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일 이후, 윤석열이라는 단 한 사람으로 인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치르고 있는 대가는 너무나 크고 쓰리다.
하루하루 눈을 뜨면, 한때 한 나라의 군 통수권자였던 지도자가 구치소에 수감 중이면서도 번듯한 모습으로 TV에 나와 여전히 책상을 탁탁 치며 헌정 질서를 흔들고 국민을 훈계한다. 자고 일어나면 이상한 놈들이 튀어나와 누가 누가 더 잘하나, 궤변을 겨룬다. 온 국민이 2달이 넘도록 헌법과 형법을 공부 중이다.
극우 파시즘 세력은 그들이 반세기 넘도록 적으로 삼은 북한 보위부를 꼭 닮은 모습으로 광장을 찬탈하고, 자신의 조그만 존재감에 대한 울분과 자괴감을 쏟아낼 명분으로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린치를 가한다. 일제강점기와 군사독재 시절 학습한 집단 괴롭힘과 편 가르기, 혐오와 폭력을 선량한 시민에게 주저 없이 쏟아낸다. MB 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국정권에 군대까지 동원한 사이버 심리전의 결과로 일베와 디씨 등의 각종 혐오 커뮤니티는 이제 한 나라의 정당, 그것도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의 열렬한 지지와 사이비 종교의 조직력과 검은 세력의 자본에 힘입어 거대한 괴물이 되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지난 두 달간 윤석열의 내란이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삼켰다. 레거시 미디어의 뉴스 정규 편성에 90%가 12.3 내란 사태를 다룬다. 그로 인해 무너져가는 경제와 외교, 의료 시스템, 고통받는 서민의 삶은 뉴스조차 되지 못한다. 우리는 이제 모든 것에 어느 정도 분노했다가, 어느 정도 신물을 느끼며, 어느 정도 무기력해지고, 또 어느 정도 체념해 가고 있다.
안 돼!
얼마 전 김어준의 <다스뵈이다>를 보다 화면을 멈췄다. 그동안 미처 눈치채지 못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방청객을 둘러싼 빨간색 안전선이 설치되어 있고, 김어준이 오른 무대 앞 가까이 건장한 두 남자가 모자이크 처리된 채로 쇼 내내 앉아 있다. 경호원들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언론인이 경호원을 두고 진행하는 쇼를 내 생에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그 기괴한 장면은 ‘실패한 내란’의 연속적인 실체였다. 내란은 여전히, 아니 더 극렬하게 진행 중이었다. 무뎌지면 안 된다. 무감각해지면 안 된다.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세계사에서 그 어느 나라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권력자나 군 수뇌부가 권력을 잡거나 유지하기 위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사례는 많다. 일반적으로 비상계엄령은 군사적 충돌이나 정치적 불안정 상황에서 선호되기에 그 해제 과정에서 갈등이나 폭력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거나 유지하더라도 민주 세력의 저항이 계속된다. 한번 쿠데타를 일으킨 권력자는 절대 안전해질 수 없다. 그러니 절대 권력을 놓을 수 없다. ‘다시 안정을 찾으면 선거를 통해 평화적으로 권력을 넘기겠다’는 세상 그 어떤 권력자의 약속도 지켜진 적이 없다.
보통 계엄령을 선포한 권력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그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결국 국민적 저항이나 국제 사회의 압력, 혹은 정권 내부의 균열로 인해 오래도록 시간을 끌다 명을 다하거나 수십 년간 폭정과 독재로 이어지는 게 전부다. 따라서 비상계엄령이 계엄령이 평화적으로, 그리고 자연스럽게 저절로 해제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
만약 윤석열의 12.3 친위 쿠데타가 성공했다면, 그는 며칠 후 알아서 비상계엄령을 해제했을까?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3분에 선포된 윤석열의 비상계엄령을 2시간 반 만인 새벽 1시, 국회에서 신속하게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국회에서 계엄령 해제 결의안이 가결된 후에도 특전사령관 곽종근은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군 철수 명령을 지시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윤석열은 국회의 가결 이후에도 한참 동안 법례를 들여다보며 다른 수를 찾았다는 게 당시 현장에 있었던 박완수 계엄사령관의 증언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세계사에서 그 어느 나라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군 통수권과 모든 권력을 가진 자가 군과 경찰, 검찰이라는 공권력을 모두 동원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는데 단 2시간 반 만에 국회에서 평화적으로 이를 해제한 나라는 세계사에 단 한 번도 없다. 우리는 현재 전 세계를 통틀어 전례 없는 정치적 실험을 하는 중이다.
