시티 걸이었던 저는 끽해봐야 동남아의 팬시한 리조트나 호텔 수영장, 설 수 있는 수심에서 폼 잡고 몇 번 '어푸어푸' 하다 얼른 발 딛고 일어서는 게 다였죠. 발이 닿지 않는 수심에선 불안감이 몰려오고 그러다 보니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 가라앉았어요. 그래도 저는 그게 수영을 할 줄 아는 거라고 생각했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제 자만심과 안일함이 부끄러워요.





좋아하면 잘하고 싶어

오픈워터 코스를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온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수영 강습 등록이었어요. 체계적으로 수영을 배우면서 물에서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호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마인드는 어떻게 하면 좋은지 기초를 다잡을 수 있었죠. 그러고 나서 오픈워터 다음 단계인 코스를 차근차근 밟아 결국 다이빙 강사가 되어 전 세계 다이버들이 모이는 태국 꼬따오에서 마스터 강사까지 될 수 있었답니다. 좋아하면 잘하고 싶고, 잘하려면 그만큼 시간과 정성과 노력을 쏟아야 하니까요.




다운로드 (44).jpg ⓒ 조하나






수영할 줄 아세요?

저는 강사 생활을 하면서 늘 이야기해요. 다이빙은 절대 모두를 위한 게 아니라고, 다이빙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다이빙 예약 상담에서도 제일 먼저 묻는 질문은 “수영할 줄 아세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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