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하나 Oct 09. 2024

내 어릴 적 엘프는 트랜스젠더 친구와 여행을 떠났다네

거대한 농담 같은 우리의 삶,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윌과 하퍼>.


오랜 시간 해외 친구들과 생활하며 배운 값진 교훈이 있습니다.


해외 생활 초반, 저는 한국에서 나고 자라며 자연스럽게 체득된 대화법을 아무 문제의식 없이 새로운 사회에 적용했죠. 무지하고 오만했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초면에 나이가 몇이냐, 연애는 하냐, 결혼은 했냐, (결혼을 했다면) 애는 있냐, (애가 없다면) 왜 애를 안 낳냐, (결혼을 안 했다면) 왜 빨리 결혼 안 하냐 등의 질문을 퍼붓는 한국 문화를 한국에 사는 동안 그토록 싫어했으면서도 어쩔 수 없었나 봅니다.      


어느 날 함께 일하며 안면을 튼 호주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나름 그 친구와 가까워졌다고 생각했고, 이제 “여자친구 있어?” 같은 질문은 해도 된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그에게 자연스럽게 물었습니다. 그와 더 친해지고 싶은 순수한 바람과 호의였습니다.


“나, 남자친구 있는데?”     


그 친구는 찡긋 윙크하며 저에게 말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망치로 머리를 꽝- 하고 얻어맞은 듯 부끄러움에 몸서리치며 그 친구에게 사과했습니다. 왜, 저는, 그 친구가 남자라고 해서, 아니 남자처럼 보인다고 해서 당연히 여자친구가 있을 거라는 전제가 담긴 폭력적인 질문을 했을까요? 아무리 이 세상이 다수에 의해 돌아간다고 해도 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려는 세상의 익숙한 대화법을 아무 생각 없이 따르려 했을까요?  나의 무지와 무심함이 누군가에겐 날카로운 칼이 될 수 있다는 걸 왜 몰랐을까요?

   

저는 늘 말을 하기 전 반드시 시간을 가집니다. “몇 살이세요?” “어디 사세요?” “남자(혹은 여자) 친구 있으세요?” “부모님은 뭐 하세요?” 같은 당연한 질문들에 엄청나게 예민해지려 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젠더 이슈에 대해 더 공부하려 합니다. 이 세상의 누군가는 나와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고 있다는 걸, 그리고 그들이 그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지 않은 게 아니라 내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걸 늘 스스로 상기하며 좀 더 경험하고 배우며 이해하려 합니다. 그래야 공감하고 헤아리며 연대할 수 있게 되니까요.



      

  





국민 ‘엘프’의 30년 지기 친구가 트랜스 여성이 되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코미디언이자 배우 윌 페럴입니다. 저에겐 영원한 ‘엘프’이기도 하죠.


1995년, 윌 퍼렐이 SNL에 합류할 당시 앤드루 스틸 역시 이제 막 SNL에 고용된 코미디 작가였습니다. 당시 윌도, 앤드루도 미국 코미디업계에 이제 막 발을 들인 미래가 불안한 신인이었죠. 윌이 그저 키만 크고 별로 웃기지 않는 무명 코미디언이었을 때 앤드루는 유일하게 그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그를 위한 대사를 썼습니다.


2001년 윌이 SNL을 떠난 후에도 두 사람은 스페인어로 제작된 코미디 영화나 TV시리즈 등 이상하고 특이한 프로젝트를 이어나갔습니다. ‘대체 왜 윌이 저런 걸 만들까?’라는 생각이 든다면 언제나 앤드루가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죠. 둘은 오랜 시간 아름다운 우정을 나누며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는 코미디언과 거물급 코미디 작가가 되었습니다.   


   

30년 지기 친구이자 동료인 윌 페럴과 앤드루 스틸




그런 두 사람은 팬데믹 동안 잠시 연락이 끊겼습니다. 그러던 중 윌은 앤드루의 이메일 한 통을 받게 되죠. 수십 년 동안 잘못된 몸에 갇힌 것처럼 느끼며 고통스럽게 살아왔다는 고백과 함께 앤드루는 “마침내 나의 진실을 살기로 했다”고 말합니다. 윌이 평생 지켜보고 기억했던 앤드루는 아이오와 태생으로 ‘501 청바지를 즐겨 입고 형편없는 브랜드의 맥주와 히치하이킹을 즐기는, 매우 이상하고 창의적인 유머 감각을 가진 사랑스러운 심술쟁이’였습니다. 60년 가까이 고통 속에 살다 마침내 하퍼가 된 그녀는 “나는 여전히 미국을 너무 사랑하지만, 지금은 미국이 를 사랑해 줄지 모르겠다”라는 두려운 심정을 밝힙니다.