21세기의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인터넷 보급률이 가장 높고, 국민의 교육 수준도 높으며, 민주주의를 경험한 세대가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왜, 윤석열은 친위쿠데타가 성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까?
윤석열은 비상계엄 선포 후 북파공작원(HID)의 공작을 이용해 북한이 남한을 공격했다는 명분을 만들려 계획했다. 평생 검사로 살아온 그가 대한민국의 비상계엄령 선포 요건을 몰랐을 리가 없다. 그의 계획은 우연에 우연이 겹쳐 실행되지 못했을 뿐이다.
윤석열은 한반도 전쟁을 현실화시키면 국민이 두려움에 순응할 거라 분명 믿었다. 독재는 언제나 공포를 먹고 자라나 대중을 통제한다. SNS와 인터넷이 아무리 발달한 사회라도 전쟁 같은 극심한 위기가 조성되면 ‘안정을 원한다’는 이유로 계엄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생긴다. 실제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일으키며 계엄령을 선포한 젤렌스키 대통령이 임기가 끝난 지금도 전쟁을 명분으로 권력을 지키고 있고, 러시아의 푸틴도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하며 국민적 지지를 더욱 굳혔다.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선포 국민 담화에도 그의 의도는 여지없이 드러난다. “국가의 안보가 위태롭다” “사회 혼란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다”라는 이유다. 이는 곧 윤석열이 계엄 선포 이후 대한민국을 끔찍한 위기 속에 빠뜨릴 실행 계획이 준비되어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 소추 재판을 받는 와중에도 윤석열이 끊임없이 ‘애국 청년’을 들먹이며 지지 세력을 선동하는 건 여전히 그가 대규모 테러나 내전 수준의 충돌을 통해 부활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윤석열은 자신이 군과 경찰, 검찰을 모두 장악했다고 믿었다. 1980년 전두환은 특전사와 수도방위사령부, 계엄사령부를 완전히 장악했고 언론을 통제했으며 사법부와 협조해 쿠데타를 정당화했다. 윤석열 역시 막강한 대통령의 권력으로 국회를 통제해 비상계엄령을 지속만 시키면 시간을 벌어 언론과 사법부까지 장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평소 김치찌개에 달걀말이를 좋아하던 친정부 언론이야 애쓸 필요도 없고, 그래서 말 안 듣는 MBC와 JTBC,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뉴스공장에 단전·단수를 지시하고 일부 언론사엔 군을 보낸 것이다. 윤석열은 군과 경찰이 충성하면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고 국민의 저항을 막을 수 있고, 법원이 계엄을 합법이라 선언하면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비상계엄 선포 후 어떻게든 하루이틀만 잘 버티면,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도 쉽게 통제할 수 있다. 오히려 잘 발달한 인터넷 검열 기술과 AI 감시 시스템을 활용해 대중을 통제하면 된다. VPN 사용을 금지하고 해외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정보의 흐름을 통제하는 것도 가능하다. 몇 년 전 미얀마의 군사 쿠데타 때도 군부가 미얀마 전역의 인터넷과 주요 통신 네트워크, 인터넷 서비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 미디어, 모바일 데이터, 일부 와이파이 네트워크까지 차단했다. 국제사회에 미얀마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시민들이 VPN을 사용해 우회로를 찾으려 하자 군부는 이마저도 차단했다. 결국 시민들은 포스터나 전단지, 구두 소문 같은 전통적 방법을 활용해 시위 정보를 공유했다.
과거 독재 정권처럼 뉴스 기사와 방송만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인터넷 사용 자체를 감시하고 억제할 방법이 충분히 있다고, 인터넷 시대라 계엄이 불가능한 게 아니라 오히려 이를 이용해 계엄 선포 후 대중을 더 정교하게 통제할 수 있다고, 윤석열은 믿었다.
