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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나와 최고의 나를 기억하는 당신에게

불안의 시대에 던져진 밀레니얼의 자화상|드라마 <노멀 피플>

by 조하나


<노멀 피플>은 인기 로맨스를 넘어 불안과 경제적 불확실성, 그리고 후기 자본주의 시대의 복잡한 친밀감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시대정신을 포착한 기념비적인 문화 텍스트로 평가받습니다. 수많은 시상식에서의 수상 및 후보 지명은 물론 비평가 및 대중 모두에게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그 예술적 중요성을 입증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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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멀 피플>이 공개된 건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락다운 시기였습니다. 극심한 고립의 시기에 사람들은 아련한 친밀감과 인간적 연결을 갈구했고, 이는 작품의 주제를 증폭시키며 경이로운 파급력을 낳았죠.


그러나 팬데믹이 이 드라마의 적실성을 창조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팬데믹은 원작 소설인 샐리 루니의 작품 세계에 이미 내재되어 있던, 연결에 대한 갈망, 외로움, 경제적 불안정성과 같은 밀레니얼 세대의 기존 불안감을 강력하게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노멀 피플>이 그토록 깊은 공감을 얻은 이유는 전 지구적 위기가 보편적으로 체감하게 만든 진실을 이야기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작품의 문화적 생명력은 팬데믹 시대와의 연관성을 넘어 21세기의 보편적 조건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기에 더욱 오래 지속됩니다.








‘노멀(평범함)’의 역설



이 시리즈의 제목 ‘노멀 피플(Normal People)’은 그 자체로 해체의 대상이 됩니다.


주인공 코넬과 메리앤에게 ‘평범하다’는 것은 오직 둘이 함께일 때만 도달할 수 있는 열망의 상태입니다. 그들의 ‘관계’라는 세계 바깥에서 두 사람은 사회가 강요하는 역할과 연기를 수행해야만 합니다. 반면 둘만의 사적인 연결은 이러한 사회적 갑옷을 벗어던질 수 있게 해 줍니다. 서사는 사회적 규범에 순응하는 것과 진정한 자아를 추구하는 것 사이의 긴장을 세밀하게 탐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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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라는 서사의 동력과 필연적인 궤도



이야기는 강렬한 연결과 그 뒤를 잇는 파괴적인 단절의 순환을 통해 전개됩니다. 그 근원에는 거의 항상 ‘오해’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죠. 첫째, 코넬이 졸업 파티에 메리앤을 파트너로 초대하지 못한 것은 사회적 불안과 수치심에서 비롯된 ‘실패’였습니다. 둘째, 대학 시절의 첫 번째 이별은 코넬이 자신의 경제적 불안정성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자, 메리앤이 이를 자신에 대한 무관심으로 오해하면서 발생합니다.


이러한 순간들은 단순한 오해가 아니라, 더 깊고 언어화되지 않은 트라우마와 계급 불안의 증상에 가깝습니다. 개인의 내면 상태가 어떻게 외부의 소통을 방해하고 관계를 파괴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죠. 등장인물들의 소통 실패는 단순히 개인적 결함이 아니라, 그들이 내면화한 심리적 트라우마와 그들이 속한 계급 구조의 직접적인 증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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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넬이 여름 동안 머물 곳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단순한 수줍음이나 창피함이 아닙니다. 그것은 노동 계급의 자존심과 상류층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에 대한 수치심의 발현이죠. 마찬가지로, 메리앤이 즉각적으로 버림받았다고 가정하는 것은 단순한 불안감이 아니라, 가족에게 받은 학대로 인해 자신은 보살핌 받을 가치가 없다고 믿도록 조건화된 사람의 기본값이자 학습된 반응입니다.


이는 ‘사회 구조(계급주의, 가족 학대) → 개인의 트라우마(수치심, 무가치함) → 소통의 단절 → 관계의 파열’이라는 인과적 사슬을 드러내며, 이야기를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사회 비평의 차원으로 격상시킵니다.


반복되는 이별에도 불구하고, 두 인물은 서로에게 필연적으로 이끌리는 소울메이트로 묘사됩니다. 시간을 건너뛰는 서사 구조는 이러한 패턴을 강조하며, 그들이 서로의 삶을 계속해서 엮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죠. 코넬이 뉴욕으로의 이주를 고려하며 또 다른 이별에 직면하는 결말은 비극이 아닙니다. 이는 오랜 순환의 정점으로, 과거의 오해 대신 성숙함과 상호 지지를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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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짊어진 상처



메리앤의 트라우마는 순환적입니다. 아버지와 오빠로부터 받은 신체적, 정서적 학대와 어머니의 수동성과 무관심으로 점철된 유년 시절에서 비롯된 것이죠.


