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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의 세계를 뚫고 피어난 예술혼 <국보>

금주의 개봉 영화 신작 추천

by 조하나


핏줄과 재능, 금기의 세계를 뚫고 피어난 예술혼, <국보>



11월 19일 개봉하는 <국보>는 요시다 슈이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일본 전통 예술의 정점이라 불리는 ‘가부키’의 세계에 투신한 두 남자의 치열한 삶을 그린 대서사시입니다.


야쿠자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가부키 명문가에 거두어진 ‘키쿠오’(요시자와 료)와, 타고난 핏줄로 명성을 이어받아야 하는 후계자 ‘슌스케’(요코하마 류세이). 영화는 '국보(Living National Treasure)'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서로를 질투하고, 사랑하고, 넘어서야 했던 두 예술가의 50년 세월을 압도적인 미장센으로 펼쳐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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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 가장 놀라운 지점은 평단의 찬사를 넘어선 폭발적인 대중적 반향입니다. <국보>는 애니메이션이 강세인 일본 극장가에서 실사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전무후무한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다소 난해할 수 있는 전통 예술 소재가 이토록 뜨거운 대중적 지지를 얻어낸 것은, 이 영화가 단순히 가부키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욕망과 성장을 보편적이고도 강렬한 드라마로 승화시켰음을 방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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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대한 성공 뒤에는 경계인의 정체성을 지닌 재일교포 이상일 감독의 집요한 연출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철저한 세습과 혈통으로 유지되는 가부키의 폐쇄적인 세계를 해부한 이가 다름 아닌 일본 사회의 영원한 이방인인 한인 감독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면서도 통쾌한 감동을 줍니다. 재일교포 감독의 시선으로 포착한 가장 일본적인 세계가 일본 관객 천만 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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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주인공 ‘키쿠오’는 야쿠자의 피를 가진 ‘외부인’으로서 가부키라는 견고한 성벽 안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이는 한국인이라는 뿌리를 가지고 일본 영화계의 거장으로 우뚝 선 이상일 감독 자신의 삶과 절묘하게 공명합니다. 감독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방인이 오직 처절한 재능과 노력만으로 ‘일본의 국보’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예술의 본질은 혈통이나 제도가 아닌 치열한 ‘삶’ 그 자체에 있음을 역설합니다.


화려한 무대 뒤에 감춰진 배우들의 땀과 고통, 그리고 예술을 향한 광기 어린 집착을 포착하는 카메라는 관객을 숨 막히는 긴장감 속으로 몰아넣습니다. 천만 관객이 목격한 전율의 무대, 그리고 이방인의 시선으로 완성해 낸 가장 찬란한 예술혼.


<국보>는 핏줄이라는 운명에 맞서 스스로 존엄을 증명해 낸 인간에 대한 뜨거운 헌사이자, 올가을 반드시 극장에서 확인해야 할 마스터피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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