윤석열은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미국에 알리지 않았다. 일본에 알리지 않았는지는 밝혀진 게 없다. 분명 자신이 21세기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자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면 미국을 비롯한 UN, EU 등 국제 사회의 강한 반발을 살 거라 예상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윤석열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건 북한의 위협으로 인한 한반도의 긴장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 때문이었다. 비상계엄 선포 후 시간을 끌어 북한 소행으로 보이는 테러를 공작한 뒤 이를 명분으로 미국을 설득하려 계획했을 것이다. 이것이 아니라면, 5살 아이가 아니고선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한국 사회는 민주화 경험이 있지만 동시에 군부독재 경험도 풍부하다. 79학번 윤석열이 기억하는 박정희와 전두환의 군부독재 시절은 강하게 저항한 국민보다 독재에 순응하고, 심지어 독재를 찬양하고 부역했던 사람들로 가득하다. 윤석열은 심지어 그 시대에 대한 향수마저 품고 있다. 그는 그 시대, 표현의 자유를 잃었다기보다는 다양한 목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로 인한 번잡스러움이 없어 오히려 조용해서 좋았다고 추억할 것이다. 다채로운 무지갯빛보다 거무튀튀하고 감정 없는 회색의 사회가 더 낫다고 여기며 살아왔을 것이다.
만약 자신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다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처음엔 좌파들이 좀 반발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거라 여겼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처럼 독재의 시대에 비틀어진 향수를 느끼는 파시즘 잔당 세력의 강한 지지와 연대로 계엄령은 성공할 거라 믿었을 것이다.
만약 계엄령이 해제되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이상한 점이 있다. 계엄령이 실패하자 윤석열 정부의 모든 국무위원과 대통령실 참모진은 모두 윤석열을 말렸다고 한다. 진정 윤석열은 이 모든 일을 오직 김용현 국방부장관과 민간인 노상원, 군사령관 몇 명과 준비했을까?
피아식별이 애매할 땐 단 한 가지 질문이면 된다. 만약 계엄이 성공해 지속되었다면 지금, 이 순간, 이득을 얻거나 기존의 권력을 계속해서 유지했을 이들은 누구일까?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 예스. 대통령실 전 참모진? 예스. 군 수뇌부? 예스. 국정원? 예스. 경찰? 예스. 검찰? 예스. 그리고 국민의힘? 예스!
계엄에 성공했다면 윤석열은 가장 먼저 헌법과 민주주의를 깡그리 무너뜨렸을 것이다. 선관위 직원들을 협박해 지금까지의 선거는 모두 부정이라는 허위 자백을 받아내고, 그를 명분으로 국회를 해산했을 것이다. 모든 사법권은 계엄사령부의 군사재판으로 넘어가 영장 없이 반정부 인사를 체포 및 구금하고 재판하고 처벌까지 거침이 없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사라지고, 대통령과 군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나라가 되었을 것이다. 윤석열의 장기 집권을 위한 개헌으로 대한민국은 결국 선거가 폐지된 군사독재 정권의 시대로 되돌아갔을 것이다.
이후 대한민국 사회는 통제와 감시가 일상화된 경찰국가가 된다. 중국의 인터넷 통제와 비슷하게 한국에서도 더 이상 SNS나 온라인에서 더 이상 자유롭게 의견을 표할 수 없으며, 주요 플랫폼을 아예 차단하거나 정부가 직접 감시한다. 북한이나 중국처럼 외부 정보를 차단하고, 국내 포털만 사용 가능하도록 제한된다. KBS 같은 국영 방송만 허용하고, 이마저 정부 선전 뉴스만 보도된다. 시민들은 자유롭게 모여 집회와 시위를 할 수 없다.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는 즉시 삭제되고 작성자는 처벌되며, 경찰과 군대가 일반 시민을 감시한다. 1980년대처럼 야간 통행금지가 부활하고, 정부 비판 세력이 모일 가능성이 높은 대학가나 시민사회는 더욱 통제받는다. 반정부 인사 색출을 위한 신고 시스템이 도입돼 사람들은 서로를 감시한다. 친구끼리, 가족끼리도 조심해야 하는 사회다. 아니, 더 이상 서로 믿지 못하는 사회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표현의 자유가 억압된다는 건 사상의 감옥에 갇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대한민국의 모든 창작물에 대한 사전심의제가 부활해 정부를 비판하거나 풍자, 비유를 든 창작자들은 모두 체포된다. 반대로 정부의 말을 잘 듣거나 권력자의 마음에 든 창작자들은 그들을 찬양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기쁨조로 활약한다.
