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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제각각 별 하나에 담긴 우주

영화 <올 오브 어스 스트레인저스>

by 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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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개봉한 앤드류 헤이그 감독의 영국 영화 <올 오브 어스 스트레인저스>(All of Us Strangers)는 장르적 구분을 초월하는 작품입니다. ‘로맨틱 판타지’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본질은 상실과 고립에 대한 정교하고 우울한 판타지적 명상에 가깝죠. 이 영화는 수많은 비평가와 관객에게 “슬픔과 성찰을 위한 관문” “마음의 심장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영화는 런던의 텅 빈 고층 아파트에 고립되어 살아가는 시나리오 작가 아담(앤드류 스캇)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는 어느 날 미스터리한 이웃 해리(폴 메스칼)와 관계를 시작하는 동시에, 오래전 세상을 떠난 자신의 부모님(제이미 벨, 클레어 포이)이 어린 시절 살던 집에 시간 속에 얼어붙은 채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들을 방문하기 시작하죠.


이 작품은 야마다 타이치의 소설 <이방인들과의 여름>을 원작으로 앤드류 헤이그가 각본과 감독을 맡았습니다. 제이미 D. 램지 촬영감독, 조나단 앨버츠 편집감독, 사라 핀레이 프로덕션 디자이너, 에밀리 레비네이즈-파루치 음악감독 등 핵심 제작진의 기여는 영화의 독특한 분위기를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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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와 대면할 용기, 그리고 치유



<올 오브 어스 스트레인저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제작 과정 자체가 지극히 자전적이라는 점입니다. 앤드류 헤이그 감독은 “영화 속 아담처럼 나 자신의 과거를 파헤치고 싶었다”라고 명시적으로 밝힌 바 있습니다. 보편적인 이야기로 나아가기 위해 먼저 자기 자신을 이 투영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죠.


이러한 의도는 헤이그 감독이 실제 자신의 유년 시절 집에서 영화를 촬영하기로 한 결정에서 가장 극적으로 드러납니다. 이 선택은 영화의 환상적인 설정을 만질 수 있는 현실에 단단히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며, 그 집을 감독과 주인공 모두의 기억을 담는 그릇으로 만듭니다. 헤이그는 이 경험이 카타르시스를 주었지만, 동시에 자신의 ‘유령들’과 마주해야 했기에 힘든 과정이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감독의 개인적인 투영은 배우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주인공 아담을 연기한 앤드류 스캇은 이 역할이 “앤드류 감독의 경험과 나의 경험이 결합된 결혼과도 같았다”고 했으며, “자전적 감정을 역할에 가져와야 했다”고도 고백했죠.


이처럼 영화의 제작 과정은 단순히 작품을 만드는 행위를 넘어, ‘과거를 마주하고 치유한다’는 영화의 핵심 주제를 그대로 반영하는 메타 서사로 기능합니다. 아담이 자신의 과거에 대한 글을 쓰려는 시나리오 작가인 것처럼 헤이그 감독 역시 팬데믹이라는 성찰의 시기에 아주 사적이고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집필한 것이죠.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예술 형식을 통해 기억을 처리하고 트라우마에 마주 선 것입니다.


아담이 부모님의 유령을 만나기 위해 유년 시절의 집으로 물리적인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헤이그 감독은 자신의 배우와 제작진 전체를 무려 40여 년 만에, 자신의 옛집으로 데려가 실제 기억의 유령들과 대면했습니다. 아담의 여정이 카타르시스적 경험으로 묘사되듯 감독 헤이그와 배우 스캇 역시 이 과정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고백했습니다. 이러한 중첩된 구조는 영화에 부인할 수 없는 진정성과 날것 그대로의 강력한 감정적 힘을 부여합니다. 창작의 방식이 주제적 내용과 분리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면서 영화 자체가 하나의 치유 행위가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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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사를 외면한 아카데미