더 이상 남자친구가 아닌 여자친구와 함께 떠나는 미국 횡단 자동차 여행



윌은 더 이상 ‘앤드루’가 아닌 ‘하퍼’에게 ‘He’ 대신 ‘She’라는 대명사를 쓰며 변치 않는 사랑과 우정, 깊은 응원, 그리고 재밌는 농담을 섞어 답장을 보냅니다. 그리고 윌은 오랜 친구에게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하죠. 미국을 횡단하는 자동차 여행을 좋아했던 하퍼에게 남자가 아닌 여자로 난생처음 떠나는 미국 횡단 자동차 여행을 제안합니다. 하퍼는 앤드루였던 시절 자주 가던 바에 가서 사람들과 어울려 맥주를 마시거나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자동차 경기장에 다시 갈 수 있을까요? 그들은 이 여행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윌과 하퍼>는 앤드루가 하퍼가 된 뒤 인생의 절친 윌과 함께 미국을 횡단하며 겪은 일을 담은 로드무비 형식의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말하는 동물이 나오는 실사 영화로서는 미국 최초로 R 등급을 받은 영화 <스트레이스>(2023)의 조시 그린바움이 감독했죠. 코미디 감각이 남다른 감독과 코미디 배우, 코미디 작가가 만났으니 ‘트랜스젠더에게 차별과 혐오를 가하면 안 된다’라며 지적하거나 가르치려는 태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진정한 코미디엔 웃음과 해학 속에 가시를 담는 만큼 다양한 감정들이 길 위에 뿌려집니다.       


이 영화는 올해 초 ‘선댄스영화제’에서 공개되며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넷플릭스 독점으로 지난 9월 27일, 전 세계에 공개되었습니다. OECD 국가에서 유일하게 차별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나라 대한민국에서 넷플릭스는 이런 소재의 컨텐츠가 전혀 승산이 없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윌과 하퍼>는 안타깝게도 한국어로 따로 제작된 예고편이나 프로모션은 따로 없습니다.



     

<Will and Harper> 공식 예고편




저는 이 영화를 진심으로, 여러분에게 추천합니다.
그리고 더 이상 배우려 하지 않고 호기심을 갖지 않는 권력자들과 꼰대들,
그리고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인들이 이 영화를 더 많이 봤으면 합니다.
전체 인구의 1/3이 트랜스젠더에 대한 깊은 적대감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매일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 범죄가 터져 나오는 나라 미국,
그리고 그보다 더 둔감하고 무심하고 가식적이며
소수자에 그 누구보다 폭력적인 나라인 한국도요.    




  







서툴지만 다정한 관심

  

‘같은’이라는 뜻의 라틴어 ‘cis-’에서 유래된 말로 ‘시스젠더(Cisgender)’는 자신의 성 정체성이 태어날 때 지정된 성별과 일치하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성 정체성이 출생 시 지정된 성별과 다른 사람들을 ‘트랜스젠더’라고 합니다. 여기서 보다 분명해져야 하는 건 ‘시스’가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기준점도 아니요, 특권을 가진 젠더도 아니라는 겁니다.     

 

시스젠더들은 트랜스젠더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지만 제대로 대화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자신이 성을 잘못 타고 태어났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지금 성차별을 당하는 게 힘들지 않은지, 외과적 수술과 트랜스의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등등. 트랜스젠더들도 시스젠더에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자신을 정말 여성(혹은 남성)이라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그저 여장(혹은 남장)을 한 망상에 찌든 미치 남자(혹은 여자) 일뿐인 건지, 자신이 바에서 맥주를 마시려고 하면 혐오스러운 발언을 퍼붓고 주먹을 날린 건지, 공중화장실을 사용해도 욕하지 않을 건지 등 끝이 없죠.

  

하퍼는 윌에게 트랜스젠터에게 물어보기 두려운 모든 것을 자유롭게 물어봐도 좋다고 허락하고, 윌은 서툴지만 다정하게 접근합니다. 하지만 그는 오랜 세월 동안 가장 친한 친구가 자살을 고려할 정도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겁을 먹은 듯합니다. 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힘은 가장 기본적인 것, 즉 두 친구가 마음속에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서툴지만 솔직하고 부드럽게 이야기하는 장면입니다.      







삶은 아름답고 지저분하며 완벽하게 불완전하다


하퍼의 고민은 윌에 비하면 말 그대로 생사가 걸린 문제입니다. 두 사람의 미국 횡당 자동차 여행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안전’입니다. 사실 로드 무비를 찍는다는 맥락에서 두 사람의 안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죠. 두 사람 주위에 카메라 스태프들이 있을 거고, 그중 한 명이 윌 페럴이며 하퍼를 대하는 이방인들은 모두 촬영 중이라는 걸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카메라를 든 스태프를 물리고 윌도 지워버린다면 혼자 남은 하퍼는 어떻게 될까요?     


