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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소년들을 위한 찬가 <제이 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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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하나


늙어가는 소년들을 위한 찬가 <제이 켈리>



11월 19일 극장에서 먼저 만나는 <제이 켈리>는 <결혼 이야기>로 사랑과 이별의 파고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봤던 노아 바움백 감독의 신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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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그가 해부하는 대상은 '성공한 남자의 황혼'과 '우정'입니다. 영화는 한때 세상을 호령했던 영화배우 '제이 켈리'(조지 클루니)가 그의 헌신적인 매니저이자 오랜 친구인 '론'(아담 샌들러)과 함께 유럽을 횡단하며 겪는 여정을 로드무비 형식으로 담아냅니다.


이 영화의 연출적 인장은 '지적인 수다'와 '공간의 아이러니'에 있습니다. 우디 앨런의 적자로 불리던 바움백 특유의 날카롭고 신경증적인 대사들은 이번에도 빛을 발합니다. 그러나 전작들이 뉴욕의 좁은 아파트나 소시민의 일상을 배경으로 했다면, <제이 켈리>는 파리, 토스카나 등 낭만적인 유럽의 풍광을 무대로 삼습니다. 감독은 이 그림엽서 같은 배경과, 그 속에서 여전히 과거의 영광이나 사소한 자존심에 집착하는 인물들의 찌질한 내면을 충돌시키며 발생하는 부조리한 유머를 탁월하게 포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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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천착하는 주제는 '페르소나와 실존 사이의 괴리'입니다. '제이 켈리'라는 이름은 전 세계가 아는 브랜드이지만, 정작 그 옷을 입고 있는 인간은 늙고, 불안하며, 외롭습니다. 조지 클루니는 자신의 실제 스타성을 배역에 투영하여, 대중이 바라는 '스타 제이 켈리'를 연기하는 '인간 제이 켈리'의 피로감을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반면, 아담 샌들러는 특유의 페이소스를 덜어내고 그림자처럼 스타를 지탱해 온 매니저의 묵묵한 헌신을 연기하며 영화의 정서적 닻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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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목할 점은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입니다. 할리우드의 가장 화려한 아이콘(클루니)과 가장 친근한 코미디언(샌들러)이라는 이질적인 조합은, 영화 속 스타와 매니저라는 관계와 맞물려 기묘한 시너지를 냅니다. 영화는 두 중년 남성이 티격태격하며 나누는 대화를 통해, 성공이라는 환상이 걷힌 자리에 남는 것은 결국 곁에 있어 준 사람과의 관계뿐임을 역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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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제이 켈리>는 늙어가는 소년들을 위한 찬가입니다. 감독은 "모든 것은 변하고 잊혀진다"는 서글픈 진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내리막길을 함께 걸어갈 친구가 있다면 그 여정 또한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음을 유쾌하게 웅변합니다. 화려한 레드카펫이 아닌, 울퉁불퉁한 보도블록 위에서 비로소 진짜 '나'를 마주하는 두 남자의 여행은 올가을 관객들에게 묵직한 웃음과 위로를 건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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