<올 오브 어스 스트레인저스>는 비평가들로부터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사를 받았습니다. 영화 비평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는 53명의 비평가를 기반으로 ‘보편적 찬사’를 의미하는 90점의 점수를 기록했으며, 로튼 토마토에서는 신선도 지수 96%를 달성했죠. 비평가들은 이 영화를 “파괴적이고 심오한 걸작” “진심이 담겨 잊을 수 없는 작품”으로 묘사하며, 로맨스, 판타지, 스릴러의 경계를 넘나드는 장르적 모호성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관객들의 반응 역시 강렬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영화가 며칠 동안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거나 “말문이 막히게 만드는 영화”라고 평했으며, 눈물을 흘렸다는 후기가 주를 이뤘죠. 특히 영화의 모호한 결말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동안 ‘누가’ ‘언제’ 죽었는지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낳으며 뜨거운 토론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모호함은 일부에게 혼란을 주기도 했지만, 다른 이들에게 영화의 힘을 구성하는 훌륭한 핵심 요소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러한 호평은 자연스럽게 수많은 수상 실적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2023 영국 독립 영화 시상식(BIFA)에서의 성과는 압도적이었죠. 최우수 영국 독립 영화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남우조연상, 촬영상을 휩쓸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쏟아지는 찬사와 수상 실적에도 불구하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단 하나의 후보에도 오르지 못하는 이변이 발생해 영화계가 수군거렸습니다. 영화의 예술적 정체성이 낳은 필연적인 결과로 분석될 수도 있죠. 영화의 메타크리틱 점수 90점은 같은 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여러 작품, 예를 들어 <마에스트로 번스타인>(78점)보다도 높습니다. 이는 비평적 평가와 아카데미의 인정 사이에 명백한 괴리가 존재함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첫째, 해설가들은 이 영화가 시적이고 비선형적이며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 영화의 힘은 줄거리나 시각적 스펙터클보다는 분위기, 감정의 결, 심리적 깊이에 있는데, 이는 명확한 서사를 선호하는 아카데미의 주류 취향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죠.


둘째, 배급사인 서치라이트 픽처스는 같은 해에 11개의 오스카 후보를 배출한 <가여운 것들>이라는 또 다른 강력한 후보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서치라이트는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과시적인 <가여운 것들>에 오스카 캠페인 예산을 집중하는 전략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셋째, ‘퀴어적 외로움’과 ‘세대적 트라우마’라는 영화의 핵심 주제는 비평가들에게는 극찬을 받았지만, 더 넓고 보편적인 취향을 가진 아카데미 회원들에게는 너무 뾰족하거나 우울하게 받아들여졌을 수 있습니다. 결국 오스카에서의 외면은 이 영화의 예술적 강점인 섬세함, 감정적 친밀감, 모호함이 어떻게 상업적, 그리고 시상식에서의 약점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습니다.












독특한 영국적 퀴어 명상록이 된 일본의 유령 이야기



<올 오브 어스 스트레인저스>는 야마다 타이치의 1987년 소설 <이방인들과의 여름>을 원작으로 합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도쿄에 사는 48세의 이혼남이자 냉소적인 TV 시나리오 작가 하라다 히데오입니다. 그는 아들과 전 부인과 소원하게 지내며 고독한 삶을 살죠. 어느 날 그는 죽은 부모님을 그들이 죽었을 때의 나이 그대로 만나게 되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미스터리한 여성 이웃 케이와 관계를 맺게 됩니다. 원작의 장르와 톤은 날카롭고 오싹한 현대 유령 이야기에 가까우며, 공포 소설의 색채가 짙습니다. 핵심적인 설정은 유령이 된 부모님과의 만남이 하라다의 생명력을 흡수하여 그를 수척하게 만든다는 전형적인 흡혈귀적 유령 모티프입니다. 소설의 분위기는 간결하고 효율적이며, 공포감이 서사를 주도합니다.


헤이그 감독은 ‘오래전 돌아가신 부모님을 지금의 나와 같은 나이로 다시 만난다면 어떨까?’라는 원작의 핵심 설정에 매료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전통적인 유령 이야기에서 벗어나 더 심리적이고, 거의 형이상학적인 무언가를 찾고 싶었죠. 이러한 의도는 세 가지 핵심적인 변화로 나타납니다.


첫째, 서사의 ‘퀴어화’입니다. 가장 큰 변화는 주인공을 게이로 설정하고, 케이와의 이성애 로맨스를 아담과 해리의 퀴어 로맨스로 전환한 것이죠. 헤이그는 이를 통해 퀴어의 삶에서 가족애와 연애 감정이 맺는 복잡한 연결고리를 탐구하고자 했습니다.


둘째, 공포에서 우울로의 전환입니다. 영화는 원작의 생명력을 앗아가는 공포 요소를 완전히 제거합니다. 부모님은 더 이상 물리적 위협이 아니라 심리적 필수품이 됩니다. 아담이 겪는 ‘병’은 유령이 야기하는 육체적 쇠약이 아니라, 그가 부모님을 방문함으로써 치유해야 하는 슬픔과 외로움이라는 기존의 감정적 상처를 의미합니다. 영화는 공포스럽기보다는 호사스러울 정도로 슬픈 감정이 지배하죠.