<윌과 하퍼>는 앤드루였다 하퍼가 되어 돌아온 오랜 친구를 대하는 윌과 그들을 둘러싼 세상에서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불편한 감정, 눈에 띄는 실수, 진심 어린 친절의 행동을 날것 그대로 보여줍니다.     

 

미국에서 트랜스젠더로 살아간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 냅니다. 뉴요커로 살고 있지만 아이오와 태생인 하퍼는 자신의 안락한 영역을 벗어나게 되면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자신을 ‘덜 인간적’인 존재로 간주하는 텍사스 같은 주에서 얼마나 어려운 일이 벌어질지 불안해합니다. 하퍼의 외모는 변했지만 취향은 변하지 않았고, 여전히 맛없는 맥주 브랜드와 스포츠, 바를 좋아합니다.      


윌은 2주 간의 미국 횡단 자동차 여행에서 트랜스젠더가 된 친구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최선을 다해 서포트하려 노력합니다. 스타 코미디언 윌은 하퍼의 여행 동반자였다가 어떤 순간에는 방어자, 혹은 보호자 역할도 자처하죠. 윌은 자신의 특권과 유명인의 지위를 자신의 친구인 하퍼를 세상에 다시 소개할 수 있는 스포트라이트로도 활용하며, 부유하고 유명한 백인 시스맨으로서 자신의 특권을 친구를 위해 고의로 휘두릅니다. 스포츠 경기장이나 바이커들이 모이는 뒷골목의 바, 텍사스 바비큐 식당 등 세상 어딜 가도 아무도 그의 위치를 의심하지 않으니 괜찮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하퍼 역시 윌과 함께 있으면 적어도 어느 정도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오히려 이 때문에 필연적으로 윌과 하퍼는 때로 대중의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위협에 노출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러한 혐오와 편견의 본질에 깊이 빠지진 않습니다. 내일은 또다시 운전대를 잡고 또 다른 사람들이 있는, 어쩌면 그들에게 좀 더 친절하고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야 하니까요.      


영화 초반, 윌의 유머는 너무 심각한 상황이나 대화로 가는 것을 막는 방어적인 메커니즘으로 읽힙니다. 하지만 텍사스에서 끔찍한 경험을 한 후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할 무렵, 윌과 하퍼는 이러한 새로운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언어를 만들어냅니다. 그들의 농담과 유머는 여행이 이어질수록 새로운 여유로움으로 인해 더욱 날카로워집니다. 


이제 그들의 대화는 하퍼의 성전환의 구체적인 과정을 설명하는 것에서 앞으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희망과 두려움, 불안감을 솔직하게 공유하는 것을 바뀝니다. 윌 역시 하퍼를 대할 때 행여 실수를 하거나 본의 아니게 그녀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을 솔직하게 보이죠. 윌은 항상 그녀의 편이 되어주려고 노력하지만 때때로 부족합니다.


윌은 하퍼와 함께 울어요. 때론 자신에 대한 실망감을 느낍니다. 그들은 포옹하고, 웃고, 마트 주차장에 캠핑 의자를 펴고 맥주를 마시며 모텔 수영장에서 물장구를 칩니다. 모든 게 아름답고 지저분하며 완벽하게 불완전합니다.      








사람들이 나를 혐오하는 것보다 내가 나 자신을 미워하는 게 가장 두려워


미국의 보수적이고 거친 남성들이 모여있는 바와 자동차 경기장에서 위축되어 있다가 기대와 달리 만난 타인의 호의와 친절에 하퍼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립니다. 그리고 그녀가 정말 두려워했던 실체를 고백하죠.      

“저는 이 사람들이 무섭지 않아요. 무엇보다 제가 정말 두려운 건 저 자신을 스스로 미워하고 혐오하는 거예요.”     


하퍼는 결국 자신이 가장 두려운 건 사람들로부터 언제든 날아들지 모르는 돌멩이와 칼이 박힌 말이 아니라 “자신을 가장 혐오하는 건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 때문에 더 아파합니다.                










수치심으로 가득한,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하퍼는 죽을 때까지 ‘여성’이 아닌 ‘트랜스 여성’으로 불리게 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하퍼는 자신이 성전환을 하게 되면 죽는 날까지 인류의 외곽에 놓이게 된다는 걸, 다시 인류로 돌아갈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전 세계 인구의 1%에 불과한 트랜스젠더는 언제나 오해받고, 낙인찍히고, 비난받으며, 실업과 우울증, 노숙, 자살로 내몰립니다.