한때 세계 10위권 안에 들었던 대한민국은 비상계엄령으로 인한 국제 제재로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는다. 미국을 비롯한 EU 국가들은 한국을 민주주의 파괴국으로 간주해 경제 제재를 가한다. 민주주의가 무너진 나라에 안정적인 경제 성장이 어렵다는 걸 잘 아는 외국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고, 해외 투자자들은 시장을 떠난다. 환율이 급등하고, 수입 물가가 폭등한다. 삼성, 현대, LG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국제 사회에서 신뢰를 잃고, 해외 거래가 끊어진다.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식량과 생필품 가격이 폭등하고, 실업률이 폭등하며, 빈부 격차는 더욱 심해진다. 서민 경제가 무너진 대한민국은 결국 베네수엘라처럼 경제 붕괴를 겪게 된다.
‘통일 대통령’ 김건희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K-팝과 한국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는 종말을 맞는다. 김건희는 자신이 문화 예술적 조예가 깊다고 믿는 나르시시스트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김건희가 적극 개입했다 국제적 망신만 당하고 실패한 행사는 부산 엑스포,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등 수없이 많다. 그런 김건희가 계엄 성공 이후 가만있을 리가 없다. 대한민국의 모든 문화 콘텐츠는 사전 검열의 대상이 되고 정부 심의 기구가 허락해야 공개가 가능하다. BTS, 블랙핑크 같은 글로벌 스타의 활동은 김건희의 입맛에 따라 크게 제약되거나 중단될 수 있다. 해외 팬들은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한국 정부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한국 콘텐츠를 보이콧한다. 외국인들은 한국에 오는 걸 꺼리고, 관광·유학·비즈니스 기회도 줄어든다. 세계인이 매력을 느끼던 대한민국은 이제 북한과 다를 바 없는 독재국가로 낙인찍힌다.
정권을 비판하는 가수와 배우, 감독은 블랙리스트에 올라 활동이 금지된다. 반정부 성향이나 민주주의, 인권, 페미니즘, 사회 비판적인 영화나 드라마, 노래, 문학 등의 모든 작품 역시 금지된다. 멤버 중 다수가 군복무 중인 BTS는 계엄군으로 차출되거나 전쟁의 위기라는 명분을 내세운 정부의 군복무 일정 연장에 제대 일정이 강제로 연기된다. BTS는 국가를 홍보하는 공연만 강요받고, 개인의 자유로운 활동은 금지된다. 자유로운 창작 활동이 사라지고 문화예술은 죽음을 맞는다. 대한민국을 대한민국답게 만든 문화적 소프트파워는 완전히 사라진다.
학교에선 모든 교육 내용이 통제받는다. 역사 교과서가 정부 입맛대로 수정되고, 민주주의·인권 관련 내용은 사라진다. 대학 내 감시가 심해지고, 학생운동 참여 시 체포되어 처벌받는다. 일부 학교에서는 군사 훈련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고, 민주주의 국가로 유학 가는 학생들은 통제받는다.
