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개봉 영화 신작
11월 19일 개봉하는 <위키드: 포 굿>은 전 세계를 매혹시킨 뮤지컬 블록버스터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입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인 더 하이츠>를 통해 화려한 영상미와 리드미컬한 연출력을 입증한 존 추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오즈의 마법사> 속 ‘사악한 서쪽 마녀’의 숨겨진 진실을 스크린 위로 화려하게 소환합니다.
신시아 에리보(엘파바)와 아리아나 그란데(글린다)라는 걸출한 두 아티스트의 만남은 이 거대한 판타지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죠.
존 추 감독의 연출적 인장은 ‘판타지의 실체화’에 있습니다.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상상력에 의존해야 했던 ‘에메랄드 시티’와 ‘먼치킨랜드’는 그의 카메라 앞에서 압도적인 스케일과 총천연색의 질감을 입고 되살아납니다. 그러나 감독은 화려한 CGI와 스펙터클에만 매몰되지 않습니다. 그는 거대한 판타지 세계관 속에서도 인물의 미세한 표정과 눈빛, 그리고 음악이 흐르는 순간의 공기를 포착하는 데 집중합니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마법이 난무하는 오즈의 세계를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닌, 살아있는 인물들이 숨 쉬는 실재적 공간으로 받아들이게 만듭니다.
영화가 천착하는 주제는 ‘선과 악의 상대성’과 ‘만들어진 괴물’에 대한 담론입니다. “누가 사악한 마녀를 만드는가?”라는 질문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적 뼈대입니다. 자신의 다름(초록 피부)으로 인해 타자화되고 배척받는 엘파바와,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권력의 중심에 서는 글린다. 영화는 이 두 인물의 대조적인 삶을 통해, 역사가 승리자의 관점에서 어떻게 왜곡되고 기록되는지를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우리가 ‘악(Wicked)’이라 규정했던 존재가 실은 편견과 오해, 그리고 정치적 선동의 희생양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과정은 현대 사회의 마녀사냥을 은유하며 묵직한 시의성을 획득합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부제이자 주제를 함축하는 ‘포 굿(For Good)’은 엘파바와 글린다의 관계를 정의하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입니다. 서로 너무나 다른 두 여성이 경쟁과 오해를 넘어 진정한 연대로 나아가는 과정은 전형적인 로맨스 서사보다 더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너로 인해 내 삶이 완전히 바뀌었어(Because I knew you, I have been changed for good)”라는 고백처럼, 영화는 상대를 통해 자신의 세계를 깨뜨리고 성장하는 관계의 위대함을 노래합니다.
<위키드: 포 굿>은 동화의 재해석을 넘어선 관계와 기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세상이 정한 규범과 중력을 거스르며 날아오르는 엘파바의 비상은, 틀에 갇히지 않고 자신만의 색으로 살아가려는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찬가와도 같습니다. 화려한 마법의 스펙터클 끝에 남는 것은 편견의 시대를 뚫고 서로에게 영원한 흔적을 남긴 두 존재의 뜨거운 우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