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는 모든 나여,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 나를 잊지 말아주게.
지난 7월 24일 목요일,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 현직 철도 기관사 노동자 출신으로 이재명 정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 김영훈이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했다. 그는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되던 날도 새마을호를 운행하고 있었다.
김어준은 게스트 불러다 놓고 늘 상대 말을 다 잘라먹으며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몰고 가는 양반인데 웬일로 조용히 김영훈 장관의 말을 끝까지 다 듣고 물개박수로 화답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김훈 작가의 말을 인용해 인터뷰를 시작했다.
“노동자들의 목숨은 왜 낙엽처럼 떨어지는가? 우리는 왜 같은 곳에서 넘어지는가?”
취임 첫날, 임명식을 마치고 인근 건설 현장을 불시 점검한 그는, “어떤 관행이 우리에게 반복된 재해를 양산하는지, 그 구조를 알고 싶었고,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관리자의 생각을 알고 싶어서”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원인과 결과를 뒤바꾸지 말자.”
그는 분명하고 간결하게 말했다.
“대부분 노동 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재해자의 불완전한 행동을 원인으로 꼽는다. 재해자의 불완전한 행동은 ‘원인’이 아닌 ‘결과’이다. 그렇다면 재해자의 불완전한 행동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SPC 공장 끼임 사고의 재해자는 현장에 투입된 지 무려 9시간 30분이 지난 시점, 재해를 당했다. 이러한 산업 구조 속 불완전한 인간의 행동은 자연스럽게 잉태된다. 다시 한번, 원인과 결과를 뒤바꾸지 말자.”
그리고 그는 말을 이어갔다.
“인간은 불완전하다. 기계는 고장 날 수 있다. 불완전한 인간과 고장 날 수 있는 기계를 시스템으로 보완해야 하는데 인간의 불완전한 행동이 원인이라고 하면, 결코 대책은 나올 수 없다. 재해자의 책임으로 돌리지 말자. 이 세상 어느 누가, 죽으려고 일하겠는가?”
그는 또 말했다.
“기술적 관점을 뛰어넘는, 인간의 행태, 사고, 그를 둘러싼 모든 조건들을 종합적으로 봐야 재해의 원인을 밝히고, 올바른 처방을 할 수 있다. 인문학적 관점으로, ‘우리는 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가?’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
김영훈 장관은 마지막으로 ‘전태일 정신’을 말했다.
“소년공 출신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었다. 재단사 정규직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있던 전태일은 비정규직 여공들에게 풀빵을 나눠주며 그들의 인권을 위해 분신했다.”
그리고 그는, “나를 아는 모든 나여,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 일하는 사람은 또 다른 나”라는 전태일의 말을 인용하며 사회의 책임과 연대를 강조했다.
그는 현직 노동자 출신 고용노동부 장관인 자신에게 거는 시민들의 기대가 너무 커서 두렵지만, “두려움은 용기의 다른 말이니 용기를 내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앞으로 매주 목요일마다 대한민국 노동 현장을 사전 예고 없이 불시 점검하고 그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해 해결책을 찾아 바꾸겠노라, 해야만 하고, 또 할 수 있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이재명 정부 고용노동부 장관 김영훈의 새로운, 그리고 인문학적 접근은 대한민국의 어떤 미래로 이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