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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니면 안 된다’는 고집스러운 당신에게

나르시시즘에 빠진 기회주의자들을 향한 시민의 고함.

by 조하나

나는 내가 없으면 안 되는 줄 알았다.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그리고 없으면 아쉬운 사람이 되기 위해 열심히, 정말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모든 걸 버리고 한국을 떠나 명함도 소속도 없이 사는 10여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나는 깨달았다. 그 어떤 곳이든, 그 누구든, 사실 내가 없어도 괜찮다는 걸.

처음엔 당황스럽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했다. 그리 열심히 이 악물고 살았는데 나 없이도 세상은 아무렇지 않게 돌아간다니.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없어도 되는 세상을 차츰 받아들이며 나는 진정 자유롭고 단단해졌다. 어차피 세상에 있어도, 없어도 그만이라면, 그제야 나는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


12.3 내란 이후 교활한 양비론과 극단주의 내란 옹호 세력이 활개 치지만, 결국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세력과 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려는 반국가세력의 대결 속에 있다. 일말의 수치심과 책임감, 인간의 양심을 버리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내란 정부와 집권여당 국민의힘의 은폐와 저항에 시민과 야당은 사력을 다해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특히 이번 국회의 야당처럼 전문적인 기술과 능력을 갖춰 각 분야에서 일을 열심히 하는 국회의원들은 처음 봤다. 해마다 국회의원의 본회의와 상임위, 특별위 출석률을 발표하는데 (https://www.assembly101.kr/attendance-records) 국회의원 300명 중 1위부터 상위권 의원은 모두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출석률 100%인 의원이 단 한 명도 없고, 대부분 하위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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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의원 출석부 - 1위부터 상위권 모두 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소속 국회의원이고 하위권은 전원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이다.




그 어느 국회보다 해야 할 일을 잘 해내고 있는 제22대 국회의 더불어민주당을 지켜보면서 만약 지난 총선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집단지성을 발휘해 윤석열 정권의 폭정에 대항할 거대 야당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혹은 더불어민주당이 ‘자기들끼리 해 먹는’ 식의 공천으로 게으른 선민의식에 젖은 양반 놀이나 하는 사람들을 공천했더라면, 12월 3일 내란의 밤, 국회에서의 신속한 계엄 해제 의결이 과연 가능했을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몇 번을 복기해도 12.3 내란 당일은 물론 이후, 내란을 진압하는 데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일을 잘하고 있다. 내란 진상 조사회를 비롯한 각종 청문회만 봐도 얼마나 준비하고 공부했는지, 그저 우기고 떼쓰고 소리만 지르는 내란을 일으킨 집권여당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내란 이후, 우두머리 윤석열을 체포, 구속, 재판하는 과정 구석구석을 방해하며 대한민국의 사법 시스템 자체를 망가뜨리는 후안무치의 국민의힘에 맞서 더불어민주당이 지금처럼 단일대오로 맞서지 못하고, 반헌법세력이 활개 칠 빌미를 주고, 국민 통합이라는 허상을 빌미로 그들과 타협하려 했더라면, 오늘의 모습은 사뭇 달랐을 것이다.


국민의힘이 이대로만 해준다면, 지금처럼만 계속 내란우두머리 윤석열을 두둔하고, 내란이 정당했다고 주장하며, 헌법을 부정하고, 극우 세력과 춤을 춘다면, 스스로 보수라 일컫는 세력의 궤멸은 명징하다. 죽기 전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보수 과표집으로 분석의 가치가 없는 국민의힘 우위, 윤석열 탄핵 반대의 여론조사가 우후죽순 발표되고, 윤석열의 파면이 확실한 상황에서 조기 대선이 확실해지자 지금까지 조용히 몸을 사리다 ‘이때다’ 싶어 튀어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임종석 전 비서실장, 김부겸 전 총리 같은 인물이다. 이들의 레퍼토리는 더 이상 창의적이지도 않다.


한때 민주당은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되어버린 자들로 가득했다.
그들이 비판했던 상대 당의 선민의식과 엘리트주의, 혈통주의, 패거리 정치를 그대로 답습해
악한 자와 싸우려면 자신들도 똑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 그들만의 정치는 타락했다.
스스로 부패한 세력이 되어 개혁과 진보를 말하는 이들을 적으로 만들었다.