이후 그녀가 제이미, 루카스와 같이 학대적이고 지배적인 파트너를 선택하는 것은 프로이트가 말한 ‘반복 강박’입니다. 이는 자신이 통제력을 가질 수 있다고 느끼는 맥락에서 원래의 트라우마를 재연함으로써 그것을 극복하려는 무의식적 시도입니다. 또한 그녀는 자신의 타락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욕망을 드러내기도 하죠.


그녀의 공적인 페르소나, 즉 냉담하고 무관심하며 독립적인 모습은 학대적인 환경으로부터 연약한 ‘진짜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구축된 ‘거짓 자기’입니다. 코넬은 이 가면 뒤에 있는 그녀의 ‘진짜 자기’를 보는 유일한 인물이며, 이것이 그들의 연결이 그토록 심오한 이유이기도 하죠. 그들의 관계는 ‘최악의 나’를 넘어 ‘최고의 나’가 발현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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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넬의 트라우마는 단일한 ‘충격'’이라기보다, 그의 내면적 지성과 인기 운동선수라는 연기된 사회적 정체성 사이의 만성적인 ‘부조화 상태’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소외감은 그의 노동 계급 배경과 트리니티 칼리지라는 특권적 공간에서 느끼는 수치심에 의해 더욱 악화됩니다.


친구 롭의 자살은 촉매제가 되어, 그가 억압해 온 불안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듭니다. 이는 심각한 우울증과 자살 충동으로 발현되죠. 상담사의 방에서 그가 무너져 내리는 장면은 마침내 이 내적 분열을 언어화하는 결정적인 순간입니다. 그는 자신의 삶으로부터 분리된 느낌을 “겉은 너무 빨리 녹아내리는데 속은 여전히 꽁꽁 얼어있는 냉동식품 같다”라고 고백합니다.


역설적이게도, 그의 수치심과 부적절함에 대한 감정은 메리앤을 향한 깊은 연민과 보호 본능의 원동력이 됩니다. 그는 자신이 느끼는 소외감의 다른 형태를 그녀의 취약성 속에서 인지하고, 바로 그 때문에 그녀에게 끌립니다.








코넬의 체인, 말해지지 않는 계급의 축



사회경제적 차이는 이 서사를 형성하는 중심적이면서도 종종 침묵하는 힘입니다. 이는 코넬이 느끼는 수치심의 구조적 원천이자, 그들의 초기 만남에서 권력 역학의 기반이 됩니다. 서사는 경제적 차이를 노골적으로 부각하지 않으면서도, 문화 자본과 사회적 불안이 인물들의 선택에 얼마나 깊이 내재되어 있는지를 미묘하게 보여줍니다.


원작 소설에서 ‘체인’은 코넬의 노동 계급 지위를 폄하하는 ‘아르고스 시크(Argos chic)’라는 표현으로 단 한 번 언급됩니다. 그러나 시리즈에서 체인은 그의 정체성의 핵심적인 부분이자, 끊임없이 등장하는 시각적 요소가 됩니다.


이 ‘코넬의 체인’은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현상이 되었고, 엄청난 팔로워를 가진 인스타그램 계정(@connellschain)을 탄생시켰으며 남성 목걸이 판매를 급증시켰습니다. 이 현상은 팬데믹 기간에 발생했으며, 체인은 욕망과 토론의 중심점이 되었죠.


코넬의 체인이 사소한 텍스트적 디테일에서 주요 문화적 상징으로 변모한 것은, 문학 매체에서 시각 매체로의 전환이 낳은 직접적인 결과이기도 합니다. 소설은 체인을 한 번 언급할 뿐이며, 독자의 상상력은 이를 스쳐 지나갈 수 있었습니다. 반면 TV 시리즈는 강렬한 감정과 친밀감의 장면에 체인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킵니다.


카메라는 체인 위에서 머뭇거립니다. 이 끊임없는 시각적 현존은 폴 메스칼의 호평받은 연기와 결합하여, 이 오브제에 원작의 의도를 훨씬 뛰어넘는 중요성을 부여합니다. 성공적인 각색은 단순히 원작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매체의 고유한 특성(이 경우, 시각적 클로즈업과 연속성)을 사용하여 새로운 의미의 층위를 창조하며, 때로는 원작의 의도를 능가하기도 합니다.


이 체인은 다층적인 상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 계급 정체성. 이는 메리앤 세계의 부유함과 대조되는, 소박하고 저렴한 장신구입니다. 둘째, 새로운 남성성의 상징입니다. 체인은 시리즈가 옹호하는 더 취약하고 감성적인 남성성의 기표가 되었으며, 이는 전통적인 ‘마초’ 미학과는 거리가 멉니다. 셋째, 시선의 에로티시즘을 드러냅니다. 카메라가 체인에 집중함으로써, 체인은 욕망의 대상이 되고 남성 캐릭터에 대한 성적 대상화가 이루어지는데, 이는 전형적인 ‘남성적 시선’의 역전입니다. 마지막으로, 상품화의 과정을 보여줍니다. 체인이 계급의 표식에서 바이럴 패션 트렌드, 그리고 자선 경매 품목으로 변모하는 여정은, 진정성의 상징조차 상품화될 수 있는 후기 자본주의 문화의 역학을 완벽하게 보여줍니다.