거리마다 군인과 경찰이 배치되고, 불시 검문검색이 일상화된다. 독재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망명하지 못하도록 해외 출국이 제한되고, 주요 도시에 검문소를 설치해 특정 지역 출입을 금지하거나 통제한다. 통행증 없이는 출퇴근이 불가능하고, 여권 발급 중단으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고, 외국으로 이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군사 정권은 노동자의 권리나 파업을 억제하고, 군사적인 방법으로 노동조합을 통제한다. 노동자의 파업이나 집회가 정권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군부가 강제로 파업을 진압하거나, 파업 참가자를 체포하고 처벌한다. 군사 독재 체제 발발한 경제 위기로 노동자들의 임금과 근로조건은 악화되고, 일부 직장에서는 직원들이 군사 훈련에 참여해야 하며 군사화된 직장이 사회의 표준이 된다. 정부는 기업을 통해 군사적 요구를 충족하고 인력을 착취하며 비효율적인 생산을 강요한다. 수많은 사람들은 강제 노동의 상황에 직면하고, 노동자의 권리와 자유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국제적인 경제 제재와 군사독재 정부의 부패로 인해 의료 서비스를 비롯한 각종 행정 서비스 질은 급격히 낮아진다. 정부를 비판한 의료진은 탄압받고, 국제적 고립으로 인한 해외 의약품 수입 부족과 정부의 재정 악화로 노인과 저소득층의 복지는 축소된다. 결국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과 복지는 심각하게 악화된다.
한때 IT 강국이었던 대한민국 기업들은 정부의 통제를 받으며 군사적 목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도록 강요받는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CCTV 등이 국가 감시용으로 개조되고, 민간인의 활동을 감시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민간 기업 활동에 정부가 개입하며 기술 혁신을 발목 잡아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거나 수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정부가 모든 정보를 통제하고, 기술을 통해 대국민 선전을 강화하며, SNS와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정부가 허가한 내용만 유통되고, 정부를 비판하는 콘텐츠는 실시간으로 차단되고 삭제된다. 모든 통신 내용과 인터넷 활동은 정부에 의해 감시되고,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철저히 침해된다.
경제 침체로 인해 정부는 환경 보호보다 군사적 자원 확보에 우선순위를 두고 친환경 에너지 개발보다 군수품 생산에 몰두한다. 군사적 생산을 위한 대규모 개발을 벌여 무분별한 자연 자원 소비와 환경 파괴가 심화된다.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와 경제 위기로 인해 대중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질 여유조차 없으며, 대한민국의 대중교통 시스템은 붕괴되고, 환경 규제가 느슨해져 대기 오염, 물 부족 등 심각한 환경 문제에 직면한다.
윤석열의 내란이 성공했다면, 우리의 일상은 이렇게 변했을 것이다.
우리는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35년간 이어진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맞은 1945년 광복의 해,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을 젊은이들을 떠올린다. 태어나 보니 나라가 없었고 평생을 나라 없이 살아오면서도 나라의 독립을 외치고 끝내 쟁취한 사람들 말이다. 일제강점기만큼이나 길었던 30여 년의 군사독재 시대, 목숨을 걸고 민주주의를 외친 젊은이들을 떠올린다. 태어나 살면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단 한순간도 겪어 보지 못했으나 그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사람들 말이다.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유일한 인생은 일상이다. 카프카의 말이다. 나는 내란우두머리 윤석열이 나에게서 일상을 빼앗으려 시도했다는 것, 그것이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는 것에 참을 수 없이 화가 난다. 나의 일상은 곧 나의 존재이며, 나의 존재는 곧 나의 자유다.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는 서로의 자유를 지켜주고자 민주주의라는 제도로 약속이라는 걸 했다. 윤석열이 아닌 그 누구에게도 감히 내 일상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
내란우두머리 윤석열이 다 망가뜨린 대한민국을 지금, 이 순간도 지탱하고 움직이는 건 12.3 계엄의 밤에도 119에 전화해 “지금 계엄이라는데 배달해도 괜찮냐?”고 물은 수많은 쿠팡맨과 그 전화를 받는 콜센터 직원,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아이들을 보호하는 자원봉사자, 황금 같은 주말 광장에서 촛불을 드는 사람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오늘도 일터에 나가는 모든 부모, 그리고 오늘도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노는 아이들이다. 윤석열, 당신만 빼고 모두 다.
