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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시대의 화두는 ‘괴물’이다

넷플릭스 신작 추천 <내 안의 괴물>

by 조하나


최근 몇 년간 ‘괴물’은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의 가장 강력한 화두로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열광하는 괴물은 외형이 기이한 크리처나 초자연적 존재가 아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이 그랬듯 이제 카메라는 ‘누가 진짜 괴물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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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괴물이라는 시대정신’에 가장 완벽하게 부합하는 작품이 등장했다. 2025년 11월 13일 공개된 넷플릭스 리미티드 시리즈 <내 안의 괴물>이다.


8부작 심리 스릴러 <내 안의 괴물>은 시작부터 묵직하다. <홈랜드>의 히로인 클레어 데인즈와 <더 아메리칸즈>의 주역 매튜 리스가 주연을 맡았고, <홈랜드>와 <24>의 쇼러너 하워드 고든이 제작을 총괄했다. 이름만으로도 검증된 조합이 만들어 낸 숨 막히는 이야기는 우리 시대의 불안을 정면으로 관통한다.





두 종류의 현대적 괴물: 트라우마와 권력


<내 안의 괴물>은 두 명의 주인공, 그리고 그들 안에 도사린 두 종류의 괴물을 그린다.


첫 번째 괴물은 ‘내면의 괴물’이다. 클레어 데인즈가 연기하는 퓰리처상 수상 작가 ‘애기 위그스’는 아들의 비극적 죽음 이후 트라우마와 죄책감에 갇혀버렸다. 그녀 안의 괴물은 ‘상실’과 ‘자기 파괴’다. 이 괴물은 그녀를 은둔하게 만들었지만, 새로운 먹잇감이 나타나자 ‘집착’이라는 형태로 진화한다.


두 번째 괴물은 ‘사회적 괴물’이다. 매튜 리스가 연기하는 ‘나일 자비스’는 애기의 옆집에 이사 온 카리스마 넘치는 억만장자다. 그는 첫 아내의 실종(혹은 살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였지만, 부와 권력으로 법망을 빠져나간 듯 보인다. 그의 괴물은 숨겨진 폭력성이자, 자본주의 시스템이 묵인하는 ‘특권’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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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진짜 괴물인가?”라는 위험한 게임


시리즈는 이 두 괴물이 서로를 마주하고, 탐색하고, 자극하는 위험한 ‘고양이와 쥐 게임’을 그린다. 애기는 작가적 집착으로 나일의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피해자(애기)가 가해자(나일)를 좇는 구도처럼 보인다.


하지만 드라마는 끊임없이 ‘누가 진짜 괴물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애기의 집착이 선을 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혼란에 빠진다. 트라우마에 잠식된 애기 안의 괴물성은 과연 나일의 것과 본질적으로 다른가? 괴물을 잡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은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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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을 꿰뚫다


<내 안의 괴물>은 로튼 토마토 88%, 메타크리틱 76점이라는 압도적인 호평을 받고 있다. 이 뜨거운 반응은 단순히 두 주연 배우의 신들린 연기 대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작품은 ‘괴물’이 더 이상 외부의 공포가 아닌, 내면의 심리와 사회적 불평등 속에서 태어남을 정확히 포착했다. 팬데믹과 시스템 붕괴를 겪으며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게 된 것은 ‘통제 불가능한 나의 내면’과 ‘법 위에 군림하는 저들의 권력’이다.


<내 안의 괴물>은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든다. ‘괴물’이 시대정신이 되어버린 2025년의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과도 같은 작품이다. 당신의 내면에도, 그리고 당신의 옆집에도 ‘괴물’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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