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은 처음이야.

남에게 잘 맞추는 것 장점인가 단점인가?

by 감정수집가

내 장점은 다른 사람한테 잘 맞춰 준다는 것이다.

눈치가 빨라서 상대방의 기분을 금방 알아차리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비교적 빠르게 파악한다.

예전의 나는 웬만하면 상대가 원하는 일을 해주었고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많았다.
지금 기분이 어떤지, 밥은 잘 먹고 있는지,

생활 패턴은 어떤지.

계속 관찰하고 신경쓰다보면 보이는 것들이 많았다.


말을 하지 않아서 넘어갈 수 있는 사소한 일들도
데이터로 쌓이다 보니
작은 표정과 행동을 보더라도

가까운 이의 마음은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나랑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은 처음이야.”

이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상대방과 잘 맞는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오히려 성격이 참 특이하거나

취향이 나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 경우가 많았다.

전혀 맞지 않는 사람이

나와 잘 맞는다고 말할 때마다

나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상대에게 맞춰서 행동하다 보니

만나는 사람에 따라 말투와 행동이 바뀌었다.
상대가 하고 싶은 일에 맞추는 데 익숙해져서

정작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거의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나는 색깔이 없는 사람인가?’

그런 고민을 안고

주변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기도 했다.

“내가 너무 남한테 맞춰주는 편인데
너무 색깔 없는 사람 같지 않아?”

돌아오는 대답은 거의 비슷했다.

“잘 맞춰주는 거 좋은 점 아니야?”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나의 의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문득 어릴적 아빠의 말씀이 떠올랐다.


“누군가와 함께 있는데 마음이 편하다면.

그건 상대방의 노력일 수도 있어.”


그 때는 그 말씀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서로 잘 맞기 때문에 편한 거라고 생각했다.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들을 만나니 공통점이 보였다.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하고

추울까봐 담요를 덮어주고
나를 비난하지 않고 내 기분을 신경 써줬다.
재미없는 내 이야기도 끝까지 들어줬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때로는 상대의 노력 때문에

‘잘 맞는다’고 느끼게 된 다는 것을.




사람들은 나를 만나기를 좋아했지만

나는 만남이 끝나면 늘 지쳐 있었다.


상대의 기분을 살피고

원하는 것을 계속 해주다보니
상대방은 만족했지만

나는 관계에서 얻는 것이 별로 없었다.

잃어도 아쉬울게 없는 관계도 많았다.

눈치가 빠르다는 것은 때로는 피곤한 일이었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알아버려

외면하기 어려워지기도 했고,

말하지 않는 감정을 읽고

혼자 상처받기도 했다.


나랑 비슷한 사람을 만났을 때는 오히려 불편함을 느꼈다.
좋다고 말했지만 사실 싫은 것을 참고 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는 상대의 “좋아”라는 말이

진심인지 맞춰주는 말인지

쉽게 믿기 어려워졌다.

상대에 대해서 알아가고 싶었는데
나에게만 맞추어 다 좋다고 하다 보니

상대에 대해 알아갈 기회 조차 없어졌다.



관계에서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과

나를 생각하는 마음의 균형이 깨져있었다.


배려와 존중이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내 관심은 늘 다른 사람에게 향해 있어고

나를 항상 뒷전으로 미뤘다.

상대에게 관심을 갖는 만큼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관심을 가져야한다.


자신의 좋고 싫음을

상대방에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도 나에게 대해 알아가고
서로 맞추어 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또 관계 속에서

일방적으로 내가 맞춰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도 나를 존중하고 배려하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관계란 서로 만들어가는 것이었다.
나의 맹목적인 희생이 아닌

서로의 배려로 만들어간다는 것을

나는 아주 늦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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