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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쓰지 않음의 미학

불안과 멀어지는 법.

by 조하나


우리는 무엇에 얽매여 사는가?


“현명한 사람은 홀로 있을 때 가장 외롭지 않다.”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드 몽테뉴의 말입니다.


우리는 평생 타인에게 맞추고, 인정받기 위해 애쓰며, 애초에 내 것이 아닌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려 안간힘을 쓰며 살아갑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불안감에 스스로의 가치를 내맡기면서 말이죠. 만약 그토록 신경 쓰며 살아온 모든 것들이, 실은 우리 자신을 보이지 않는 틀에 가두고 있었다면 어떨까요?


진정한 행복과 자신감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통제하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편안하게 ‘내려놓는 데’ 있다면 어떨까요? 몽테뉴는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에게 깊은 통찰을 전합니다. 그의 철학은 내면의 자유, 자기 수용, 그리고 불필요한 짐 없이 살아가는 지혜로 우리를 안내하며, 우리가 무심코 받아들였던 정체성, 성공, 사회적 압박이라는 관념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외부의 시선에서 한 걸음 물러서는 순간, 비로소 삶의 많은 것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하는 이유와 함께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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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쓰지 않음’의 진정한 의미


우리가 느끼는 스트레스와 좌절감의 상당 부분은, 타인의 기대를 채우려 애쓰는 데서 비롯됩니다. 몽테뉴는 삶이란 예측 불가능하며, 완벽함이란 환상과 같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가장 높은 차원의 지혜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을 오해합니다. 이것은 결코 무관심이나 게으름, 혹은 책임 회피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신경 쓰지 않음’이란, 끊임없이 타인의 인정을 구하려는 조바심, 거절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모든 말과 행동을 곱씹으며 스스로를 괴롭히는 소모적인 습관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해방’시키는 것입니다.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고, 현재에 충실하며, 누구에게도 억지로 무언가를 증명할 필요가 없음을 깨닫는 것이죠.


몽테뉴는 우리가 타인의 시선에 갇히고, 불확실함 속에서 통제에 집착하며, 세상이 만들어 놓은 성공의 모습을 맹목적으로 좇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만약 이런 것들에 그저 마음을 덜 쓰게 된다면, 과연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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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놓을 때 비로소 바뀌는 것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으면,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부족함까지 따뜻하게 끌어안을 수 있습니다. 외부의 인정을 갈망하는 마음을 멈추면,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노력을 멈추면, 삶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편안한 공간을 내어주게 됩니다. 이처럼, 자신을 증명하려 덜 애쓸수록 우리는 역설적으로 더욱 단단하고 자유로운 존재가 됩니다.


주변의 자신감 넘치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세요. 그들은 타인의 모든 말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사소한 걱정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을 편안하게 드러냅니다. 사람들은 바로 이 꾸밈없는 ‘진정성’에 이끌립니다. 실패나 비판에 대한 두려움에서 한 걸음 벗어나는 순간, 우리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유’라는 값진 선물을 받게 됩니다. 지나친 고민 없이 도전하고, 망설임 없이 자신을 표현하며, 외부의 잣대가 아닌 나 자신의 기준으로 살아갈 자유 말입니다.





삶이 제자리를 찾기 시작할 때


불필요한 걱정들을 마음에서 덜어내면 내면의 평화를 찾을 뿐 아니라, 실제로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관계는 진심으로 채워지고, 새로운 기회는 자연스럽게 찾아오며, 중요한 결정들은 ‘타인이 보기에 좋은 것’이 아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따라 단순하고 명쾌해집니다.


몽테뉴는 우리가 겪는 고통의 대부분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에게 맞지 않는 틀에 삶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하기 때문에 생긴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 완고한 저항을 부드럽게 내려놓을 때, 흩어져 있던 삶의 조각들이 비로소 아름다운 그림처럼 조화롭게 맞춰지기 시작합니다.


잠시 멈춰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얼마나 많이 속마음을 숨겨야 했는지. 어쩌면 당신 삶의 중요한 선택들이, 외부의 기대에 의해 좌우되지는 않았는지 말입니다. 몽테뉴는 우리 스스로 만든 한계에서 벗어나, 불확실성을 끌어안고 불완전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더 이상 두려움이 우리의 선택을 좌우하도록 내버려 두지 말라고 용기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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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가 아닌 ‘수용’이 가져다주는 관계의 깊이


우리는 종종 타인을 통제하려 하거나,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특정 방식으로 행동해 주기를 바라며 관계 속에서 어려움을 겪곤 합니다. 하지만 몽테뉴는 ‘진정한 연결’이란 상대를 내 뜻대로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말합니다. 다른 사람을 바꾸려 하거나 당신의 기대라는 틀에 맞추려 하지 않고, 그 사람 자체로 온전히 존재하도록 허용할수록 관계는 오히려 더욱 깊어지고 진실해집니다.


건강한 ‘거리두기’ 혹은 ‘초연함’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역설적으로 더 큰 사랑과 존경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들은 상대방에게 숨 막히는 요구를 하거나 과도한 기대를 걸지 않으며, 끊임없이 사랑과 인정을 확인받으려 애쓰지 않습니다. 오히려 평온하고 안정된 자신감 속에서 존재하며, 다른 사람들이 자유롭게 그들 곁에 머물거나 떠날 수 있도록 편안한 공간을 내어줍니다. 바로 이런 느긋하고 여유로운 태도가 그들을 더욱 매력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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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평화, 그리고 삶의 진정한 균형


몽테뉴는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는 방식이, 결국 우리 자신과 관계 맺는 방식의 거울과 같다고 믿었습니다. 만약 우리가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인정을 구한다면, 아직 우리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밖으로 향하던 시선을 부드럽게 안으로 거두어들이고, 다른 사람을 통제하려는 마음을 알아차리며, 외로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더 이상 외부의 기준으로 자신의 가치를 매기지 않기로 할 때,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경험하게 됩니다. 진정한 평화는 다른 사람들의 인정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고요한 내면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내려놓는다’는 것은 결코 삶에서 수동적으로 물러나거나 감정 없이 무관심한 상태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집착과 과도한 걱정 없이, 그리고 모든 결과를 억지로 만들어내려는 조급함 없이, 세상과 온전히 그리고 충만하게 관계를 맺는 것을 의미합니다.


몽테뉴의 철학은 결국 ‘균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당신의 소중한 가치, 삶의 진정한 목적, 내면의 깊은 평화와 같이 진정으로 중요한 것들에는 온 마음을 다해 관심을 기울이는 동시에, 당신의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것들은 미련 없이 놓아주는 지혜 말입니다.


지금, 당신은 더 이상 당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무엇인가를 여전히 붙들고 있지는 않나요? 만약 그것을 그저 가볍게 내려놓는다면, 당신의 삶에는 과연 어떤 놀라운 변화가 찾아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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