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리는 모두 자기 안의 파시즘과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

우리는 사실 파시즘에 익숙한 민족이다.

by 조하나


파시즘은 20세기 초 이탈리아의 베니토 무솔리니와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를 중심으로 발전한 정치 이념으로 전체주의적 지배를 통해 국가를 강화하려는 극단적 민족주의와 권위주의의 혼합체를 말한다.



35년이나 지속된 일제강점기로 인해
일본 군국주의 파시즘을 그대로 흡수한 대한민국은
광복 후에도 끊임없이 한국전쟁과 오랜 독재, 군사정권을 거치느라
우리의 제도와 의식, 관행 깊숙이 뿌리내린 파시즘을
제대로 마주 보거나 청산할 기회를
단 한 번도 갖지 못했다.



친일과 독재의 잔재 세력을 청산하려 할 때마다 대한민국의 기득권 세력은 일본과 미국을 방패 삼아 극렬하게 저항했다. 그렇게 일제강점기 친일파로부터 현재 대한민국의 극우 세력으로 파시즘의 연속성은 끈질기게 이어졌다. 우리가 청산하지 못한 친일·적폐 기득권은 군사독재와 국가 권력, 부패한 세습 재벌에 옮겨붙어 목숨을 이어왔다. 이제 그들은 보수를 참칭하는 극우 파시즘 세력이 되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전복하려 한다.








대한민국에서 세 번의 군사 반란을 일으킨 육군사관학교

일본군은 한국을 식민 지배하면서 일본식 군제인 ‘사관학교’ 방식을 적용했다. 육군사관학교에서 ‘사관학교’는 일본식 군제에서 사용한 ‘사관학교(士官学校, Shikan Gakkō)’에서 따왔다.


광복 후에도 대한민국 군대는 일본군과 만주군 장교들이 핵심 세력을 이뤄 일본군 식의 엄격한 계급 문화와 상명하복 구조를 육군사관학교에 반영했다. 일본군에서 유래한 ‘정신교육’을 강조하며 군사적 충성심과 명령 복종을 절대적으로 요구하는 훈련 및 교육 과정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육사 교가에는 ‘사무라이 정신’이 남아 있다.


일본 군국주의의 잔혹함과 폭력성, 탐욕, 민족주의, 권위주의의 집약체로 이어진 육군사관학교 출신 박정희는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일본 제국주의식 국가 운영 모델을 따라 군부가 직접 정치권력을 장악하는 군국주의적 국가 운영 체제를 시도했고, 일본 제국주의와 마찬가지로 정당한 반대 세력을 ‘국가 반역자’로 규정하고 탄압했다. 그의 독재는 1963년부터 1979년까지 무려 18년간 이어졌다.


박정희 시해 사건 이후, 역시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전두환이 또다시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8년간 스스로 대통령이 되었고, 그의 쿠데타 공범이자 절친인 노태우에게 다음 정권을 이양했다.




이토록 오랜 시간, 육군사관학교 출신 군인들이
대한민국의 정권을 장악하면서
일본군의 권위주의적 군사 문화는 정치로 확대되었다.


2024년 12월 3일, 군 미필자 윤석열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다. 육군사관학교 출신 국방부장관 김용현이 주도하고 군 장성들이 적극 가담한 군사 반란이었다. 이로써 육군사관학교는 대한민국에서 세 번째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수많은 퇴역 군인은 일본을 숭상하고 미국에 비굴하며 광장의 극우 세력에 합세해 태극기와 성조기, 일장기를 흔들며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고 군사독재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대한민국의 파시즘은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고 끈질기게, 누구보다 나라를 지켜야 할 사람들에 의해서 길러지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파시즘을 숙주로 삼아
군사독재의 권위주의와 계급주의를 먹고 자란
한국형 파시즘이
오직 군대에만 있을까?




브레이트는 “파시즘이 남긴 최악의 유산은 파시즘과 싸운 자들의 내면에 파시즘을 남기고 떠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에 오랜 시간 뿌리내려 퍼져온 파시즘은 가족, 커뮤니티, 학교, 사회, 정치 등 모든 권력의 불평등과 지배 구조를 축소판처럼 보여준다. 대한민국에서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군사독재와 싸웠던 86세대마저 기성세대가 되어가는 과정에선 결국, 파시즘의 잔재인 권위주의와 흑백논리, 경쟁의식, 우열을 가려 강자를 동일시하는 태도, 약자를 혐오하는 태도, 폭력성, 공격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의 파시즘적 태도를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고스란히 물려받고, 교육받은 MZ 세대에게 파시즘이 낯설리 없다.


일제강점기, 인종 혐오와 민족주의의 광기에 사로잡힌 파시즘의 희생양이었던 우리가 또 다른 희생양을 만들어, 그게 다른 나라든, 같은 민족이든, 사회의 구성원이든, 가족이든 끔찍하게 혐오하고 조롱하고 폭력을 가하는 지금, 우리 모습을 스스로 들여다보자.


우리 모두 자기 안의 파시즘과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 삶을 누구 하나 죽어야 끝나는 게임으로 몰고 가지 말라. 고립감과 외로움으로 칼날을 가는 대신 꽃으로 피워내야 한다.




65ec60f404f36_1709990132.jpg








04_메일.pn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