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건만..
--- 2019년 2월 서울 S병원
부산에서 살았던 기억은 지금까지도 설레고 두근거리는 기억이다. 내가 일했던 회사는 부산역과 매우 가까워서 천장은 작은 내 키에서 봐도 낮고 사람수에 비하면 좁은 사무실에서 유일하게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것은 창문이었다. 야근을 하다 노을이라도 질 때면 창문은 한 폭의 그림이 되어 바쁜 와중에도 시선과 발을 묶어버리곤 했었다 홀린 듯 가까이 가면 부산역 뒤에 있는 바다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듯한 태양을 마주한다
정시 간에 퇴근해 본 적은 없다시피 한 근무였으나 투피스를 입고 건물을 나올 때면 불어오는 바람은 숨을 쉬고 살아있음을 일깨워준다 마치 오늘 처음 숨을 쉬어본 사람처럼. 숨은 쉬고 있었나 싶은 생각으로 집으로 가다 소주 한잔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발길을 돌렸던..
“입원 수속하겠습니다”
부산을 떠나 서울에 있은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추억이나 떠올리고 있다. 이번 검사만 끝나면 이번에야말로 걱정 없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쁜 마음으로 환자복으로 갈아입었다
내가 입원한 병실은 소화기내과 환자들이 입원해 있었고 6인실 입구 왼쪽 자리에 들어갔다 어차피 2박 3일 입원일정인 데다 창문 쪽 침상은 왔다 갔다 하는데에 부담스러웠다. 낮에도 조용하지만 밤에는 종이 떨어지는 소리도 잘 들릴만큼 너무 고요했다
보호자로 함께 있어 준 남자친구는 12시부터 금식을 해야 하는 여자친구가 안쓰러웠는지 병원 내 케이크 점으로 나를 데려갔다
평소에 잘 먹지 않는 케이크였지만, 나를 생각해 주는 남자친구의 마음과 불안한을 잠재울 달콤함이 필요했던 내게 딸기케이크는 무척이나 달고 맛있었다
…
모든 게 한순간의 해몽으로 끝날 줄 알았던 그날은 내가 여유로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던 마지막 밤이었다.
간내담관암 4기
나는 암 선고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