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다이버의 다이빙 에티켓 체크리스트

by 조하나

훌륭한 다이버는 다이빙 지식과 스킬, 테크닉을 단단하게 갖추는 건 기본입니다. 지난 10년간 해외 다이빙 업계에서 일하며, 전 세계에서 온 수많은 다이버를 만나면서 다이빙 에티켓과 매너, 애티튜드 역시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여러분 역시 다이빙 여행을 다니면서 다양한 스타일의 버디를 만나봤을 겁니다. 실제 다이빙을 하며 경험한 수많은 다이버들을 바탕으로 좋은 다이버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스쿠버 다이빙 에티켓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다운로드 (29).jpg ⓒ 조하나




1. 인스타그램을 위한 다이빙을 하지 말 것

한동안 아쿠아리움에 갇혀 있는 수중생물을 배경으로 사진과 영상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진열하는 다이버들을 많이 봤어요. 바다 환경과 수중 생태계를 사랑하고, 또 이를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는 다이버가 아쿠아리움에서 다이빙을 하는 모순은 바닷속 세상마저 인스타그램에 잡아먹힌 요즘 세상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적어도 다이버라면, 아쿠아리움에서 다이빙을 하며 사람들에게 “그래도 괜찮다"라는 인상을 주는 무책임한 행동은 하지 말았으면 해요.


2. 일회용 용기 대신 재사용 용기를 사용하세요

다이빙하러 온 손님들 대부분 편하다는 이유로 플라스틱 백과 일회용 용기를 쓰는 모습을 많이 봅니다. 이미 일회용 플라스틱으로 가득한 바닷속에 또 하나의 플라스틱을 더하지 말았으면 해요. 재사용 가능한 텀블러와 용기를 하나씩만 챙겨도 우리는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3. 리프 보호 선크림을 사용하세요

우리가 쓰는 선크림 대부분은 수중 산호초를 파괴하는 화학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요. 하와이나 호주 일부 해변에서는 이런 이유로 선크림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다이빙 교육 중에 마스크 물 빼기를 할 때 선크림이 눈에 들어가 눈물을 쏙 빼는 분들이 많아요. 그만큼 선크림에 독한 성분이 많다는 뜻이죠. 저는 다이빙 교육이나 브리핑 시 선크림 이용을 자제할 것을 호소하고, 꼭 사용해야 한다면 리프 보호 선크림을 이용할 것을 권장하는데요. 조금만 주의 깊게 찾아보면 리프 보호 선크림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습니다. 또, 선크림은 입수 전 최소 30분 전에는 미리 발라서 충분히 흡수시켜 주세요. 입수 직전 바른 선크림은 바로 물에 씻겨나가 효과도 없어요.


4. 보트 화장실 이용 에티켓

대부분의 다이빙 보트에 비치된 화장실은 모든 게 바닷속으로 그대로 흘러 내려가는 ‘마린 토일렛(Marine Toilet)’입니다. 다이브 브리핑에서 대부분의 다이브 리더가 다이빙 보트가 다이브 사이트에 정박했을 땐 화장실 이용 후 물을 내리지 말고, 반드시 보트가 이동할 때만 물을 내리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또한, 같은 이유로 다이빙 보트 화장실 이용 시 휴지나 생리용품을 변기에 내려보내면 안 됩니다. 반드시 따로 비치된 쓰레기통에 버리세요.

5. 다이빙 용어를 올바르게 사용하세요

여전히 수많은 유자격 다이버가 공기탱크를 ‘산소통’이라고 부르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영어를 쓰는 다이버의 경우, 마스크를 ‘고글’이라고, 핀을 ‘플리퍼’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아요. 분명 의미가 전혀 다른 용어들이니 스쿠버 다이버로 정확하고 분명한 용어를 사용하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6. 다이브 브리핑에 집중하세요

자신이 경험 많은 다이버라고 생각하는 다이버는 다이브 브리핑을 듣는 모습에서 티가 많이 납니다. 하지만 정말 다이빙을 잘하는 분들은 새로운 지역에서 새로운 다이버들과 새로운 다이브 리더와 다이빙할 때 브리핑에 집중해요. 다이빙이 환경과 지역, 컨디션에 따라 다르고, 다이브 리더와 함께 다이빙하는 일행들과 핸드 시그널도 맞춰보고 비상 상황에 대응하는 과정도 체크해야 한다는 걸 잘 알거든요. 자신이 아무리 경험 많고 잘하는 다이버라 생각해도 다이브 브리핑을 잘 들어주세요. 만약 다이브 리더가 다이빙을 진행하는데 알아야 할 특이사항(하강 시 이퀄라이징 문제가 이전에 많았다든지, 부력에 문제가 있다든지, 컨디션이 안 좋다든지, 공기를 많이 쓰는 편이라든지 등)이 있다면 반드시 알리는 게 좋아요. 다이브 리더가 여러분의 상황에 맞게 다이빙 계획을 유동성 있게 바꿀 수 있으니까요. 절대 부끄럽거나 창피하게 생각하지 말고, 솔직하게 자신의 상황을 알리는 게 좋아요. 전반적으로 레크리에이션 다이버들이 사용하는 핸드 시그널은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비슷하지만, 다이빙 지역이나 환경, 다이브 리더에 따라 미세하게 다를 수 있으니 다이브 브리핑을 통해 핸드 시그널을 통일하세요.



7. 탱크는 완전히 열어줍니다

“탱크를 완전히 열었다 살짝 감아서 잠그라"라는 말은 더 이상 다이빙에서 사용하지 않는 방법입니다. 오래전엔 다이빙을 마치고 탱크 밸브를 잠글 때 잘 안 잠기는 경우가 많아 이런 상황을 피하려고 소수의 다이빙 강사나 리더가 교육생과 손님들에게 이런 방법을 가르쳤는데요. 여전히 이런 방법을 계속 가르치는 이들이 있더군요. 절대 그러지 마세요. 장비를 셋업하고 체크할 때 공기탱크 밸브는 끝까지 완전하게 열어주세요. 또한 장비 셋업 후 1시간 이내로 입수할 거라면, 탱크가 잘 고정된 상태라면, 굳이 탱크 밸브를 닫아두지 마세요. 굳이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탱크 셋업 후 탱크 밸브를 열고 공기량을 체크한 후, BCD를 부풀려 놓고 탱크 밸브를 열어둡니다. 그리고 입수 전 다이빙 장비를 입을 때 잔압을 확인합니다. 이때 공기량이 많이 줄었다면 탱크 밸브의 오링이나 호스 부분에서 공기가 세고 있다는 뜻이기에 문제를 미리 예방하기에도 좋거든요. 반면에 탱크를 고정할 수 없고 장비 셋업이 된 상태에서 보트나 바닥에 눕혀놓아야 한다면 탱크 밸브를 닫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럴 경우, 탱크 밸브를 닫고 퍼지를 누르지 않습니다. 레귤레이터 1단계에 잔압이 남아있어 탱크와의 연결 부분을 고정시켜 주거든요. 만약 장비 셋업을 오전에 해두고 서너 시간 이후 나이트 다이빙을 할 계획이라면 탱크 밸브를 닫아둬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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