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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왜 문을 안에서 밖으로 열까?

by 조하나




오랜 해외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저는 여전히 문을 열 때마다 방향을 헛갈립니다. 모두 다 그런 건 아니지만,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아파트나 주택의 현관은 안에 있는 사람이 문을 바깥 방향으로 열게 되어 있죠. 하지만 반대로 서양의 많은 나라들은 밖에 있는 사람이 문을 밀어 안으로 열고 들어오게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0240812_205759.jpg 우리집 현관문 역시 바깥쪽으로 열립니다 :) ⓒ 조하나





왜 한국은 문을 안에서 밖으로 밀어서 열고,
서양은 문을 밖에서 안으로 당겨서 열까요?



가장 먼저, 한국에는 집안으로 들어갈 때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문화가 있습니다. 만약 현관문을 안으로 밀어 열고 들어간다면 신발을 벗는 공간이 자유롭지 못하죠. 이렇게 실내 공간을 더 확보할 수 있는 문 여는 방식을 한국에선 더욱 선호한다고 합니다.


또한, 한국에서는 집주인이 문을 안에서 밖으로 여는 행위로 환대의 문화를 표현합니다. 집주인이 문을 바깥으로 열어줌으로써 상징적으로 손님을 환영하고 자신의 공간으로 초대하는 의미를 담는 거죠. 이는 누군가를 집으로 초대하는 행위가 배려와 동지애의 표현인 한국의 공동체와 나눔의 가치와도 일맥상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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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서양의 현관문은 안쪽으로 열리는 경우가 많아요. 역사적으로 이러한 디자인은 혹독한 날씨나 잠재적 침입자 등 외부의 힘에 대한 보안을 강화하는 데 유리했다고 해요. 서양의 중세 성이나 집들은 외부로부터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설계되었고, 이때 문을 안으로 당겨 여는 구조는 방어에 유리했습니다. 집안에 있는 사람이 문을 외부로부터 끌어당기는 것보다 안으로 당겨 잠그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한, 서양의 집들은 대체로 실내 공간이 넓기 때문에 문을 안으로 당겨 열어도 내부 공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해요.


이런 방식은 집주인이 문을 안으로 열면서 손님을 맞이하는 서양의 환대 문화와도 연결됩니다. 문을 당겨 열며 손님을 집으로 초대하는 동작 자체가 서양의 개방적이고 환영하는 문화를 반영한다고 해요. 또한 집주인이 직접 문을 안으로 열어주는 행위가 ‘안으로 들어오라’는 초대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이는 집안으로 들어오는 방문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으로 서구 사회의 개인주의적 문화와 가치관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집에 들어오는 손님은 내부의 공간과 집주인과의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자율성과 프라이버시 역시 존중한다는 것을 암시하죠. 같은 가치관도 나라와 문화의 차이에 따라 이렇게 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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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동서양을 통틀어 건축물의 실용적인 고려 사항도 있습니다. 현대 건축물의 문을 여는 방식은 건축법과 안전 규정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예를 들어 공공건물에서는 화재 안전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문을 바깥쪽으로 열어 비상시 신속하게 탈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위기 상황에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문을 바깥으로 밀어서 열려고 하기 때문이죠. 숙박 업소는 비상시 객실에 머무는 손님들이 한꺼번에 복도에 나오는 경우 혼잡을 방지하기 위해 대부분 객실 문이 밖에서 안으로 밀어 열도록 되어 있기도 하답니다.






이처럼 문을 여는 방식의 차이는 단순히 물리적인 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각 나라의 문화적 배경과 생활 방식, 그리고 역사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문을 열고 닫는 작은 행동 하나에도 각 문화의 철학과 가치관, 관습이 깊게 배어있네요.



여러분의 집 현관문은 어느 방향으로 열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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