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장악력을 독점하려는 대형 유튜버 '유사 방송국'들의 모순
거대 유튜브 권력의 모순부터 이재명 모델의 성취,
그리고 텍사스의 이단아 탈라리코까지.
게이트키퍼가 사라진 시대,
낡은 권력은 어떻게 붕괴하고 있는가.
최근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 우리가 굳게 믿어왔던 '수정헌법 1조: 표현의 자유의 나라'라는 타이틀이 얼마나 허망한 껍데기인지 뼈저리게 실감하게 된다.
기독교 민족주의와 우파 포퓰리즘의 위선을 정면으로 타격하며 전국적인 돌풍을 일으킨 텍사스주 하원의원, 제임스 탈라리코의 목소리가 철저히 차단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는 당초 CBS의 간판 토크쇼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에 출연해 자신의 정치적 메시지를 던질 예정이었으나, 방송 직전 인터뷰가 돌연 무산됐다. 모회사 파라마운트의 인수합병 승인권을 쥐고 있는 연방통신위원회(FCC)와 트럼프 행정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거대 미디어 자본이 스스로 검열의 칼을 빼 든 것이다. 자본과 정권의 결탁이 만든 이 노골적인 '입틀막' 사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골적인 언론 탄압은 이미 그 수위가 임계점을 넘었다. 당장 2026년 1월, 전직 CNN 앵커이자 독립 언론인인 돈 레몬이 미네소타주에서 열린 반 ICE(이민세관집행국) 시위를 현장 취재했다는 이유로 연방 요원들에게 체포되어 시민권 침해 혐의 등으로 기소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여기에 더해 공권력이 취재원 색출을 빌미로 기자의 안방까지 들이닥치는 일도 일어났다. 같은 달 14일, 팜 본디 법무장관이 이끄는 FBI(연방수사국)은 <워싱턴 포스트> 소속 해나 네이선슨 기자의 버지니아주 자택을 예고 없이 압수수색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 공무원 대량 해고 및 재편 과정을 심층 취재해 온 그녀는, 펜타곤(국방부) 정보 유출 조사를 명목으로 개인 스마트폰과 업무용 노트북 2대, 심지어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까지 모두 압수당했다. 이처럼 기자가 범죄 용의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취재 보호막을 찢고 언론인의 가택을 터는 폭력적인 사태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오만한 권력의 통제는 언제나 치명적인 역풍을 부른다. TV 송출이 막히자, 스티븐 콜베어는 이에 굴복하는 대신 인터뷰를 강행해 유튜브 채널에만 독점 공개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결과는 권력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트럼프 행정부가 경계심을 품고 그의 입을 철저히 틀어막으려 했던 시도는 완벽한 역효과를 낳았다. 인터뷰 영상은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고, 텍사스의 젊은 정치인이었던 탈라리코는 단숨에 구글 트렌드 검색어를 휩쓸며 전국구 스타로 부상했다. 레거시 미디어가 권력에 굴종해 게이트키핑을 포기한 순간, 역설적으로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낡은 권력을 우회해 얼마나 거대한 정치적 폭발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증명해 보인 통쾌하면서도 씁쓸한 풍경이다.
미국의 언론 자유 지수가 끝없이 추락하는 현상은 결코 도널드 트럼프라는 특이한 개인 한 명의 돌출 행동으로 치부할 수 없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언론 자유 지수'에 따르면, 미국은 2013년 32위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2023년 45위, 2024년 55위로 급락하더니, 급기야 2025년에는 57위까지 곤두박질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정헌법 1조'의 종주국이 언론 환경 '문제 국가' 카테고리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이것은 9.11 테러 이후 조지 W. 부시가 '애국법'으로 국가 안보를 빙자한 감시망을 깔았을 때부터 시작된 붕괴다. 이어 버락 오바마가 '방첩법'의 칼날을 휘두르며 에드워드 스노든 같은 내부고발자와 탐사보도 기자들을 고사시켰고, 트럼프가 '가짜 뉴스' 프레임으로 언론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박살 냈으며, 결국 단 6개의 거대 기업이 미디어 시장을 독점해 자본의 입맛대로 뉴스를 통제하게 된 뼈아픈 역사의 필연적 결과물이다. 언론의 자유가 권력과 자본의 교집합 속에서 어떻게 서서히 질식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표본인 셈이다.
