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함에 대한 논의(1)

집착.

by 하나


"barbershop이 뭐야? 하나는 알아?"

"응? 이.발.소."

나름 손꼽히는 대학교에 다닌다는 인재가 barbershop이 뭔지 모른다고?
그런 학교에 다니는 자존감 버글버글 솟구치는 친구들의 대화중에 네가 내게 물었다. 그 순간 내 얼굴이 빨개졌던 것 같다. 처음에는 주변이들을 집중시키는 너의 목소리에 좀 후끈거렸고 뒤엔 그런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너의 태도가 좀 놀라웠고 그 후엔 신선하다 못해 상큼했으며 그리고 홀딱 빠져버렸다.


20대의 나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지 못하는 존재였다. 아마도 모른다고 말함으로써 내가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해야 하는 그 순간이 버거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나에게 그 날의 너는 참으로 경이로웠다. 저렇게 쉽고 가볍게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거구나. 그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구나. 너에게 반해 버려 정신을 놓고 있다가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주변인들이 넌 그것도 모르냐며 비아냥 거리면? 그 상처는? 시간이 흘러 너에게 물은 나에게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몰라서 물어보는 게 잘못이야? 사람이 모를 수도 있는 거지, 안 그래? 그러는 그 사람들은 모든 걸 다 아는 거 아니잖아. 몰라서 모른다고 하는데 그게 왜 창피한 일이야? 그리고 비아냥 거리는 게 아닐 수도 있잖아. 어쨌든 상처 받는 건 내 몫이 아니야."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지극히 교과서적이고 특별할 것 하나 없는 대답이었는데 넌 너무도 멋져 보였다. 나는 인정하지 못하는 것을 너는 인정할 수 있어서, 난 완벽하지 못한데 넌 완벽하다 생각했다. 물리적으로 네가 완벽한 인간이든 불완전한 인간이든 상관없이 나에게 넌 완벽했다. 그런 완벽한 너와 함께 한 이후로부터 나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모른다고 인정하는 것이 내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내 자유의지가 아닌 의식의 강요에 의한 것 일지언정 지금의 나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도 얼렁뚱땅 모르는 순간을 넘겨버리는 때가 종종 있긴 하지만, 그 순간이 상대에게 다 드러나버려 더욱 창피한 순간들이 여전히 있지만. 20대에는 전혀 할 수 없었던 일을 지금은 조금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너는. 그 날 이후로 내게 완벽한 사람이 되어야만 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 었다.


"모르는 걸 인정할 수 있는 완벽한 사람이 이것도 완벽하게 하지 못한단 말이야?"


이 얼마나 가당치도 않은 억지이란 말인가. 나는 나의 완벽함에 대한 내려놓음을 너의 완벽함에 대한 기대치와 맞바꾸고 말았다. 그래도 내 스스로의 완벽함에 대해선 어느 정도 내려놓은 줄 알았다. 그래서 너의 완벽함에 집착하는 나는 조금은 위안 삼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나는 나의 완벽함에 대해서도 하나 내려놓지 못하고 너의 완벽함에 대한 욕망만 늘린 셈이었다. 나의 완벽함에 대한 집착은 무서울 정도로 뿌리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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