셋째, 세대적 트라우마의 주입입니다. 헤이그는 이 각색을 통해 “1980년대에 성장한 특정 세대 게이들의 뚜렷한 경험과 기억”을 탐구합니다. 이는 원작에는 없는 사회역사적 비평의 층위를 더하며, 에이즈 위기의 유산과 그 시대의 편견을 다룹니다.


헤이그는 ‘외로운 남자가 죽은 부모와 이웃을 만난다’는 원작의 서사적 뼈대를 추출한 뒤, 그 안에 ‘세대적 퀴어 트라우마’라는 새롭고, 지극히 개인적이며, 역사적으로 구체적인 영혼을 불어넣었습니다.


원작의 핵심 갈등이 자신을 해치는 유령 부모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외부적 투쟁이었다면, 헤이그는 이를 1980년대에 게이로 성장하며 형성된 내면의 트라우마로 대체했습니다. 에이즈에 대한 공포, 부모의 거절에 대한 두려움, 사회적 수치심이 아담의 삶에서 사랑과 연결을 앗아간 새로운 ‘흡혈귀’가 된 것이죠.


이로써 서사의 극성이 완전히 역전됩니다. 원작에서 부모는 문제의 근원이지만, 영화에서 부모는 해결책입니다. 아담은 결코 할 수 없었던 대화를 나누고, 받지 못했던 인정을 얻기 위해 그들에게 가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현재의 해리를 사랑하지 못하게 막는 상처를 치유할 수 있기 때문이죠. 유령은 악의적인 존재가 아닌 치료적 투사체로 변모합니다. 결국 헤이그는 원작의 설정을 그릇으로 삼아, 자신의 취약함과 특정 세대의 역사를 쏟아 부음으로써 ‘일본의 유령 이야기’를 ‘독특한 영국적 퀴어 명상록’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이 각색은 그 자체로 하나의 주장이 됩니다. 즉, 유령 이야기라는 보편적 틀이 소외된 공동체의 특수한 고통과 희망을 표현하는 강력한 도구로 재창조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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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적이면서도 혼란스럽고도 외로운 춤



<올 오브 어스 스트레인저스>의 감정적 힘은 서사뿐만 아니라,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영화적 기법에서 비롯됩니다.



기억의 질감: 촬영(제이미 D. 램지)과 프로덕션 디자인(사라 핀레이)


제작진은 1980년대의 기억, 낡은 사진, 레코드판의 질감을 환기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35mm 필름으로 촬영합니다. 이는 지나치게 구조적이거나 완벽하지 않은, 유기적이고 결함 있는 화면을 목표로 한 선택이었죠.

촬영감독 제이미 램지와 헤이그 감독은 반사와 왜곡을 핵심적인 시각 언어로 사용합니다. 이는 아담의 ‘왜곡된 자아상’을 표현하기 위해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것입니다. 해리를 처음 거울 속에서 마주하는 장면(아담 자신의 외로움의 반영), 엘리베이터의 무한 거울, 기차 창문에 비친 어린 아담의 왜곡된 이미지 등은 ‘분열된 자아’라는 심리적 주제를 문자 그대로 시각화합니다.


색상과 조명은 철저히 감정적으로 동기화됩니다. 아파트 건물을 비추는 녹아내리는 금빛 석양은 초현실적이고, 초자연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게이 클럽의 생생한 분홍빛과 짙은 보라색은 섹시하면서도 어둡고 역사적인 퀴어 공간을 환기시킵니다. 로맨스 장면의 따뜻한 불꽃같은 조명은 영화의 주제곡인 ‘The Power of Love’의 가사(‘불꽃이여 타올라라, 욕망을 불태워라’)를 직접적으로 표현합니다.


사라 핀레이의 프로덕션 디자인은 차갑고 현대적이며 텅 빈 고층 아파트와 따뜻하고 어수선하며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교외의 옛집을 극명하게 대조시킵니다. 이는 아담의 감정 상태를 시각적으로 대변하죠. 그의 현재는 고립되고 무균 상태인 반면, 그의 과거는 트라우마로 얼룩져 있음에도 그가 갈망하는 따뜻함과 연결을 품고 있습니다.




슬픔의 리듬: 편집(조나단 앨버츠)과 사운드 디자인


헤이그 감독의 오랜 동료인 편집감독 조나단 앨버츠는 의도적으로 관객에게 ‘혼란감’을 주기 위해 편집 전략을 세웠습니다. 이는 두 개의 평행한 타임라인을 유동적으로 혼합하는 비선형적 전환을 통해 달성됩니다. 대사를 겹치거나 두 번 재생하고,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부드러운 전환을 사용하여 아담이 부모님과 보내는 시간과 해리와 보내는 시간을 오갑니다. 이러한 편집은 시공간의 논리를 거스르며 꿈의 상태나 기억의 유동적인 본질을 모방하고, 관객으로 하여금 무엇이 현실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듭니다.