국민의 압도적 지지로 무대에 선 노무현 대통령을 누구보다 무시하고 핍박한 건 민주당 내 세력이었다. 서울대를 안 나와서, 좋은 집안 출신이 아니라서, 돈이 많지 않아서, 패거리가 없어서였다. 대학 때 민주화운동 좀 했다는 민주당의 엘리트 정치인들이 단 하나 못 가진 게 국민의 지지였는데 노무현은 그것만 가졌다.

시간이 흘러 정치인 이재명에게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질투심과 열등감에 휩싸인 민주당 귀족 세력은 국민이 무대로 불러낸 서민 출신 정치인들을 유독 만만하게 대했다. 문재인 정부를 채운 사람들 역시 뒷짐을 지고 헛기침하며 양반 행세를 하느라 그 수많은 촛불들이 요구했던 개혁을 시작조차 못 했다.




Michelangelo_Caravaggio_065.jpg 나르키소스 -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作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는 나르시시스트로 가득하다.
나르시시즘은 과도한 자만과 열등감 사이에서 갈등하며,
타인을 도구화하여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는 성향으로 정의된다.
인정 욕구와 불안정한 자아가 결합한 형태로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권력과 만나면 더욱 시너지를 일으킨다.


김동연과 김경수, 임종석, 김부겸 같은 인물 모두 “나 아니면 안 돼”라는 생각으로 가득한 건 스스로 과거에 한 일이 거룩하다 여기기 때문이다. 12.3 내란으로 대한민국을 뿌리째 뒤흔든 내란우두머리 윤석열도 나르시시스트였다. 정치를 몰라 정치, 그 자체를 아예 없애버리려 하는 윤석열과 나머지 인물들이 유일하게 다른 점은 그들은 정치를 어설프게 알아서 그걸 이용해 제 이익만 챙기는 기회주의자라는 것이다.


나르시시즘이 권력과 융합하면 공익보다 사익을 우선시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개인적 이미지를 보호하거나 권력 유지를 위해 비합리적인 선택을 한다. 또 이러한 성향은 조직을 독재적으로 운영하게 만들고, 실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거나 외부로 전가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12.3 내란을 일으키고도 사과 한마디는커녕 모든 책임을 부하에게 떠넘기고 국민을 분열시켜 제 이익만 챙기려는 윤석열, 그리고 그런 정부가 들어서게 만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으면서도 끝내 그 책임을 미루고 먼 산만 바라보며 딴짓하다가 또다시 민주당 정권이 들어설 기회가 보이자 이제 와 머리를 들이밀며 한 자리 챙겨달라 요구하는 사람들이 무엇이 다른가.




과거의 상처와 추억을 훈장처럼 내세우며
가장 쉬운 때에 나타나 가장 쉬운 자리를 노리고 입을 벌리는 자들은
2024년 12월 3일 밤,
민주당 국회의원들과 시민이 국회로 뛰어나갈 때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었나?




‘국민’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면서도 12.3 내란 이후 시민들의 울화통 터지는 심장에 손톱만큼도 공감하고 위로하지 못하면서, 과거에 그리 크지도 않았던 업적을 들먹거리며 자신들이 무슨 대단한 인물이라 믿고 있는 이들은 사실 ‘이재명’을 언급하지 않으면 뉴스 기사 한 줄도 못 나가는 자신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제는 개인의 권력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민은 “나 아니면 안 돼”가 아니라 “내가 없어도 괜찮은 세상”을 바라보며 나라가, 시대가, 대중이 알아서 불러낼 지도자를 선택할 것이다.




그대가 진정한 정치인이라면, 그리고 자신 있다면,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어떻게 그 비전을 이룰 것인지 계획을 만들어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라.

그리고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당당히 경쟁하라.

그리고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깨끗하게 패배를 받아들이고
정권 교체를 도우라.

비판에 극도로 민감하고 자신을 과도하게 방어하며
칭찬을 갈망하면서도 타인을 진심으로 인정하지 못하는 나르시시즘을 버리고,
자신의 업적을 과장하는 대신 실수를 인정하고 책임을 지며,
패거리 세력의 지지 대신 대중적 지지를 명분으로 권력을 정당화하라.

12월 3일 밤, 국회로 달려가 계엄군에 맞서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여전히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있는 내란우두머리와
내란 공모 및 동조 세력과 싸우라.

다 차려진 밥상에 밥숟가락 들고 찾아와
받아야 할 지분이라도 있는 것처럼 굴지 말고,
지금도 피 흘리며 처절하게 싸우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과 시민들과
제 밥그릇 말고 민주주의를 위해 함께 싸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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