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시간의 법칙, 관성.

by 하나


구름이 잔뜩 낀 오후였고, 우리는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내가 말이야 여보, 이미 당신도 알고 있는 얘기겠지만, 어렸을 적에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내 꿈은 소설가였거든. 그때는 글 쓰는 사람은 전부 소설가인 줄 알았으니까. 내가 살던 시골 마을에서는 그래도 꽤 글 잘 쓴다는 소리를 들었었는데. 백일장에 나가면 상도 타고, 지역 신문에도 실리고. 그런데 중학교 때 큰 도시로 이사를 나왔단 말이지. 나와서 보니까 세상에는 참 글 잘 쓰는 애들이 많더라. 그래서 아, 나는 지금까지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내 실력으로는 글 쓰는 소질이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거구나. 그렇게 생각했어. 그래서 그냥 그 자리에서 딱 끊었어. 글 쓰는 걸. 일기 쓰고, 편지 쓰고, sns에 사생활에 관련된 글들은 종종 썼지만. 글 쓰는 걸 업으로 삼는다는 생각은 거기에서 끝이 났어. 그다음에는 신문방송학과 이런 데를 가서 아나운서를 하고 싶었거든. 나는 발음이 정확한 편이고 목소리 톤도 귀에 잘 꽂히는 편이니까. 그런데 가만 보아하니, 아나운서를 하려면 얼굴도 예뻐야 한대고, 키도 커야 한대고, 빽도 있음 더 좋다대? 그래서 생각했지. 그래? 그럼 난 가능성이 영 없군. 그래서 수능 볼 때쯤에 또 마음을 딱 접었어.

요즘 드는 생각인데, 난 너무 포기가 빠른 인간이 아닌가 싶어. 그것도 자존감이 낮아서 그런 걸까? 뭐 좋게 에둘러 말하자면 현실인지가 빠른 편인 걸까?

만약 말이야, 그때 내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글을 썼다면, 그랬다면 지금쯤 내 삶이 달라졌을까? 누군가 넌 글 쓰는 소질이 있어, 계속해봐 하고 한 번쯤 말해줬더라면, 그래서 계속 글을 썼더라면 어땠을까?"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지 뭐. 자기가 뭐에 재능이 있는지도 모르고, 그러면서 재능을 개발해야 한다고 난리법석이고. 자기 재능 살려 대학 가는 애들이 몇이나 되고, 또 대학 전공 살려 취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내가 지금부터라도 계속 글을 쓰면, 뭔가 달라지기는 할까? 글을 쓰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보니, 세상에는 참 글 잘 쓰는 사람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또 드네. 난 영 소질이 없는 게 아닐까. 재능이 없는데 너무 애달프게 발만 젓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고. "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이 그렇게 많더라. 천재들도 그렇게 많고. 남들하고 너무 비교하지 마. 일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게 있잖아. 일단, 1만 시간 동안 글 쓰는데 투자해봐. 뭐가 달라져도 달라지겠지. 안 그래?"


"그래, 그렇겠지? 자기가 저번에 말한 그거, 관성. 어떤 것에든지 1만 시간을 쏟아붓고 나면 관성이라는 게 생기는 걸까? 관성이 생기면 나에게도 기회가 오게 될까?"


"기회가 올진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확률은 엄청 높아질 거야."


난 다시 '난 재능이 없는 걸 거야'의 내면의 소리와 싸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10년, 20년 뒤에도 지금과 똑같은 말로 후회하고 싶지 않다. '그때 나한테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 누군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해줬더라면,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글을 썼다면 어땠을까?' 하고 말이다. 그것은 스스로에게 너무나도 실망스러운 일일 것 같다. 나의 재능을 표하는 일을 남 탓으로 돌리고 싶지는 않다. 일만 시간을 들여 글을 쓰고 그 관성으로 다가올 기회에 한 발짝 가까워질 테다. 그 꿈 위에서 쉽게 내려서지 않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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