내면을 스크린에 번역하는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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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멀 피플>의 카메라는 수동적인 관찰자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이해와 감정적 일체감을 형성하는 능동적인 참여자이며, 중심 관계 속에서 거의 제3의 인물처럼 기능합니다. 카메라는 종종 인물들을 등 뒤에서 촬영하여 관객을 캐릭터의 입장에 놓이게 합니다. 또한 인물들의 얼굴에 극도로 집중하고 배경을 흐리게 처리하죠.


이러한 일관된 시점 전략은 단순히 사건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시청자가 인물들의 주관적인 세계 경험에 공감하도록 강제합니다. 우리는 그들이 보는 것을 보고, 주변 세계로부터 그들이 느끼는 고립감을 함께 느낍니다. 따라서 카메라의 ‘시선’은 소설의 3인칭 제한적 서술을 번역하는 주요 메커니즘이 됩니다. 이는 서술적 목소리가 되어 우리의 공감을 유도하고, 시청자와 인물 사이에 비할 데 없는 심리적 친밀감을 형성합니다.



근접성의 언어



일관된 롱테이크의 사용은 감정이 실시간으로 펼쳐지게 하여, 시청자가 인물들의 심리적 공간에 머물도록 만듭니다. 얼굴에 대한 극단적인 클로즈업은 미세한 표정을 포착하여 루니의 산문을 채우는 무언의 생각들을 전달하죠. 얕은 피사계 심도의 빈번한 사용은 배경을 흐리게 만들어 코넬과 메리앤을 시각적으로 그들만의 세계에 고립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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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법은 그들의 주관적 경험을 외면화합니다. 즉, 그들이 함께 있을 때, 나머지 세상은 말 그대로 희미해집니다. 낸 골딘이나 줄리앙 랄루엣 같은 사진작가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촬영술과 자연광의 사용은 진정성을 부여합니다. 스티븐 레닉스의 미니멀하고 앰비언트 한 스코어는 아일랜드 아티스트들의 인디 트랙과 결합하여, 과하지 않으면서도 우울하고 친밀한 분위기를 고조시킵니다.



취약성과 신체: 시선의 윤리학



시리즈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노골적인 섹스 장면들은 감정적 서사에 매우 중요합니다. 인티머시 코디네이터 이타 오브라이언의 조율 하에 촬영된 이 장면들은 사실성, 취약성, 그리고 불필요한 선정성이 없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코넬과 메리앤의 육체적 친밀감은 종종 그들의 가장 정직한 소통 방식입니다. 이 장면들은 풋풋한 10대의 탐색에서부터 깊고 영적인 연결에 이르기까지 관계의 진화를 기록합니다. 그들은 권력 역학, 신뢰, 그리고 서로의 신체에서 찾는 깊은 위안을 드러냅니다.








트라우마의 세계에서 재정의하는 평범함



코넬과 메리앤의 순환적이고 위태로운 관계는 그들 각자의 트라우마와 계급이라는 사회적 압력의 산물입니다. 그들의 여정은 소외를 조장하는 세상에서 진정한 연결을 맺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또 필요한지를 증명합니다.


메리앤이 코넬에게 뉴욕으로 떠나라고 격려하고 자신은 더블린에 남는 시리즈의 결말은 비극적 이별이 아니라, 사랑의 급진적 행위입니다. 이는 그들이 상호 의존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비록 떨어져 있더라도 서로의 성장을 지지할 수 있는 두 명의 온전한 개인으로 성장했음을 의미하죠. 그들은 서로가 선물처럼 가져다준 ‘선함(Goodness)’을 내면화했습니다. 이 결말은 전통적인 로맨스의 관습을 전복하며, 관계의 궁극적인 성공은 그것이 길러내는 개인의 힘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노멀 피플>의 의의는 사랑 이야기를 넘어섭니다. 이것은 정신 건강, 계급, 그리고 인간관계의 지속적인 힘에 대한 심오하고 공감 어린 탐구입니다. 코넬과 메리앤의 ‘손상된 친밀감’을 고통스러울 만큼 아름답게 가시화함으로써 <노멀 피플>은 ‘평범함’을 고통의 부재가 아닌, 상처받은 세상에서 사랑하고 사랑받는 용감한 행위로 재정의합니다.


이 작품은 사람이 어떻게 진정으로 서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파괴적인 정확성으로 포착한, 불안의 시대에 던져진 밀레니얼, 바로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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