사운드 디자인은 편집과 긴밀하게 협력합니다. 아담이 과거로 이동할 때 사운드는 미묘하게 변화하며 잠에 빠져드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죠. 정교하게 사용된 사운드는 스코어 및 팝송과 조화를 이루어 완벽하게 몰입적인 분위기를 창조합니다.




삶의 사운드트랙: 서사적 모티프로서의 음악


1980년대 팝 음악의 사용은 우연이 아니며, 모든 곡은 처음부터 각본에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이 노래들은 아담과 관객을 과거로 이동시키는 서사적 장치로 기능합니다. 프랭키 고즈 투 할리우드와 펫 샵 보이즈의 음악은 영화를 1980년대 ‘영국 퀴어 문화’라는 특정한 시공간에 단단히 고정시킵니다.


가족이 펫 샵 보이즈의 ‘Always On My Mind’에 맞춰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는 장면은 영화의 전환점입니다. ‘아마도 난 당신을 / 마땅히 그래야 했던 것만큼 / 잘 대해주지 못했나 봐요’라는 가사는 아담과 그의 부모, 특히 아버지 사이에 표현되지 못한 감정과 후회에 대한 가슴 아픈 부연 설명을 제공하죠.


프랭키 고즈 투 할리우드의 1984년 히트곡 ‘The Power of Love’는 영화의 핵심 모티프가 됩니다. 이 곡은 영화에 여러 번 등장하며, 그 가사는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위한 문자 그대로의 대본이 됩니다. 해리가 ‘문 앞의 뱀파이어들’에 대해 말하는 것은 노래 가사의 직접적인 인용이며, 그를 지켜주겠다는 아담의 마지막 약속은 노래의 도입부를 완성합니다.


‘사랑은 어둠을 몰아내는 빛’이라는 가사와 함께 두 사람이 별이 되어 우주로 사라지는 마지막 이미지는 영화의 궁극적인 주제 선언입니다. 또한 이 노래가 1984년 크리스마스 시즌 1위 곡이었다는 사실은, 크리스마스이브에 부모님을 잃은 아담의 트라우마와 비극적으로 연결되어 사랑과 상실의 노래로 동시에 기능합니다.











불완전하고 결함 있는 사랑이라 할지라도


영화는 특정한 종류의 외로움을 섬세하게 탐구합니다. 이는 단순히 혼자 있는 상태가 아니라, 관용이 덜했던 시대에 성장하며 얻은 오래 지속되는 감정적 손상에 관한 것입니다.


헤이그 감독은 질병이나 죽음과 동의어였던 에이즈 위기 시대에 성년이 된 게이 세대의 퀴어 정체성에 초점을 맞춥니다. 아담의 어머니가 에이즈에 대해 즉각적인 공포를 느끼고, 게이의 삶이 매우 외로운 삶일 것이라 믿는 것은 1980년대의 만연했던 동성애 혐오를 반영하죠. 이 역사적 트라우마가 바로 아담의 고립의 근원이며, 그는 공포와 수치심으로 점철된 성장기 때문에 자기만의 연옥에 갇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인물입니다.


40대인 아담과 20대인 해리의 관계는 서로 다른 퀴어 세대 간의 대화를 형성합니다. 그들은 ‘게이’와 ‘퀴어’라는 다른 용어를 사용합니다. 성소수자에 대해 더 관용적인 시대에 자란 20대 해리는 성관계와 ‘사형 선고’를 연관 짓는 역사적 부담을 지니고 있지 않죠.


그러나 영화는 소수자로서의 외로움이 여전히 지속됨을 보여줍니다. 해리 역시 자신의 가족과 소원해진 채 깊은 외로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는 사회적 수용은 개선되었을지라도, 연결에 대한 근본적인 인간의 욕구와 그 부재로 인한 고통은 보편적임을 시사합니다. 해리는 부모가 자녀에게 무심코 가하는 잔인함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에 대한 경고를 보여줍니다.


