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만의 정원을 가꾸는 일

진정 아름다운 건 관심을 바라지 않는다

by 조하나

한적한 우리 동네, 숲속 시골 마을을 산책하면 소소한 눈요기부터 거창한 사유까지 모두 가능하다. 한 점에 모이지 않고 마을 여기저기 흩뿌려진 집들은 제각기 서로 닮은 구석이 하나 없다. 어떤 집은 전통식 한옥이고, 어떤 집은 현대식 가옥이고, 또 어떤 집은 오래된 집을 조금씩 고치다 보니 반반이다. 시골 마을엔 아파트가 없어 하늘이 탁 트이고 주변의 산과 들에 어우러진 집은 계절마다 꽃과 나무가 바뀌며 그 모습도 달라진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외모를 가꾸고,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정원을 가꾼다. 여기저기, 자근자근하게,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개성을 뽐내는 집을 하나씩 구경하며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시간이 쏜살처럼 지나가는데, 집과 어우러진 정원에서 드러나는 집주인의 시간과 여유, 꽃과 나무에 쏟는 정성, 그리고 ‘뿌리내림’에 대한 나름의 철학과 삶에 대한 애정을 탐구하는 데 온 마음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5.jpg
4.jpg
3.jpg
2.jpg
ⓒ 조하나



이 한적한 시골 마을에 누가 본다고 이리 정성껏 꽃을 가꾸나. 애초에 누구에게 보여주려 가꾸는 꽃밭이 아니지만 이 마을에 지나다 쉬어가는 바람과 새들, 나비와 벌이 구경꾼이 되어준다. 식물을 가꾸는 사람들은 식물도 자신을 해치는 사람을 알아보고, 또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알아본다는 걸 안다. 눈도 없고 귀도 없는 식물이지만 보고 느끼고 외부 세계에 반응할 수 있다는 걸 안다. 숲속에 사는 사람들이 정원을 가꾸는 건 그런 식물과 교감하는 일이고, 몸과 마음의 면역을 키우는 일이며, 흙 묻은 손에 감사하며 삶을 기념하는 일이다.




7.jpg
6.jpg
ⓒ 조하나



정원을 가꾸는 일은 끊임없이 생명과 연결되어 인간성에 기대는 일이다. 최첨단 기술이 꽃핀 세상에서 우리는 모든 판단은 다 과학에 맡기는 대신 자신을 불신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점점 퇴화하고 바로 눈앞에 살아 숨 쉬는 생명도 누군가가 대신 해석해 줘야 한다고 느낀다. 생명과의 단절이다. 모든 게 편리해진 세상에서 나는 매일 고기를 먹으면서도 이것이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 관심조차 없었다. 자연과 야생, 생명이 사라지고 있다고, 기후 위기로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고, 아마존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돌고래가 떼로 죽고, 하루에 30~70종의 생물이 멸종을 맞이하고 있다는데 우리는 너무 단절되어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한다.


그런 나의 삶이 바뀐 순간은 바닷속에서 생애 처음으로 길이 3~4미터 정도의 거대한 고래상어를 만났을 때다. 지구상에 현존하는 물고기 중 가장 큰 고래상어와 눈을 마주친 순간, 나의 삶은 더 이상 전과 같을 수 없었다. 나뿐만 아니라 이 세상 누구든 삶에서 단 한 번만이라도 야생동물과 마주친 적이 있다면 그때부터 자연을, 그리고 동물을 절대 함부로 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은 특별하고 예외적인 존재라는 믿음은 오직 인간들끼리 공유하는 것일 뿐 다른 동물들이 보기에 인간처럼 오만하고 어리석은 존재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조하나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나를 위해 쓴 문장이 당신에게 가 닿기를|출간작가, 피처에디터, 문화탐험가, 그리고 국제 스쿠버다이빙 트레이너

2,828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78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