<윌과 하퍼>는 하퍼가 다시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협상하는 순간을 묘사합니다. 트럼프 지지자로 가득한 바에서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법을 배우는 문제부터 더 근본적으로는 그녀와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우려는 친구와 가족, 사회, 세상으로부터 안전을 지키는 법까지.


하퍼와 비슷한 나이(60대)의 트랜스 여성을 스크린에서 보는 건 상당히 드문 일입니다. 주류에서 허용되는 트랜즈젠더의 스펙트럼은 일반적으로 그들의 젊음과 아름다움, 화려함에만 집중되니까요. 물론 많은 트랜스젠더, 특히 인생의 후반에 커밍아웃하는 트랜스젠터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하퍼가 윌과 관객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엄청난 수치심으로 가득합니다. 몰래 여장을 하는 남편이자 아버지라는 스스로 느끼는 괴리감과 굴욕감, 그리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그것은 병일뿐”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수치심이죠.

  

여전히 하퍼는 자신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60년을 남성으로 살아오다 외모와 성격을 여성화하고 세상의 인정을 받기 위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매우 취약한 일입니다. 평생 절대, 절대, 절대로 하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던 일을 그녀는 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 남은 인간의 생존 본능을 거스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하퍼는 용기를 내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갑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그녀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주변 사람들이 최선을 다해 도와주겠지만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퍼는 점점 더 마음을 열고 당당하게 세상으로 나아갑니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고, 그들의 세계에 다시 적응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입니다. 수십 년 동안 숨겨왔던 내 삶의 이야기를 세상에 들려주고, 숨겨왔던 모든 아픔을 나누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일렁입니다.      




<윌과 하퍼>의 폭죽 장면에서 깔린 노래, Bon Iver의 ‘Holocene’



 




  

Anyways, life goes on.


미국의 동부에서 서부까지 횡단을 마친 윌과 하퍼는 산타모니카 해변에 캠핑 의자를 깔고 앉아 서로에게 “내일 뭐 할 거야?”하고 묻습니다. 뉴요커인 하퍼는 “다시 트럭을 몰고 동부로 돌아갈 거”라 말하고, 윌은 자신도 딱히 할 일이 없으니 동행하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윌과 하퍼의 여정의 끝은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집니다. 하퍼는 그렇게 윌과 함께 내일, 또 하루를 살아갈 것입니다. 적어도 그들에겐 그 하루를 ‘어떻게’ 지속할지 최선을 다해 선택할 기회가 있습니다. 바로 거기에 삶의 비밀과 아름다움이 숨어있죠.        


물론 <윌과 하퍼>가 트랜스젠더의 전체 경험을 대표하는 건 아닙니다. 긴 시간 동안 길 위에서 들었던 이들의 대화가 시스젠더와 트랜스젠더 사이의 다른 수많은 대화와 비슷한지 아닌지는 알 수 없습니다. <윌과 하퍼>의 핵심은 우정의 초상화이며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변하더라도 깊고 지속적인 유대감과 연대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두 사람의 농담과 웃음, 눈물로 가득한 로드 트립은 충분한 가치가 있죠.


여러분은 <윌과 하퍼>를 보고 나면 더 이상 트랜스젠더를 모른다고 할 수 없을 거예요. 우리는 방금 한 사람과 두 시간 동안 미국을 횡단했습니다. 


하퍼는 그녀의 남은 삶에서 희망을 보았을까요?


당신은 기꺼이 하퍼의 친구가 될 수 있나요?

그녀의 방패막이 되어줄 수 있나요?

아니, 적어도 그녀를 위협하는 혐오와 차별과 폭력을 그만둘 수 있나요?         


당신은 자신을 숨기고 숨기다 결국 용기를 내어 세상에 꽃 피우는 하퍼의 옆자리를 지켜줄 건가요?


   








반가운 SNL 오랜 친구들의 등장과 놀랍도록 고퀄리티인 사운드트랙



<라스트 맨 온 어스> 빅팬으로서 윌 포테이의 등장은 너무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윌과 하퍼가 크리스틴 위그에게 “업템포에, 재즈풍이 가미되고, 재미있으면서도, 울컥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하고, 약간의 비장함도 있어야 한다”라고 부탁했던 그들의 횡단 여행의 사운드트랙 쿠키 영상도 놓치지 마세요. 이 사운드트랙 ‘Harper and Will go West’는 벌써부터 오스카 ‘베스트 사운드트랙’으로 거론되고 있을 정도니까요 :)



Kristen Wiig ‘Harper and Will go Wes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