수많은 무명 씨의 핏값으로 치른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내란우두머리 윤석열을 비롯한 내란 가담, 동조, 방조, 선동 관련 인사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법적 처벌이 필요하다. 윤석열의 대통령직 파면은 시작일 뿐 내란죄와 군사 반란, 헌정 유린에 대한 명확하고 가혹한 법적 심판이 이뤄져야 한다. 계엄을 계획하고 실행한 모든 관련자를 끝까지 추적하고 기소해야 하며 군·검찰·경찰 내 협력자들까지 색출해 앞으로의 정치적 개입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윤석열의 내란을 지지하거나 계속되는 내란 및 폭동 선동에 가담한 세력을 법적으로 심판해야 한다. 사이비 개신교 세력과 결탁한 정치인들이 다시는 국회에 얼씬도 못 하도록 선거법을 개정하고, 내란 선동 세력의 공직 진출을 막는 법적 조치도 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비상계엄 선포 요건을 극도로 제한하고, 국회의 동의 없이는 애초에 선포될 수 없었던 비상계엄령 절차를 모두 무시한 윤석열의 경우와 같이 내란 및 군사 반란을 목적으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면 그 즉시 대통령뿐 아니라 모든 행정부 장관과 대통령실 참모들, 집권여당 국회의원들의 직무와 역할이 모두 정지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권한은 임시로 국회의장과 야당이 이양받아 사태를 수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를 조직적으로 유포하는 계정을 신속하게 차단하는 시스템을 강화하고, 국민의힘과 극우 세력이 퍼뜨리는 허위 정보에 대한 강력한 처벌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 같은 플랫폼도 가짜 뉴스 대응 시스템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가짜 뉴스와 혐오 담론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 독립적인 언론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의 선동을 감시하고, 진실을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언론 개혁을 통해 거짓 정보 확산을 막고 공정한 보도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초·중·고등학교에서는 헌법과 민주주의, 대한민국의 모든 군사 쿠데타 사례에 대한 교육을 더 강화해야 한다. 비상계엄과 독재의 위험성과 추악함을 알리고, 시민 저항의 중요성을 가르쳐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교육은 군사독재 식으로 서열화된 교실 안의 군대나 다름없다. 인격이 없는 지식 엘리트를 만들어 내느라 제대로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고 상대방을 경청하는 태도를 배우지 못한 학생들이 결국 극우 유튜브와 극우 커뮤니티로 내쳐진다. 또한 시민들에게도 허위 정보와 음모론에 쉽게 휩쓸리지 않도록 비판적 사고 교육을 강화하고, 합리적인 토론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선동과 허위 정보를 자정 할 수 있는 사회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윤석열 정권이 무너져도 극우 세력의 준동은 계속될 것이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 민주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 학생운동 조직들이 더 강해져야 한다. 또한 시민들이 정치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해야 한다. 법정의 시민 배심원처럼 국회에도 본회의, 교섭단체 연설, 청문회, 위원회 등 곳곳의 국회 활동에 시민이 직접 참관하고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국회의원이 서로 윽박지르고 삿대질할 때 그들이 대표한다는 국민이 직접 거기에 앉아 팔짱 끼고 눈을 흘기며 벌점을 매겨야 한다.
또한, 대한민국은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과 공조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의 극우화 흐름이 계속되면 한국의 극우 세력도 힘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국제적 민주주의 연대가 강화된다면 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극우 세력의 도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이 극우·독재 세력의 쿠데타를 막아낸 사례로 국제적인 영향력 행사하며 서로 의견을 나누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노르웨이 오슬로대 박노자 교수는 “세계적인 우향우의 흐름을 한국이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강력한 급진적 진보 정치 없이는 세계적인 극우화의 파도를 막아낼 수 없다”는 지적과 함께다. 그가 보기에도 한국은 가까운 미래에 온건 자유주의자들(민주당)의 집권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안심은 금물이며, 우리는 문재인의 실패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박노자의 제안은 이렇다.
첫째, 검찰 개혁, 언론 개혁, 그리고 교육 개혁.
둘째, 비정규직 고용 사유 제한 등 고용 전반의 정규직화와 부유층 과세 강화, 노후 연금 내실화 등 보편적 복지 제도의 완성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보수 세력의 저항을 돌파할 수 있다.
셋째, 민주당보다 왼쪽에 있는 진보 정당들이 지금보다 훨씬 힘을 키워야 한다. 이념적 차이를 넘어 손잡고 같이 투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