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힘과 자존감의 상관관계

by 하나

"내가 더 잘할게."


어떤 이유에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훌쩍이고 있는 나에게, 울적해있는 나에게, 때로는 토라져있는 나에게 넌 말했다. 7년의 연애 시절 동안 넌 나에게 종종 저 말을 건네 왔다. 네가 찬찬히 그리고 부드럽게 건네는 그 한 마디가 날 기분 좋게 했다. 어떤 상황이었든지 저 말을 듣고 나면 마치 입 안 가득 솜사탕을 베어 물고 있는 기분이 되곤 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곤 했다. 말이 적은 네가 생각에 생각을 더해 밖으로 담아낸 한 마디들이 나에게는 큰 의미였고 감동이었다. 사실 네가 진실로 고르고 골라 꺼낸 말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아는 넌 표현이 서툴렀고 그래서 가볍게 말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네 말에는 신뢰의 힘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사람을 위로하는 힘을 더불어 가졌다.


"걱정 마, 다 잘 될 거야."


그래서 네가 토닥토닥 저 말을 건네면 정말 모든 일이 다 잘 될 것만 같았다. 조금 전까지 손에 꼭 움켜쥐고 있던 걱정 풍선들이 하늘 위로 둥둥 떠다니는 것만 같았다. 나는 네 품에 안겨 내 곁을 떠나 하늘 위를 배회하는 풍선들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신기하게도 그러고 나면 다. 잘. 되었다.


열아홉, 스무 살의 너는 세상 무섭고 어려운 줄 모르는 피가 뜨겁게 끓는 이였다. 스물다섯, 서른이 된 너는 세상 일이 마음처럼 쉽지 않음을 온몸으로 부대끼며 식어갔다. 어깨는 자꾸만 무거워져 갔고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감으로부터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자괴감이 너를 지배하는 듯했다. 서른둘, 넌 아마도 너의 존재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것만 같았다. 너의 의식은 끊임없이 헤매고 너의 눈동자는 빛을 잃어갔다. 나는 더 이상 네게서 들을 수 없었다.


"더 잘하겠다고. 괜찮다고. 다 잘 될 거라고."


그 말들은 이제 더 이상 현실의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내 기억 속에서 부유할 뿐.

네가 어느 자리에서든지 자존감이 높던 그 시절에 너의 말은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네가 회사원으로, 연구자로, 남편으로, 아빠로, 순차적으로 자존감을 잃어가더니 결국 말도 힘을 잃어갔다. 그리고 너의 자존감이 땅바닥에 내려앉아 울던 그 날, 너는 말을 잃었다. 위태위태한 날들이 우리를 잠식해오고 있었다. 그래서 너의 자존감을 다시 찾으려 이곳에 왔다. 나는 힘을 잃은 말일지언정 너의 말을 되찾고 싶었다. 그렇게 말을 되찾고 나면 언젠가는 그 말에 다시 힘이 생길 것이라 믿었다.


'지금의 너는 어떠하니. 잃어버린 너의 말들을 찾아가고 있니?'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요즘의 너에게서는 웃음기를 찾을 수 있다. 몸은 피곤하여 보이나 네 머릿속은 분주하면서도 불평이 적어 보인다. 곧 너는 너의 말들을 모두 찾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말들은 분명 예전처럼 힘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 나와 우리 아이들에게 속삭여 줄 것이다.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현실 속의 우리는 더 좋아질 것이고, 괜찮아질 것이고, 다 잘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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