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51번째 주’ 2등 시민의 ‘기브 미 초콜릿’
2026년 1월 1일. 대한민국의 아침은 밝았지만, 시대의 공기는 여전히 무겁다. 달력은 한 장 넘어갔으나 우리는 아직 2024년과 2025년이라는 두 번의 혹독한 겨울을 건너지 못하고 있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한기의 정체는 날씨가 아니다. 지난 2년간 우리가 목도한 처참한 ‘주권의 상실’, 그에 대한 분노와 무력감이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단순한 정치적 도박이 아니었다. 그것은 헌법이 명시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원칙을, 총칼을 든 군홧발로 짓밟아 권력자의 사유물로 만들려 했던 45년 만의 ‘친위 쿠데타’였다. 당시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은 민주공화국의 정치적 주권을 지키기 위해 싸웠고, 가까스로 그 밤의 야욕을 막아냈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도 잠시, 1년 뒤인 2025년 겨울 우리는 또 다른 전선에 서게 되었다. 이번 적은 탱크를 앞세운 군인이 아니었다. ‘혁신’과 ‘로켓배송’이라는 달콤한 가면을 쓴 거대 미국 자본, 쿠팡(Coupang Inc.)이었다. 총칼이 물러간 자리를 자본이 꿰찼고, 그들은 군부 독재보다 훨씬 더 교묘하고 은밀한 방식으로 우리의 ‘경제적·디지털 주권’을 유린했다. 정치권력에 맞서 싸웠던 시민들은 이제 자본 권력 앞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본질은 소름 끼치도록 같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통제권이 국민의 손을 떠나 특정 집단에 의해 난도질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 과반수가 넘는 무려 3,370만 명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과로로 잇따라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을 때 쿠팡의 대응은 기업 경영의 범주를 넘어선 ‘정치적 공작’에 가까웠다.
사고 직전까지 한국 법인(Coupang Corp.)을 대표하며 경영 전면에 섰던 한국인 대표이사 박대준은 결정적인 순간에 무대 뒤로 사라졌다. 통상적인 한국 기업이었다면 대표이사가 국회에 나와 국민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고개를 숙였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 기업 쿠팡은 달랐다. 청문회를 불과 며칠 앞두고, 미국 본사의 최고행정책임자(CAO)였던 해럴드 로저스를 새로운 한국 법인 사장으로 전격 선임해 청문회장에 내보냈다.
이 인사가 갖는 함의는 명확하다. 박대준이 그동안 ‘한국 정서에 호소하고 읍소하는 역할’을 했다면, 로저스는 ‘철저히 법리적으로 방어하고 책임을 차단하는 방패’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인사를 통해 쿠팡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한 꼴이 되었다.
실제로 로저스는 청문회 내내 개인 통역가를 대동한 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질문 내용을 왜곡했다. 대한민국 국민을 대신한 국회의원들의 질타를 ‘통역 시간’이라는 물리적 장벽으로 희석시켰다. 곤란한 질문이 나오면 “나는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른다”, “그것은 미국 본사의 컴플라이언스 규정에 따른다”는 논리로 청문회를 무력화했다. 단순한 책임 회피가 아니다. 한국 국회가 감히 미국 시민권자인 자신을 어쩌지 못할 것이라는, ‘치외법권적 오만’이 깔린 전략적 배치였다.
이러한 미국의 오만함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혈맹’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51번째 주’로서의 대한민국의 비극은 1945년 해방과 동시에 시작됐다.
일본군 무장 해제를 명분으로 38선을 긋고 들어온 미군정 사령관 하지 중장은 맥아더 포고령 제1호를 통해 스스로를 ‘점령군’이라 칭했다. 그는 조선의 자주적 독립 열망을 무시한 채 친일 관료들을 그대로 등용해 미국의 대리 통치 기반을 닦았다. 한국의 주권은 태동기부터 미국의 승인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 ‘반쪽짜리’였다.
그 굴종의 역사는 8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끈질기게 이어진다. 1980년 광주, 미국은 신군부 전두환의 병력 이동을 승인함으로써 자국의 안보 이익을 위해 한국인의 피를 묵인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미국 재무부는 월가의 금융 자본이 한국의 알짜 기업들을 헐값에 사냥할 수 있도록 시장 개방을 강요하며 한국 경제의 뼈와 살을 발라냈다.
2026년의 쿠팡 사태는 이 역사의 최신판이다.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이 한국 기업의 팔을 비틀어 공장을 미국으로 가져갔듯 쿠팡은 한국 내수 시장에서 돈을 쓸어 담으면서도 데이터와 자본의 통제권은 미국 델라웨어주 본사에 귀속시켰다. ‘미국에 상장된 미국 기업’이라며 한국 법망을 피해 가면서도, 필요할 때는 ‘한국인의 삶을 바꾼 기업’이라며 민족적 감성에 호소한다. 이것은 전형적인 제국주의적 수탈의 현대적 변용이다.
쿠팡이 더욱 악질적인 것은 12.3 내란 사태 이후 극단으로 치달은 한국 사회의 이념적 분열을 자신들의 사업적 이익을 위한 방패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들에 대한 정당한 규제를 ‘좌파의 기업 죽이기’로 매도한다. 보수 언론과 유튜버들은 “쿠팡을 공격하면 알리, 테무 같은 중국 이커머스가 한국 안방을 장악한다”며, 쿠팡 수호가 곧 ‘반중 애국’이자 ‘한미 동맹’을 지키는 길인 양 여론을 호도한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자가당착이자 대국민 사기극이다. 지금 알리와 테무를 가장 열광적으로 쓰는 나라가 어디인가? 바로 미국이다. 시장조사기관 센서타워와 블룸버그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24년 미국 앱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 1위는 단연 테무였다. 사용 시간조차 아마존의 2배에 달한다. 미국인들조차 인플레이션 시대에 국적 따위는 잊고 중국 앱의 가성비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 본토 국민들은 중국 앱에 미쳐 사는데, 한국인들에게만 “쿠팡을 써서 중국을 막자”고 호소하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다. 게다가 쿠팡이 ‘중국을 막아주는 방파제’라는 주장도 새빨간 거짓말이다. 우리가 로켓배송으로 받아보는 공산품의 90%는 어차피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다. 쿠팡은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물건을 떼어와 유통 마진을 챙기는 거대 중간상인일 뿐이다.
