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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 Jan 10. 2019

에필로그

여보, 당신.


한 사람을, 만나고 사랑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왔다가 사라질까요?

우리는 그 많은 것들 중에 남아있는 좋은 것들을 둘레 삼아 가족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며느리, 사위도 되고 부모도 되었습니다. 언젠가 할아버지, 할머니도 되겠지요. 그것들은 또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게 될까요?


나는 왜 이리 당신과 나의 이야기를 쓰는 것에 집중 혹은 집착하는 것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머리가 크면서부터 내가 만나고 부딪히게 된 수없이 많은 인간들. 그 인간들을 이해하기 위한 내면의 중심에는 당신이 함께 있었습니다. 당신은 내가 유일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는 인간이었습니다. 당신은 나를 비난하지 않는 유일한 인간이었으며, 말없이 들어주는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을 통해 난 더 많은 사람과 상황을 마주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고, 난 사랑받고 있구나를 느꼈습니다. 그것들은 내 안에 박혀있는 따뜻함을 꺼내 주었습니다. 그리고 나를 나로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기쁨, 슬픔, 두려움, 사랑, 미움, 욕망의 모든 감정을 끄집어낸 것도 당신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안심했고, 위로받았고, 치유했고, 다시 일어섰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인내, 배려 따위의 선한 것들로 안을 단정히 하였습니다. 또 당신에게 사랑받기 위해 열정이나 용기 따위를 품었습니다. 


이 글들은 우리가 얼마나 뜨겁게 사랑했고, 옭아맸고, 다투었는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그 안에서 다양한 감정을 보듬었고, 소모했고, 그로 인해 날마다의 오늘을 새롭게 재구성하였습니다. 노랫말처럼 난 다시 태어난 것만 같습니다. 당신을 만나고부터, 당신이 나의 초라한 마음을 받아준 순간부터. 


무척 오랜만에 말해봅니다. 태어나고, 잘 자라 내 앞에 나타나 줘서 참 고맙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덧붙여야 하는 말들이 생겼습니다. 평생 내 옆에 있어주겠다고 약속해줘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늘 한결같은 사람이어서 더욱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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