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누워봐."
"응?"
"이렇게 누워서 올려다보면 더 잘 보여."
"그냥 여기 맨바닥에?"
"응, 어때. 차도 없고, 사람도 없는데."
장태산 휴양림으로 들어가는 그 길 위에 나란히 드러누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너는 책에서만 보던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과 w모양의 카시오페아를 찾아내었다. 너의 단단하고 두툼한 손가락이 밤하늘 위에서 제법 날렵하게 춤을 추었다. 너의 손은 국자 밑의 두 별을 따라 움직였고, 나의 손은 w의 가운데 별을 따라 직선을 그렸다. 이윽고 너와 나의 손이 만나는 교차점에서 북극성을 발견하였다. 너는 북극성이 가장 북쪽에 있고, 가장 찾기 쉬운 별이라고 알려 주었다. 고등학교 다닐 적에는 더 많은 별들을 볼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했다. 너의 고향 마을은 시골 중의 시골이라 문만 열면 별이 지천이라 했다. 나는 너의 시골 마을에서 함께 별을 찾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여자에게는 첫 남자였고, 첫 별보기였다. 집에 들어앉아 책만 파던 여자에게는 처음인 것들이 참 많았다. 깔끔이 유전자를 물려받은 여자에게 길바닥에 드러눕는다는 것은 기이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남자가 너무도 태연스럽게 권해 뭔가에 홀린 듯 드러누웠었다. 넌 역시 남들과 다르다며, 넌 어쩜 별 이름도 그렇게 잘 아냐며 감탄했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유난히도 밝은 별빛들이 쏟아졌다. 고요하면서도 적막감이 도는 숲 어귀는 여자의 애끓는 첫사랑의 초입이 되어 주었다.
퀴퀴한 곰팡내 나는 방에서 처음으로 한 이불을 덮었다. 너무 어리고 때 묻지 않아 그것이 전부였던 밤이었다. 노래 가사처럼 나쁜 마음은 조금도 없었던 밤이었다. 입을 맞추고 따뜻한 온기를 가득 담아 끌어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그 밤. 밤새 팔베개를 해주면 다음 날 아침 팔이 으스러지도록 저려온다는 것을, 목의 근육이 놀라 며칠은 불편하게 지내야 한다는 것을 서로에게 알게 해 준 그 밤. 이 사람은 내가 처음으로 살 부딪힌 남자이니 꼭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하고 싶다 소원하던 그 밤.
그 밤이 오늘의 밤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아빠, 저 별은 엄청 반짝여요."
"응, 별처럼 보이는데 진짜 별은 아니야. 유찬이 비너스 알지? 저거는 비너스야. 금성."
"아, 그럼 star가 아니라 planet이네?"
"저기에 별 또 있다. 저기도. 그런데 아빠, 별도 이름이 있어?"
"그럼. 주하, 주원이, 유찬이처럼 별들도 이름이 있지."
"엄마, 저 별은 아빠 별, 저거는 엄마 별, 음 또 오빠 별, 언니 별, 이거는 나 별!"
왁자지껄 세 아이가 각각 자기들이 하고 싶은 별 이야기를 한다. 여자에게 별 이름을 말해주던 남자는 아이들을 무릎 위에 앉힌 채 별을 바라본다. 별을 헤아리며 소망했던 일이 현실이 되어 만나는 오늘.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남자에게서 여자의 자리는 찾을 수 없는 오늘. 그럼에도 불구하고 흐뭇한 오늘. 여자는 오늘 밤도 별을 헤아리며 소망해 본다. 늘 지금만 같기를. 오늘, 그 밤이 말을 걸어온 것처럼 훗날에도 오늘의 밤을 추억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