멀리 바다 건너의 일로만 치부할 수도 없다. 우리는 불과 얼마 전, 윤석열 정권 시절 끝을 모르고 곤두박질쳤던 한국의 암울했던 언론 환경을 생생히 기억한다. 국경없는기자회(RSF)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까지만 해도 43위로 '양호함' 평가를 받던 한국의 언론 자유 지수는 윤석열 정부 들어 2023년 47위, 2024년 62위로 무려 15 계단이나 폭락하더니, 2025년(61위)까지 2년 연속 '문제 있음' 국가로 전락해 버렸다. 권력에 밉보인 언론사는 대통령 전용기 탑승에서 배제되었고, 비판적인 보도를 한 언론인들은 압수수색을 당했으며, 공영방송의 이사진은 폭력적인 방식으로 물갈이되었다.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에 드는 한국과 미국, 두 민주주의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자행된 이 참담한 퇴행은 단순히 '나쁜 지도자'의 문제를 넘어, 글로벌 정치가 직면한 '기성 언론의 구조적 붕괴'를 알리는 거대한 서막이다.
오늘날 전 세계는 '우향우'라는 거대한 해일에 휩쓸려 있다. 프랑스의 국민연합(RN)이나 독일을 뒤흔든 대안당(AfD) 같은 유럽 극우 세력의 약진,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로 대변되는 남미의 극단적 포퓰리즘 열풍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저성장과 불평등의 고착화 속에서 대중의 분노가 기존 체제를 향해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한국과 미국이 쌍둥이처럼 앓고 있는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는 그 구조적 뿌리가 더욱 깊다. 비교정치학의 거두 후안 린츠가 일찍이 경고했던 '대통령제의 위험성'이 두 나라에서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 한 표만 이겨도 국가 권력을 100% 독점하고 패자는 모든 것을 잃는 이 가혹한 '승자독식'의 제로섬 게임은, 타협과 숙의가 들어설 공간을 원천적으로 지워버렸다.
여기에 불을 붙인 것이 바로 현대 정치학이 주목하는 '정서적 양극화' 현상이다. 미국의 정치학자 앨런 아브라모위츠는 이를 '부정적 당파성'이라는 개념으로 명확히 설명한다. 이제 한미 양국의 유권자들은 '내가 지지하는 정당의 정책이 훌륭해서' 투표장에 나가지 않는다. 오직 "내가 혐오하는 저 놈들이 정권을 잡고 나라를 망치는 꼴은 내 눈에 흙이 들어와도 볼 수 없어서" 투표한다. 상대 진영을 경쟁자가 아닌 '국가의 적'이나 '악마'로 규정하는 이 맹목적인 종족주의의 늪에서, 정치는 정책 대결이 아닌 종교 전쟁으로 전락했다.
이 지독한 혼란의 한가운데서 중심을 잡아야 할 레거시 미디어는 오히려 길을 잃고 폭주의 엑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영국 BBC의 팀 데이비 사무총장이 "2030년대에는 지상파 TV와 라디오 송출을 완전히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듯, 물리적 전파를 쏘아 보내던 전통적인 방송의 권력은 이미 수명을 다했다. 콘텐츠의 유통권은 완벽하게 유튜브와 소셜 미디어로 넘어갔다.
하지만 앞서 텍사스의 탈라리코 사태에서 보았듯, 거대 미디어 자본은 여전히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다. 바로 수많은 정보의 바다 속에서 "무엇이 진짜 뉴스이고 다루어질 가치가 있는가"를 결정하고 인증하는 '게이트키핑' 권력이다. 아무리 대중이 유튜브로 정치를 소비한다 해도, 그들이 씹고 뜯고 분노하는 소재의 원본은 여전히 뉴욕타임스, CBS, 조중동, 혹은 지상파 뉴스의 로고가 박힌 '인증된 기사'들이다.
진짜 비극은 이 레거시 미디어의 잔존 권력이 구글(유튜브),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같은 빅테크 기업의 불투명한 알고리즘과 결합하면서 시작되었다. 하버드대 쇼샤나 주보프 교수가 통찰한 '감시 자본주의'의 핵심은 사용자의 화면 체류 시간을 늘려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알고리즘은 인간의 뇌가 '객관적 진실'보다 '분노'와 '혐오'라는 자극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오래 머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결국 생존의 벼랑 끝에 몰린 기성 언론들은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기 위해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내고, 알고리즘은 이를 일라이 파리저가 경고했던 '필터 버블' 속에 갇힌 유권자들에게 끊임없이 먹여 살을 찌운다.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는 '와치독'이 아니라 대중의 확증 편향을 부추기며 혐오 비즈니스의 '하청 업체'로 전락해 버린 것, 이것이 바로 미국과 한국의 민주주의가 동시에 무너져 내리고 있는 구조적 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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