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머문 너에게

by 하나비

# 잠시 다른 이야기


유산을 했다

임신이라는 사실에 놀라 기쁨보단 초조로 병원을 방문했고 너무 이른 시기라 초음파 확인이 안 된다고 했다


두 번째 방문에서는 임신이라는 확답을 받을 줄 알았지만 숨겨지지 않는 의사의 표정에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확신만 받았다


피가 많았다


착상혈일 거라 스스로를 안심시키려 했으나

노력이 무색하게도 한번 시작한 피는 지속되었었다


갈색에서 연한 분홍이던 피는

다음 진료 예약까지도 기다리지 못하고

붉은 피로 변했다


수십 번의 인터넷 검색


10명 중 9명은 유산되었다는 글을 보았다


그래도 나머지 1명일 수도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여보았다


의사는 안정을 취할 필요는 없다고 했고

나는 가만히 누워있어도 미칠 것 같고

움직이면 그나마 잊을 수 있었다


5번의 혈액검사


임신수치 5 이상이면 임신가능성을 열어둔다


8에서 235

그리고 730


의사는 자궁 외 임신인지 아닌지 정상임신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500을 넘었기에 임신이지만

아기집이 보이지 않고

피는 계속 나왔다


그렇게 또 다음 진료에서 결국 혈액수치가 더 올라가지 않고 비슷한 700대가 나왔다


의사의 얼굴은 밝았다


자연배출될 거라고

약을 쓰지 않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임신을 유지될 가능성이 없는 거냐 묻자


전부터 말했다는 듯이


정상임신가능성은 없으며

어떻게 할지 확인이 필요했던 거였다며


남편과 함께한 자리에서 죄인 같았던 나는

비겁하게도 면죄부라도 받아보고자


이런 경우가 다른 사람에게도 있느냐를 묻자


다른 사람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며

그 일이 당신에게 일어났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제야 본인의 말이 잘못된걸 안 건지

머라 부연설명을 했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유산이었다


임신호르몬이 조금이라도 올라서 이성이 마비된 건지

현실을 인정하기 싫은 건지

나는 임신호르몬이 더 이상 오르기 전 임신확인서를 받고도 울기만 해 놓고 임산부배지를 가진 임산부들이 부러웠는지 그것부터 다음 날 바로 받아서는 잠시나마 그걸 달고 다녔다


최근 혈액 수치는 230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지쳐버렸다

애써 사람들에게 티 내지 않고 있는 건지

그냥 내가 나조차 아무 일도 없었던 거다

지금 그저 생리를 길게 하는 것일 뿐이라고 속이는 중인건지 모르겠지만


오늘 밤은 글을 쓰고 싶었다


성치 않은 몸상태란걸 알고 있었음에도

빨리 너를 품고 싶어 서둘렀던 나의 잘못이었음을


피가 보이는 순간 애미라는 사람이

바로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먼저했던 게

네가 떠난 이유가 아닐까 싶은 죄책감을


뭐 얼마나 품었다고

이리도 허전한지

어서 이 지긋지긋한 하혈이 끝나고 몸이 나아지면

다시 품고 싶은 마음만이 간절해지는 이기심을


이 곳에 버리려한다


잠시 머문 너에게 내가 할말은 하나뿐이다..


미안하다 ..











keyword
작가의 이전글ep 5. 암선고받기 전 징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