아담이 부모님과 만나는 장면들은 커밍아웃부터 복잡하고 소급적인 화해와 치유의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반응은 사랑, 혼란, 그리고 시대적 편견이 뒤섞여 있죠. 그녀는 무심코 잔인하고 서툰 질문들을 아담에게 던지지만, 이는 적대적인 세상에서 홀로 살아남은 아들을 향한 두려움과 걱정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아버지가 어린 시절 울고 있는 아들을 위로해 주지 못한 것을 사과하는 장면은 감정적으로 관객을 압도하죠. 벨은 시대의 남성성에 갇혀 애정을 표현하지 못했지만, 필사적으로, 진심을 다해 미안하다, 사랑한다고 말하려는 남자를 연기합니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현대 영화의 ‘완벽하게 지지적인 부모’라는 클리셰를 거부하고, 대신 시대의 한계에 갇힌 부모들의 불완전하고 결함 있는 사랑에서 심오한 감동을 찾아냅니다. 아담의 부모는 깨어있지 않습니다. 그들의 반응은 1980년대의 동성애 혐오로 물들어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담은 계속해서 그들에게 돌아갑니다. 영화는 그가 이 연결을 필요로 함을 강조하며, 이 결함 있는 사랑이 여전히 유효하고 치유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치유 과정은 상호적입니다. 아담은 부모의 사랑을 느끼고 말하지 못했던 것을 말할 기회를 얻지만, 동시에 그들에게도 선물을 줍니다. 바로 아들을 성인으로서 알게 해주는 것입니다. 한 비평가의 말처럼, 부모는 살아생전에는 가질 수 없었던 지혜를 아들로부터 얻게 됩니다.


결국 영화는 ‘수용’이라는 단순한 서사를 넘어섭니다. 타인의 본질적 불가해성이 사랑의 근본적인 일부임을 시사합니다. 아담과 그의 부모는 시간과 경험으로 분리되어 어떤 면에서는 서로에게 이방인으로 남습니다. 그러나 그 낯섦의 공간 안에서, 깊고 치유적이며 초월적인 사랑은 여전히 가능합니다. 이는 종종 묘사되는 영화들 속 가족의 모습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인간적인 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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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제각각 별 하나에 담긴 우주



<올 오브 어스 스트레인저스>는 유령 이야기와 사랑 이야기,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허물어 한 남자의 정신세계에 대한 단일하고 몰입적인 경험을 창조합니다. 영화는 “무엇이 현실인가?”라는 질문 대신 “무엇이 진실하게 느껴지는가?”라는 더 깊은 질문을 던지죠.


아담의 부모님과의 재회나 해리와의 관계가 객관적 현실인지 아니면 상상의 산물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경험들이 아담의 내면에서 일으키는 감정적 진실성입니다. 영화는 기억과 상상력, 그리고 사랑이 우리의 현실을 구성하고, 가장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 강력한 힘이라고 말합니다.


이 치유의 여정에서 가족애와 연애 감정은 불가분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담은 과거의 가족 관계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현재의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부모님과의 대화를 통해 그는 수십 년간 묵혀온 슬픔과 오해를 풀고, 비로소 해리에게 마음을 열 수 있는 공간을 얻습니다. 이처럼 영화는 한 개인의 치유가 단절된 관계들을 다시 잇는 과정임을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이러한 주제를 비극적이면서도 초월적인 방식으로 압축합니다. 해리의 시신 발견은 냉혹한 현실이며, 퀴어 공동체가 겪어온 고립과 비극의 역사를 상기시키죠. 그러나 아담의 마지막 선택은 단순한 현실 수용을 넘어섭니다.


“내가 널 찾았어”라는 그의 말은 해리의 외로운 죽음이라는 결말을 거부하고, 사랑의 힘으로 새로운 서사를 창조하려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이는 시나리오 작가인 아담이, 그리고 영화감독인 헤이그가 예술을 통해 트라우마를 재구성하고 치유하는 행위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결국 ‘The Power of Love’의 선율과 함께 두 사람이 밤하늘의 별이 되어 합쳐지는 마지막 이미지는 형이상학적 절정이자 영화의 궁극적인 선언입니다. 이는 그들의 사랑이 죽음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넘어섰음을 의미합니다. 그 사랑은 비록 짧고 비극으로 끝났을지라도, 우주 안에 영원히 존재하는 빛이 되어 어둠을 몰아내는 힘을 얻습니다.


<올 오브 어스 스트레인저스>는 시간, 장소, 공동체라는 지극히 특수한 배경을 가지면서도 사랑과 연결에 대한 인간의 채워지지 않는 욕구를 탐구한다는 점에서 심오하게 보편적입니다. 모호하고, 개인적이며, 시적이기를 감행함으로써 영화는 쉬운 해답 대신 깊이 느껴지는, 그리고 궁극적으로 희망적인 비전을 제시합니다. 즉, 우리 모두는 어떤 면에서 서로에게 이방인일 수밖에 없지만, 사랑은 그 낯섦과 상실의 심연을 가로질러 우리를 연결하고, 구원하며, 영원히 빛나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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