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bershop이 뭐야? 하나는 알아?"
"응? 이. 발. 소."
나름 손꼽히는 대학교에 다닌다는 인재가 barbershop이 뭔지 모른다고? 우수한 집단 소속이 자랑거리인 친구들 사이에서 네가 내게 물었다. 그 순간 내 얼굴이 빨개졌던 것 같다. 처음에는 주변이 들을 집중시키는 너의 목소리에 후끈거렸고 뒤에는 그런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너의 태도가 놀라웠다. 그 후에는 신선하다 못해 상큼했으며, 그리고 홀딱 빠져버렸다. 너에게.
20대의 나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지 못하는 존재였다. 아마도 모른다고 말함으로써 내가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해야 하는 그 순간이 버거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나에게 그 날의 너는 참 경이로웠다. 저렇게 쉽고 가볍게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거구나. 그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구나. 너에게 반해 버려 정신을 놓고 있다가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주변인들이 넌 그것도 모르냐며 비아냥 거리면? 무시하면? 그 상처는? 시간이 흘러 너에게 물었고, 나에게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몰라서 물어보는 게 잘못이야? 사람이 모를 수도 있는 거지. 안 그래? 그 사람들도 모든 걸 다 아는 건 아니잖아. 몰라서 모른다고 하는데 그게 왜 창피한 일이야? 모르는 걸 아는 척하는 건 나를 위한 일이 아니야. 그런 질문을 할 때 사람들이 무시한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 것 같아. 어쨌든 상처 받는 건 내 몫이 아니야."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지극히 교과서적이고 특별할 것 하나 없는 대답이었는데 넌 너무도 멋져 보였다. 나는 인정하지 못하는 것을 너는 인정할 수 있어서, 난 완벽하지 못한데 넌 완벽하다 생각했다. 물리적으로 네가 완벽한 인간이든 불완전한 인간이든 상관없이 나에게 넌 완벽했다. 그런 완벽한 너와 함께 한 이후로부터 나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내겐 모른다고 인정하는 것이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자유 위지가 아닌 의식의 강요에 의한 것일지언정. 아직도 얼렁뚱땅 모르는 순간을 넘겨버리는 때가 종종 있긴 하지만. 그 순간이 상대에게 드러나버려 창피한 순간들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20대에는 전혀 할 수 없었던 일을 지금은 조금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너는. 그 날 이후로 내게 완벽한 사람이 되어야만 했다.
"모르는 걸 인정할 수 있는 완벽한 사람이 이것도 완벽하게 하지 못한단 말이야?"
이 얼마나 가당치도 않은 억지이란 말인가. 나는 나의 완벽함에 대한 내려놓음을 너의 완벽함에 대한 기대치와 맞바꾸고 말았다. 그래도 스스로의 완벽함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내려놓은 줄 알았다. 그래서 너의 완벽함에 집착하는 나는 조금은 위안 삼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나는 나의 완벽함에 대해서도 하나 내려놓지 못하고 너의 완벽함에 대한 욕망만 늘린 셈이었다. 나의 완벽함에 대한 집착은 무서울 정도로 뿌리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