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 윤석열 정부 아래 우리의 시간은 어떠했는가. 사람들은 광장에서보다 골방에서 더 자주 한숨을 쉬었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말하기보다는 당장의 시름을 걱정했다.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은 희미해졌고, ‘함께’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효능감은 서서히 마모되어 갔다. 대화는 날카로워졌고, 웃음은 희귀해졌다.
그 억압된 시간의 끝에서, 2024년 12월 3일,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윤석열의 기습적인 불법 비상계엄 선포로 우리는 대한민국 심장부에서 민주주의의 숨이 멎는 듯한 순간을 목도했다.
그러나 가장 깊은 어둠은 역설적으로 가장 간절한 빛을 염원하게 만드는 법.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는 것을 잊지 않았던 시민들은 스스로 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2025년 6월 3일, 우리는 조기 대선을 통해 이재명 정부를 선택하며 마침내 길고 길었던 겨울의 문을 닫았다.
그리고 불과 일주일이 흘렀다.
변화는 가장 평범한 곳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친구들과의 저녁 식탁에서, 동료들과의 찻잔 앞에서, 누군가 장난처럼 말을 던진다. “이번 해수부 장관, 낚시 경력 30년인 내가 해야 하는 거 아냐?” 다른 누군가 웃으며 받는다. “그럼 맨날 게임만 하는 나는 과기부 장관감이네.”
와르르, 하고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 누군가의 어깨가 세차게 들썩였고, 찻잔 위로 잠시 희미한 김이 피어올랐다. 그 온기마저 지난 3년간 우리가 그리워했던 것임을, 그 순간 우리는 알았다.
이것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다. 오히려 날카로운 풍자를 담은 한 편의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인사들이 국정을 운영했던 지난 시간에 대한 예리한 조롱이자, 부조리를 웃음으로 전복시키는 지적인 승리 선언이다.
이것이야말로, 지난 3년간 감히 입에 올리지 못했던 ‘나의 내일’과 ‘우리의 미래’를, 그리고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 가는 소중한 시간을, 우리 스스로가 다시 ‘꿈꾸기 시작했다’는 가장 분명한 일상의 신호다. 국가의 주인이 대통령이나 관료가 아니라 바로 ‘나’라는 사실을, 추천할 장관의 이름을 떠올리는 즐거운 상상을 통해 온몸으로 다시 느끼고 있는 것이다. 나의 삶과 국가의 미래가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감각,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내 목소리를 보탤 수 있다는 믿음. 우리는 이 사소한 농담 속에서 그 모든 희망을 발견한다.
물론, 이 꿈을 현실로 만드는 길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다. 열광이 식은 자리에 포퓰리즘의 그림자가 드리울 수도 있고, 개혁의 칼날은 기득권의 거대한 저항이라는 벽에 부딪힐 것이다. 우리가 되찾은 이 소중한 꿈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제 들뜬 열광을 넘어 성숙한 숙의와 지혜로운 연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이 변화의 시작을 마음껏 기뻐해도 좋지 않을까. 지난 3년간 우리를 짓눌렀던 무력감을 털어내고, 서로의 얼굴을 보며 미래를 농담할 수 있게 된 이 기적 같은 시간을 말이다.
가장 보통의 꿈들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 꿈들이 다시는 길을 잃지 않도록, 우리는 이제 서로의 얼굴을 보며 새로운 이야기의 첫 문장을 함께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우리 시대의 약속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