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나 Jan 08. 2019

서운하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것들

여자는 가끔 서운함이 밀려올 때가 있다.

네가 너무 힘들어하는 시간, 내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는 위로가 되지 않을 때.

나의 사근 거림과 부비적거림보다는 한 손에 둘고 있는 폰이 너에게 더 위로가 되는 듯 한 때.

너의 편을 들어주는 나의 이야기보다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박장대소할 때.

오로지 너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그때.


온몸에 서운함이 밀려오기 시작해 코끝이 찡해지다 못해 빨개진다. 머리를 치켜들어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안감힘을 쓴다. 그러나 그런 나를 보며 당황해하지 말지어다. 그런 시간들이 당연한 것이고, 필요한 것이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임을 나는 안다. 너에게 그런 시간이 필요한 것뿐이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님을 이제는 안다. 네가 그런 감정상태에 있을 때 나는 발을 빼야 한다는 사실이,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여전히 시리기는 하다만. 받아들여야 함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다만 가슴에 얹어진 찬기를 걷어내는데 시간이 조금 필요한 것뿐이다. 


남자에게도 서운함이 밀려올 때가 있다.

늦어진 미팅에 미안해하며 부리나케 집에 돌아왔는데, 네가 본 척도 하지 않을 때.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성취에 대해 흥분해서 이야기하는데 네가 전혀 공감하지 못할 때.

먹어보라며 과일을 건네는 나에게 이따 먹겠다며 고개를 도리도리 할 때.

네가 너무 좋아서 안고 싶은데 오늘은 아니라고 웃으며 밀어낼 때.


나도 온몸에 서운함이 밀려오기 시작해 입을 삐죽삐죽하다가 그것을 감추려 입술을 일자로 굳게 다물게 도니다. 그러나 그런 나를 보며 너 또한 상처 받지 말지어다. 너의 그런 감정을 받아들이기 위해 애쓰고 있음이다. 서운함이 마음에 남아있지 않게 떠나보내기 위해, 그런 너를 너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뿐이다. 


부부가 되어 10년을 함께 하니, 그런 것들을 만나게 되더라.




작가의 이전글 내 말이 우습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