초연결 사회인 21세기에 핏대를 세우며 국수주의나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것은 촌스러운 일이다. 자본에 국경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쿠팡이 먼저 ‘친미’와 ‘반중’이라는 저열하고 낡은 이념 프레임으로 대한민국 국민을 기만하려 든다면, 우리 역시 똑같은 방식으로 응수해 주는 수밖에 없다. 그들이 국적을 방패로 삼는다면, 우리는 그 국적을 창으로 삼아 찌르면 된다.
그렇다면 저 거만한 해럴드 로저스가 한국 국회에서 그토록 뻔뻔하게 거짓말을 늘어놓고, 자료 제출을 거부한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한국 공정위의 과징금 따위가 아니다. 매출 30조 원이 넘는 기업에게 한국의 과태료는 껌값에 불과하다.
그들이 진짜 공포를 느끼는 대상은 바로 뉴욕 증권거래소의 주주들, 그리고 미국 법원의 ‘집단 소송(Class Action)’이다. 미국 소송 제도는 한국과 차원이 다르다. ‘디스커버리(Discovery)’ 제도를 통해 회사의 모든 내부 이메일과 문서를 강제로 털어내야 하며,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되면 기업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만약 로저스가 한국 청문회에서 개인정보 유출의 기술적 결함을 인정하거나 노동자 사망의 구조적 원인을 시인한다면, 그 발언은 즉시 번역되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증거 자료로 제출될 것이다. 이는 곧 주가 폭락과 천문학적 소송으로 이어진다. 즉, 쿠팡은 미국 주주들의 지갑을 지키기 위해 한국 국민을 희생시키고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그들에게 ‘법치를 존중해야 할 고객이자 파트너’가 아니라 ‘미국 본사의 리스크를 막기 위해 착취하고 버려도 되는 식민지 농장’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은 80년 전처럼 무기력하게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 청문회 막바지, 국회와 정부가 꺼내 든 카드 중엔 그들이 예상치 못한 ‘상호주의’가 있다.
최근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 협력업체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노동자들이 비자 문제로 ICE(미 이민세관단속국)에 의해 체포되고 강제 추방당한 사건이 있었다. 국회는 이 사건을 정확히 조준했다.
“미국이 자국 법을 내세워 우리 국민을 추방했다면, 우리도 똑같이 할 수 있다.”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은 청문회에서 즉각 쿠팡의 외국인 임원진 전원에 대한 비자 적법성 전수 조사를 정부에 요청했다. 관광 비자나 부적절한 비자로 한국에 체류하며 수십억 원의 연봉을 챙겨가는 행위가 적발될 경우, 대한민국 법률에 근거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체포와 추방을 집행할 수 있다.
결정타는 “죽음과 세금은 피하지 못한다”는 미국 연방 국세청(IRS)과 한국 국세청(NTS)의 공조이다. 이해민 의원이 국세청장에게 한미조세조약에 근거해 한국 국세청(NTS)이 미국 국세청(IRS)과 공조하여 쿠팡의 한-미 간 자금 이동 경로와 조세 회피 의혹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고 하자, 청문회 내내 턱을 꼿꼿이 들고 있던 해럴드 로저스의 눈동자가 처음으로 격하게 흔들렸다.
미국인에게 IRS는 FBI보다 무서운 저승사자다. 경찰도 잡지 못한 마피아 알 카포네를 IRS가 감옥에 집어넣은 사례는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영화 <언터처블>로도 만들어졌다. IRS는 트럼프도 국회도 건드릴 수 없으며, 그 어떤 로비도 통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쿠팡이 한국 법은 우습게 알았을지 몰라도, 미국 법의 칼날이 자신의 목을 겨누자 비로소 공포를 느낀 것이다. 대한민국은 단순한 감정적 보복이 아닌, 주권 국가로서 행사할 수 있는 정당한 법을 집행할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법을 어긴 만큼만 처벌받으면 된다.
전쟁 직후 미군 트럭 꽁무니를 쫓으며 “기브 미 초콜릿”을 외치던 배고픈 아이들의 기억은 우리의 DNA에 깊은 열등감을 심어주었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그 열등감을 ‘편리함’으로 포장하여 우리를 다시금 종속시키려 한다. 하지만 편의를 위해 주권을 포기한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민족이 아니다.
지금도 ‘쿠팡 수호’를 통해 ‘미국에 충성’을 외치는 매국 파시즘 세력은 언제까지 미국 자본이 던져주는 사료에 만족하며 스스로를 ‘51번째 주의 2등 시민’으로 격하시킬 것인가. 우리는 2년 전 아스팔트 위에서 독재자 내란 우두머리를 몰아냈던 그 뜨거운 힘으로, 자본의 식민 지배 역시 끊어낼 것이다. 해럴드 로저스의 오만을 꺾고, 검은 머리 미국인 Bom Kim(김범석)의 기만적인 이중 국적 놀음을 심판하며, 당당한 대한민국의 밥상을 요구할 것이다.
미국엔 이런 속담이 있다. “What goes around comes around.” 뿌린 대로 거둔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식민지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독립 주권 국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